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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수영장과 소아치과 (1)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⑬

  • 권훈
  • 등록 2013.07.03 12:08:23

 

수영장에 처음 간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수영장에 대한 낯설움과 두려움, 새로 산 수영복과 튜브로 인한 셀렘과 기대감등으로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3살 아이가 수영장에 처음으로 놀러가는 것은 그 아이가 치과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것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영장과 우리 아이 치과 첫 방문을 연관 지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수영장에 처음 간 아이의 첫 경험은 무척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잠시라도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황을 맞게 되면 그 아이는 어쩌면 평생 물을 무서워하거나 수영장을 싫어 할 지도 모른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치과를 첫 방문하는 아이를 임상에서 만나면 서산대사의 야설이라는 시를 마음속으로 읇조린다. 눈밭 속을 걸어가더라도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나의 이 발자국이 언젠가는 뒷사람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 따라서 이러한 경우 치과의사는 반드시 Tell-Show-Do를 실행해야 한다. 아무리 바쁜 상황일지라도 치과에 처음 오는 아이에겐 치과 의료진 모두가 세심하고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둘째, 수영장 물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사전 예행연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입수 전 간단한 체조는 거추장스럽다 하더라도 최소한 몸에 물을 적시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치과에서 준비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보호자는 사전에 아이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치과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치과에서 이 아이의 반응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우리 아이 치과 첫 방문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사항들은 마지막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셋째, 아이에게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에게 마트에 간다 하고 수영장에 가면 아이의 반응을 어떨까요? 아마도 아이는 무척 당황해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임상에서 아이의 반응이 유달리 신경질적인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그 내막 중에는 보호자가 아이에게는 할머니 집에 놀러 간다 하고선 치과에 치료 받으러 온 경우도 있었다. 울분과 배신으로 점철된 아이의 심정을 필자도 백 프로 이해가 된다. 치과에서도 거짓말은 절대 금기시해야 한다. 또한 아이와의 약속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임상에서 진료의 원활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면 아이와의 신뢰가 깨지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불신이 처음에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행동조절이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아의 행동조절에 있어서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A Trip to the Dentist can be Lots of FUN’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준비해야 하는 6가지 사항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1. Practice: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가 치과놀이 하는 것을 강추하고 싶다. 엄마가 치과의사로 아이가 환자로 배역을 정한 후, 엄마는 왼손에 티스푼(미러)을 들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아 크게 해보세요?’ ‘충치 벌레가 있는지 한 번 볼까요?’ ‘00가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금방 검사가 끝났네’ ‘도와줘서 고마워요!’ ‘참 잘했어요등등... 엄마가 먼저 시범을 보인 다음에는 반드시 아이가 치과의사의 역할을 꼭 해야 더욱 효과가 있다. 이처럼 치과 놀이를 엄마랑 가정에서 여러 번 하고 치과에 온 아이는 확실하 Super Patient일 확률이 높다.

 

2. Watch: 치과에 관한 동화책을 읽거나 교육용 비디오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하다.

 

3. Plan: 치과 방문을 미리 계획하고 날짜를 아이에게 알려야 한다. 기한은 길면 한 달, 최소한 일주일전에 알리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반복해서 리마인드 하는 것이 좋다.

 

4. Assist: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잇솔질 하는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라!

 

5. Initiate: 긍정적이고 재미있었던 과거의 치과 경험을 아이에게 자주 이야기 해주어라! 만약 보호자가 치과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 해준다면 아이는 아마도 더 무서워 하겠지요. 보호자에게 있는 치과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은 그대로 아이에게 유전되는 것 같다.

 

6. Provide: 치과 내원 하는 날은 아이를 위하여 충분한 시간을 비워두어야 한다. 편안하고 안정되게 치과에 내원하여 여기저기 살피고 치과에 근무하는 사람들과도 좀 친숙해질 수 있는 시간 정말 필요하다. 치과에 관해서 미리 연습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막상 진료 받는날 허겁지겁 서두른다면 공든 탑이 순식간에 와르르 할 것이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