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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조정하고 결정하는 기능이면 '공개'가 맞다

선관위 단톡방.. 누설 논란 계기로 '투명성'에도 관심 커져

 

치협 선거관리위원회 단체대화방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선거 관련 소송의 증거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치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치과의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34대 회장단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 단톡방 일부 내용이 외부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석천 선거관리위원장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1월부터 위원들에게 비밀유지 보안각서를 받고 단톡방을 운영해왔고, 이곳에서 회의와 토론, 의결까지 진행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이 가운데 임요한 위원의 사직서 관련 대화와 유 위원장의 발언 등이 캡처 형태로 소송자료에 포함되면서부터다. 유 위원장은 다른 경로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은 “제로”라며 단톡방 화면 자체가 그대로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비밀유지를 약속한 내부 자료를 무단으로 복사해 외부에 전달했다면 도의적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위원 간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선관위의 문제 제기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은 '선관위의 논의가 애초에 왜 비밀이어야 하는가'이다.
현재 선관위원들은 각 치과대학 동창회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다. 유 위원장 역시 “대학 동창회에서 소양과 자질을 믿고 대표로 한 분씩 보내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후보와 선관위원 사이의 학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선관위에 필요한 것은 비밀유지 서약보다 회원 누구에게 보여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공정한 논의와 판단일 수 있다.
선관위는 이날 대안으로 ▲유출자 또는 관련 대학에 대한 페널티, ▲대면회의로 전환,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 활용, ▲선거관리 업무의 외부 위탁 등을 거론했다. 위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윤리위원회 징계 요청, 전원 사퇴까지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발상을 바꾸면 다른 해법도 가능하다. 감춰야 할 비밀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단톡방이 사실상의 공식 회의 공간이라면 개인정보나 선거관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 논의 과정과 결정 근거를 회원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실시간 공개가 어렵다면 회의 종료 후 또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공개하는 방법도 있다.
논의가 공개된다는 사실은 위원들에겐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학연이나 특정 후보에 치우친 것으로 오해받을 발언은 신중해지고, 정당한 소신은 기록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현재 치협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선관위의 자기평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공정성 시비끝에 제34대 회장단 선거는 결국 법정으로 향했고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치협은 정상적인 회장 체제가 아닌 대행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선관위가 선거 이후 벌어진 모든 갈등과 소송에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거를 관리하고 최종 판단을 내린 기관으로서 현재의 파행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은 필요했다.

 


이날 유 위원장은 오히려 현재의 소송 국면을 후보 개인보다는 후보를 둘러싼 진영의 문제로 진단했다. 따라서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소송은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앞으로도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 단정하기에 앞서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의 판단과 운영에 문제는 없었는지부터 되짚어보는 것이 순서에 맞을 것 같다.
선거관리의 신뢰는 카톡방 대화 유출자를 찾아내거나 비밀을 더욱 단단히 지키는 것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선관위 역시 이번 기자간담회의 목적이 유출자 색출보다 다음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위한 대안을 찾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해답도 그 지점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비밀을 잘 지키는 선관위보다 비밀이 필요 없는 선관위. 그리고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선관위가 현재의 치협엔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