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컴퓨터 앞에는 작은 스프링 노트 한권이 놓여 있다. 앞 페이지부터는 해야 할 일들을 적어 가고, 뒷 페이지에는 일상의 삶 속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 놓는다. 필요한 것인즉 우유, 달걀, 세제 등으로 구매 물품 목록이 적혀 있다. 그리고 항상 스프링 노트의 장점을 이용하여 한 장이 뜯어 가며 산다. 해야 하는 일들의 페이지에 순번은 일상적으로 20번에 육박하지만 어떤 때는 한자리 수에서 끝나는 행운이 있기도 하다. 해야 할 일은 대부분은 시급함에 의해 순번이 정해진다. 그렇게 번호를 달고 순번에 의해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두고도 또 마음에 슬그머니 핑계가 생긴다. ‘이건 밤에도 할 수 있어, 또 이건은 조용할 때 해야 해’. ‘음~ 이 문제는 의논하면서 해야 하고, 이건 시간이 많이 필요해’. 그러다 보면 순번을 여러 번 고쳐 가며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뒤로 밀린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에게 있어 뒤로 밀리는 일 대부분이 집안일이다. 아마도 이러한 일들이 덮어 두면 잠시 조금은 불편하지만 여러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표시 안 나기도 하고.아침에 눈을 뜨니 아직 내게 금·토·일 이라는 삼일의 추석연휴가 남아 있다. 편하게
이때 쯤 산의 나무를 가까이서 보면 분명 잎사귀도 없는 마른 갈색나무인데, 멀리서 보면 뭔가 옅은 연두 빛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학교 복도에도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2학기와 비교 할 때 학생 수도 같고, 시간표도 비슷하게 운영되지만 웬일인지 복도에도 학생들로 가득차고 게시판 앞의 분위기도 호기심과 생기가 넘친다. 또 복도를 지나다 보면 반가움에서 가던 걸음을 불러 세우는 아이들이 부르는 호칭이 다양해진다. 방학 중 현장임상 실습 현장에서 익숙한 호칭들이 입에 배여 있어 호칭만 듣고도 이 아이가 몇 학년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종합병원에 실습 다녀온 3학년들은 ‘과장님’이라 부른다. 또는 ‘원장님’이라고 하는 학생들은 개인의원 실습을 경험한 2학년들이다. 그리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마치 신혼부부에게 ‘여보’라는 호칭이 어색하듯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한 새내기 들이다. 이런 분위기들이 봄 학기를 활기차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지도 학생을 만나게 된다. 올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학교생활과 학칙, 교과목 소개 등의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지도교수와의 상견례 시간을 갖기 위해 교실로 들
계절도 바뀌고 하여 부석해진 머리를 다듬기 위해 오랜만에 미장원에 갔다. 그곳은 나의 일상 중에 유일하게 여성 잡지를 볼 수 있는 곳이기에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에 혹은 미용 중간 중간에 부지런히 책보기에 집중한다. 마침 모 여성잡지에서 평소 궁금했던 섬유에 커피나 김칫국물이 묻었을 때 세탁하는 법과 가죽제품 손질법 등 생활에 요긴한 정보를 발견하고 엄청 살림꾼 주부인체 하면서 몰입을 했고, 정말 궁금했던 정보가 뒷 페이지에 계속된다기에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아뿔싸...알고 싶은 정보가 적힌 페이지가 찢겨져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실망감은, 여러 사람이 보는 책이다 보니 실수로 누군가 찢거나 아님 많은 사람들이 보다 보니 낡았나 보다 하고 아쉬움이 남지만 어쪄겠어 라며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책읽기를 계속했다.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손쉬운 운동 몇 가지가 보인다. 잠시 빌려 읽는 책인지라 운동 방법을 눈으로 익히면서 머리로 몸 움직임을 상상하다 요즘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지라 핸드폰을 꺼내 촬영해 두기로 했다. 핸드폰을 준비하고 촬영을 위해 책장을 넘겨보니 운동들을 일목요연하게 그림으로 정리한 요약 페이지인가 본데 아까처럼
요즘 시청자들은 단순히 주어진 것을 보는 것보다 본인들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방송을 선호한다. 한 화면을 경계를 두고 그 너머에서 살던 스타들이 우리와 같이 당황도 하고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공감하길 희망한다. 어떤 스타들은 이런 삶의 모습을 통해 더욱 시청자들에게 인간적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이런 흐름은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시작하여, 정선 어느 산골 생활 중 화장실을 찾아 읍내까지 가는 평범한 도시남자의 모습, 바닷가 차주부, 외국 여행지에서 할아버지 스타들의 실수들 그리고 최근에는 “고급지쥬~~~~”와 “슈가보이”의 유행어를 만들며 요리사 스타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경향은 캠핑문화를 만들고 아빠라는 존재가 단지 경제적 수입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놀아 주며 육아의 일부를 분담하게 하였다. 또한 요리가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성 요리사들에 의해 전해지고, 계량컵이나 저울에 의한 멋진 주방에서가 아니라 종이컵 계량에 의한 간단한 자취생 요리라 명명되는 쉬운 요리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방송 후 레시피와 맛 경험 후기까지 공유되어 실시간 맛 평가를 받으며, 쉐프와 함께 하는 클램핑 여름 휴가 경품 현수막
오래된 노란우산 하나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와 햇볕을 함께 막아주는 우산‧양산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필자가 이렇게 과거형으로 기술하는 것은 이제 나를 떠난 추억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10여년도 더 된 시간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아주 가볍고, 작은 부피라 여행 시는 항상 내 소지품이었다. 작은 우산은 잊어버리기 쉬운데 이상하게도 오래 간직하였으며, 특히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지역이나 햇볕이 강한 곳의 여행에는 필수품이었고 내 사진의 모델들이 자주 소품으로 이용하는 물건이었다. 내가 활용해야 할 우산이 내 사진 속에 주로 담긴 이유는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니 우산이나 선글라스 그리고 차양이 있는 모자 등은 불편한 물건인지라 여행 시 배낭 속에 항상 지니고 다니다 지인들에게 빌려 주는 물건이었다. 특히 색이 밝아 사진 속에서 아주 예쁘게 표현되는지라 지인들이 즐겨 찾는 소품이었다. 그런 연유로 딱히 누구의 소유랄 것 없이 내가 가지고 가서 나누어 쓰는 모두에게 사랑 받던 물건이었다. 지난 봄 제주도로 졸업 여행을 갔다. 외돌개에서 시작하여 올레길 7번 코스는 경관도 좋고 걷기도 편안한 길이라 졸업여행 중 일정에 포함되어 학생들
필자는 직업란에 교수라고 쓰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직업란에 쓰인 직업명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가 직분이라 생각한다. 교수로 당연히 열심히 가르치고 유용한 연구를 해야 한다.그리고 봉사... 사전적으로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명시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공 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관련하여 해야 하는 봉사의 범주를 딱히 규정 짖기는 어렵지만 나름 내 방식을 정하고 열심히 실천하는데 의미를 두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지역사회 발전이나 주민의 구강건강을 위해 직접 참여하여 노동력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일, 주민 구강건강을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봉사를 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길러 주는 것, 때로는 행정가들이나 관리자들의 구강보건의식을 바꾸기 위해 설득하는 일 등등 이 모든 것이 봉사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중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봉사 중에 하나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에게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그들 스스로가 구강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다. 14년을 함께 하고 지금은 내 곁을 떠난 나의 애마 카니발이 구입 후 2년도 안된 시기에 10만키로의 주행기록은
얼마 전 명절음식 준비하던 중 커다란 그릇에 가득담긴 육전 재료를 보고 딸아이가 겁먹은 소리로 속삭인다. “엄마 이거 언제 다해요?” 딸아이 관점에서 이게 엄청 많은가 보다. 난 담담하게 “얼른 끝날걸? 얼마 안되는데?”라고 말하며 나도 딸아이만한 시절 아니 그보다 더 훨씬 이전에 이런 일들에 대해 겁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나보니 내게도 어린 시절 어머님이 주신 과제 중에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거 같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 콩나물 다듬기였고, 중간 멸치 손질 하는 과제였다. 어머님께서 쟁반 수북이 쌓인 콩나물을 주시면 그게 얼마나 많고 해도 해도 줄지도 않는지, 멸치는 왜 그리 비릿내가 나는지, 그리고 그럴 땐 꼭 때 맞춰 얼굴이랑 몸은 가려운 곳이 자꾸 생겨 몸을 비틀고 언니를 불러 이곳저곳 긁어달라고 부탁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했던 기억들이 있다. 일상의 일들이 이렇게 커 보이던 시절 1년 가까이를 외가댁에서 보내면서 외할머님은 호기심과 의문이 많은 나에게 여러 가지로 연구대상이었다. 내가 뭔가 이야기만 하면 척척 해결해 주시는 것이 마치 마술사 같았다. 그 중 하나가 깨에 대한 내 의문이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할머니는 수확한 깨를 마당 한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