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친한 후배가 수원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자기 아버지를 포함해서 몇 분이 노인정에서 복어를 요리해 먹고 단체로 입원했으니, 내과교수로 있는 제 처남에게 잘 좀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대개 복어를 먹고 생기는 중독 증상은 근육 마비에서 비롯되는데, 호흡을 하는데 필요한 근육이 마비될 경우엔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그러나 살아서 응급실에만 도착하면 거의 백 프로 생명을 건진다고 보면 된다는군요. 인공호흡기를 넣으면 되니까요. 그날은 고비를 넘겼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응급실로 찾아갔는데, 환자들 코밑이 다 까맣게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대개의 큰 병원 응급실이나 입원실에 돌아다니는 ‘야매’ 약장사가 의료진들 몰래 보호자를 유혹하여 뭔 약을 팔고 도망간 것입니다. 그 묘약이란 게 대나무를 태워서 만든 진액 같은 것인데 이것을 코에 집어넣으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구라를 친 것이죠. 의료진들은 복어 독 중독의 고비를 넘긴 환자들의 예후를 대개 알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런 정보가 없는 보호자들은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 안절부절 못하다가 급기야 야매한테 사기를 당하고 마는
쌩뽀쌩마... 대체 무슨 주문일까요? 저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다닐 때까지 외우는 것이 하도 많아서 이젠 첫글자를 따서 외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역대 왕의 순서, 금속의 이온화 서열, 주기율표, 12개의 두개신경(cranial nerves).... 지금도 머리를 툭 치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옵니다.그렇다면 '쌩뽀쌩마'는? 생 떼스테프, 뽀이약, 생 줄리앙, 마고의 앞글자입니다. 이 순서가 지롱드 강 하류에서부터의 와인지역 이름인데, 보르도 시에서 이 동네로 간다면 결국 마고, 생 줄리앙, 뽀이약, 생 떼스테프 순서로 나타나게 되겠지요.클래식에 입문을 하면 대개 모차르트부터 시작합니다. 귀에 익은 멜로디들도 많고, 단순 반복도 있으며 무엇보다 흥겹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들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바하와 베토벤은 대개 두세 번째로 빠져듭니다. 그 뒤부터는 자기 마음대로 나다니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겁도 없이 현대음악까지 듣기도 합니다만, 어느 정도 클래식의 고수가 되면 다시 모차르트, 바하, 베토벤으로 돌아온다고들 합니다. 다만 연주자를 달리하며 심도 있게 듣는 것이죠.바하의 경우엔 초심자들은 브란덴부르그 협주곡 같이 귀에 착착 감기는 곡을 좋아하다
음식과 술의 궁합을 따질 때, 음식이 과도히 자극적이지만 않다면 술의 원재료나 알콜돗수 등에 상관없이 잘 어울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한식은 맵고 짜다는 결정적인 난제가 있습니다. 하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막걸리나 맥주처럼 저알콜 음료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향을 지닌 술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동소주나 문배주, 진도홍주 등과 같은 증류식 소주들은 알콜돗수가 무척 높은데 어찌 한식과 어울린다고 할까요? 아마도 그런 고알콜 가양주들은 양반 가문에서나 맛 볼 수 있는 귀한 것이었을 겁니다. 저잣거리의 허름한 안주로 먹던 술이 아닌 것이지요. 그러니 좋은 술안주 즉, 기름기가 좌르르 흐르는 반찬과 고기 안주로 마셨을 터이니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었겠지요.그렇다면 중식은 어떤 술과 어울릴까요?(순전히 제 경험이긴 하지만) 우리와는 반대로 알콜돗수가 높고 향이 강한 술이 중국음식과 어울립니다. 항주나 상해 쪽의 약간 싱거우면서도 향이 강하지 않고 단맛까지 나는 음식인 경우에는 와인 정도의 도수까지 내려가도 무방합니다. 그러니까 소흥주 정도가 어울리는 것이죠. 소흥주는 약간 향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데워서 마시면 부드럽게 잘 넘어갑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고단한 근현대사가 녹아있는 도시입니다. 제물포항이 개항을 하고, 경인선 철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놓였다고는 하지만 광복 전후까지는 초라한 항구 도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상륙할 때의 인천 시가지 모습을 보면 초라한 시골 마을 같다는 느낌까지 들거든요.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대거 월남한 이북 사람들과 일자리를 찾아서 올라온 충남 해안가 사람들 그리고 전라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시는 급팽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살던 제물포 토박이들과 김포, 강화 쪽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산업화와 더불어 외지인들이 몰리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메가시티가 되었습니다. 비록 엉성했다고 뒷말이 나오긴 했지만 아시안게임까지 성대히 열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도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천의 독특한 출신지 분포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골머리를 꽤나 썩였습니다. 토박이는 물론이요, 황해도와 평안도 향우회, 충청도 향우회, 호남 향우회를 골고루 쫒아 다녀야 겨우 표가 나올지 말지 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강원도나 경상도 사람들이 소수파인 것이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거꾸로 입후보자 자신이 위에서 언급한 특정지역 출신이라면 기본적으로 25% 정도
중국의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화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럽은 물론이요 알라스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뒷골목에서도 스시집 혹은 중국집을 하는 화교들을 심심찮게 보아왔으니까요. 그 옛날 철도노동자로 미국과 호주에 진출했던 중국 사람들의 후예들도 여전히 그 나라의 구석구석에 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 해도 국적기가 취항하는 대도시 근처에만 몰려 사는 경향이 강합니다. 게다가 교포들끼리만 왕래나 거래를 하고, 항상 국내 소식에 쫑긋하며 사는 까닭에 발 하나는 항상 한국에 걸치고 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화교들은 이민을 간 그 나라에 완전히 동화를 하면서도 자기네 언어나 음식문화, 풍습 등을 절대 잊지를 않더군요. 그런데 전 세계로 퍼진 화교들 중에 가장 핍박을 받았던 화교는 바로 우리나라로 왔던 사람들입니다. 임오군란 이후 산둥반도 쪽 사람들이 인천에 정착을 했고, 이후 방사상으로 퍼져 전국 방방곡곡으로 진출을 했지만,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그들은 엄청난 제약과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동남아 경제권을 쥐고 흔드는 화교들을 보면 한편으론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긴 듭디다만) 현금을 선호하는
제 헤어스타일을 두고 사람들은 시쳇말로 '구리다'라고 말합니다. 이름 있는 헤어 스튜디오에 가서 커트를 하거나 조금 기른 뒤에 퍼머를 한번 해보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25년간 한 이발소를 다닌 까닭에 그 아저씨를 도저히 배신할 수가 없는 그런 '으~리' 때문입니다. 그 이발소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는 1인 시스템입니다. 머리를 깎아야 하고, 면도도 해줘야 하며, 머리도 감아주고, ‘비타 500’ 같은 서비스 음료수도 따주고 그리고 계산까지 직접 하십니다. 손님이 몰릴 때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구조이지만, 그래도 딴 곳에 눈길을 준 적이 없습니다. 25년 전 요금이 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2천 원이 올라 만이천 원입니다. 물가상승률을 따져 보아도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요금이지요. 잔돈이 없는 날은 그냥 만 원에 해주시기도 합니다. 저와 이발소 아저씨와의 이런 의리는 요즘 문제가 된 어느 기업인의 로비 방식인 ‘기브 앤 테이크 으~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한 때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 뜬 적이 있었지요. 특별한 이벤트를 해야 하는 손님들에겐 더 없이 좋은 시스템이고, 세프와 교감을 하며 식사를 할 수가 있어 인기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The Open'이라 하면, 영국하고도 스코틀랜드 땅에서 벌어지는 메이저 골프대회입니다. 대략 4대 메이저 대회 중에 역사와 정통성으로 따지면 가장 권위가 있지만, 요즘은 마스터즈나 US Open에도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워낙 그 쪽의 날씨가 변화무쌍하기도 하고, 코스도 양떼나 기르던 잡초투성이라 골프 치는데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때문에, 실력과는 무관한 결과가 종종 나오기도 하여 우승자가 예상했던 선수와 매번 다른 걸로 유명합니다. 'The Open'은 이제 일반 PGA 대회 수준 일보직전까지 떨어진 분위기이긴 하지만, 아직 골프의 종가 대우를 해주는 것은 골프가 전통과 예절 존중의 운동이기 때문이겠지요.'The Times'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영국 사람들도 외면하는 신문이 되었지만, 아직 자기네가 신문의 표준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영어에서 'The'를 쓰고 그 뒤에 일반명사를 쓰면 가장 대표되는 것, 표준인 것... 뭐 대충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강남을 지나가다 '더 성형외과'라는 간판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 적도 있고,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더 레스토랑'이라는 밥집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콧방귀를 낀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네들이
아주 오래 전, 부산의 어느 판사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상한 위헌청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무면허 '돌팔이 의사'면 어떠냐? 누가 치료하든 병이 낫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의료법에 의해 면허를 받은 자만이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위헌이라는 그런 주장을 편 것이죠. 당시 부산에는 각종 암을 고친다는 유명한 돌팔이 한의사가 있었을 때였습니다. 약의 주성분은 한약재라고도 할 수 없는 독극물에 해당하는 것이었죠. 실제 그 약으로 몇몇 암 환자는 완치를 하였다는데 실제 뒷조사를 해보면 1차적으로 병원에서 외과적 수술은 기본으로 받았고,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경우나 거부한 경우였습니다. 만약 그 위헌청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아마도 국가적 대혼란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게 위헌이라면 판사, 검사 혹은 변호사라는 직업도 굳이 면허가 필요 없지요. 경찰서나 구치소에서 빼내 줄 수 있는 브로커가 더 싸고 유능할 수도 있고, 각종 민, 형사 사건도 법 대신 조폭 주먹이 더 빠르게 해결할 수가 있거든요. 사실 국가라는 것은 최소한의 규범이 필요하고,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을 위임하기 위해 일부의 사람들을 선발하여 면허를 주는 것이 통례인데 이를 부
'복지'라는 게 사실 그렇습니다. 그 좋다는 걸 누가 마다하겠습니까만, 일단 시행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죠. 요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은 남유럽 사람들이 복지축소 때문에 시위를 하는 경우를 봐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복지라는 놈은 일종의 '하방 경직성'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저희 치과의 경우도 주5일 근무의 달콤함에 빠진 결과, 이제는 초과근무 수당을 더 준다 해도 추가 근무를 사양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경제 사정이 좋질 않아도 1박2일 여행 맛에 수년간 빠지다 보니 마치 마약 중독처럼 되어 이젠 벗어나기 어려워졌습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끊임없이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만큼 이제는 그 '정도'나 '수준'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양방의 병의원들에 비해서 영세한 치과들의 경우, 복지를 꼭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조금 넘겨 진료를 마쳤을 경우에도 결국 '돈'이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방식의 대처는 올바른 대처법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여전히 직원들 입은 삐죽 튀어나와 있거든요. 제 나름대로의 보상은
'도다리국'은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도다리쑥국'은 일 년에 한 달에서 한 달 반 남짓, 그것도 초봄에만 맛 볼 수 있습니다. 쑥 향은 이미 날아갔고, 질겨서 끊어지지도 않는 ‘개쑥’도 상관이 없다면야 도다리쑥국은 '사철음식'이 되겠지만, 시대는 이제 '제철음식' 제대로 먹기가 대세 아니겠습니까?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해쑥'도 일반 뭍에서 나는 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남해안과 섬 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른 봄에 땅을 뚫고 나온 '해쑥'만이 도다리쑥국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거든요. 게다가 음식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도다리마저 봄이 되어야 물이 한껏 오릅니다. 오죽하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생겼을까만, 진짜 봄 도다리는 살이 탱글탱글하고 찰집니다. 꼭 도다리만 넣어야 쑥국이 완성되지는 않지만, 광어나 가자미를 넣어서는 일단 맛도 맛이거니와 쑥과 어우러지는 풍미도 별로이고, 쑥국을 부르는 말의 운치도 나지 않습니다.경남 통영은 도다리쑥국의 본향입니다. 물론 거제도를 비롯하여 인근의 큰 섬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통영시가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은 사실이지요. 게다가 각종 언론에서 해마다 봄소식을 전할 때 도다리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