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비몽사몽 1 : 위고, 톨스토이의 계몽사상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18>

  

 

   문명의 기원을 조손(祖孫)관계에서 찾은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다.  농경을 익혀 삶에 여유가 생긴 인간, 노동에서 풀려나 어린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틈틈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흘러간 이야기들.  바로 교육과 역사의 시작인 스토리텔링이다.
 중구난방의 얘기들이 정돈되면서 신화와 역사가 탄생한다.  제정(祭政)일치의 원시사회에서 신화는 무당에게 힘의 원천이었고, 공동체가 국가로 진화하면서 역사는 통치권을 뒷받침하는 무기가 된다.  역사상 개국(開國) 영웅은 반드시 탄생설화를 갖고 있다.  허황된 중국식 과장은 기본이요,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좌파 국가의 ‘제2의 천성’이 ‘역사 위조’임을 예언하고, 전담부서 이름을 진실성(Ministry of Truth)이라고 비틀었다.  공개된 옛 소련 문서를 들추지 않아도, 명백한 김일성 남침을 북침이라고 우기는 새빨간 거짓말은, 그중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작은 도시국가의 집단 그리스는 철학과 시민을 위한 경기장과 연극이 있는 원조 민주국가였다.  지중해 중계무역과 수많은 노예의 고통 위에 쌓은 여유 덕분이었다.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로마시대, 귀족들은 다투어 그리스 가정교사를 두었다.   지적 배고픔을 달래려는 허영이었을까?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칼을 들어야하는 시민을 위하여, 빵과 서커스(격투기 경기) 제공은 황제의 의무였다.  이집트 등 속주에서 거두는 식량과 지중해권의 유통이익 및 전쟁의 전리품(노예 포함)으로 벌은 경제적 여유가 지탱해준 문화였다.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교황이 군림한 중세는 인류문명에 역주행한 ‘암흑기’였다.  이를 무너뜨린 르네상스의 저력은 메디치가로 대표되는 유통과 금융에서 얻은 부의 축적, 즉 여유다.  문자 그대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철학과 문화예술을 되살려 인성을 찾자는 부흥운동이며, 이슬람이 지켜온 지식과 문물이 그 바탕이 된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어 대항해시대로 인류의 시야가 넓어지고, 신대륙의 금과 은이 쏟아져 들어와, 유럽의 부와 여유는 더욱 부푼다.  인쇄술과 종이 공급과 종교개혁으로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문학의 꽃이 핀다.  얘기를 재미있게 꾸미려고 과장과 곁말이 들어가 소설(fiction)이 되고, 고저장단과 추임새를 덧붙여 노래와 율동이 발전하니, 인간의 삶도 사회공동체도 더 풍성해진다.  근세 인기 작가들은 소설 한편이 히트하면 집 두 채를 샀다고 한다.  로마시민 일인당 75드라크마를 남긴 시저에 비하랴마는, 레미제라블의 위고는 임종 시에 극빈자를 위한 관 값으로 5만 프랑을 남겼다.  황금의 저주인지 스페인의 독주(獨走)를 영국이 접수한다.  삼각무역의 흑 역사를 시발점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에 따른 부와 여유가 절정에 달하자, 빈부격차의 극대화와 자본가·노동자 개념의 확립에 이어, 이념의 대립이 시작된다.  

 

   문학이 꽃피던 시절, 시간·거리·경제의 제약으로 연극과 콘서트에 갈 수 없었던 서민들은, 책 한권이 주는 꿈속에서 소공자·소공녀가 되거나 백마 탄 왕자를 기다렸고, 용감무쌍한 단테스·달타냥이 될 수 있었다.  부를 쌓은 엘리트 작가들은 회의에 빠진다.  언제까지나‘기구한 운명의 장난’과 ‘사랑타령’ 만 쓸 것인가?
 대혁명의 와중에서 짓밟히는 파리의 극빈자들을 접한 위고는, 19년 망명생활 중에 ‘레미제라블’을 썼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 국민의 감동을 얻는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화려한 모스크바를 버리고 시골 농지에 내러가 새 삶을 시작하는 콘스탄틴과 키티, 그들은 바로 농민계몽과 신 공동체운동을 꿈꾼 톨스토이 자신의 아바타였다.  오랜 압박의 역사 속에 소외되고 배우지 못한 최 하층민을 끌어 올려, 명실 공히 해방시키려는 계몽문학 - 참여문학의 선각자였다.

                              
* ‘시간이... 4’에서 ‘리히텐슈타인 건국에 정치적 냄새’라 함은 찰스 6세가 딸 마리아 테레사의 왕위 계승권을 위해 제국의회에 한 표를 늘린 사실을 말합니다.

 테레사의 딸이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투아넷이고, 아시다시피 찰스는 나라에 따라 칼 샤를르 까를이라고 읽지요.  수정판이 실수로 못 나갔기에 보충합니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