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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고약한 세상 5 : 어휘의 왜곡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10>


                 

   먼저 관행이었던 나쁜 말 두 마디를 인용할 데에 대하여 량해(諒解)부터 구한다.
 다리 저는 친구를 놀리는 아이에게 엄마의 준열한 꾸짖음, “얘, 너는 문둥이(한센 씨 병)를 문둥아, 문둥아! 하고 부르면 좋겠니?”  마찬가지로 정신과 병동의 절대금기어가 “미친놈!”이란다.  사람은 천형(天刑)처럼 주어진 약점을 찌르는 막말을 삼간다.  TV 다큐에서 본 뻐꾸기의 탁란(托卵)은 끔찍하지만,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더 차지하려는 다툼은 친 형제간에도 치열하다.  건강한 형제가 병약한 한 마리를 집중 공격하여 둥지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어차피 엄혹한 생존경쟁을 견디지 못할 열성 DNA를 없애려는 자연도태요, ‘왕따의 기원’이다.  민주교육은 약자와 함께 가는 사회성을 기르자는 것인데, 어린 아이들은 아직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 전까지 평양 시내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었다는데, 패럴림픽 등 스포츠를 선전에 이용하려는 공산당 방침인지, 평양발 뉴스에 장애인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무늬만 종교인 절·교회처럼...  당과 수령을 위해 효용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도태시키는 전체주의 공산당의 생리 탓에, ‘빨갱이’라는 이름도 태어났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피와 혁명의 상징인 빨강색을 신성시하니, 사실 이 낱말은 욕설도 막말도 아닌, 극존칭(極 尊稱) 아닌가.  Red Army, Red Party 등등...

 

   ‘새빨간’ 거짓말은 영어로 Red lie, 선의의 거짓말은 White lie다.  프랑스혁명 때 시작된 이름 좌익(leftist)은 어딘지 어둡고 강퍅하며, Right는 ‘정의와 관대함’의 뜻도 있다.  오른 은 옳은, 왼 은 외골수의 냄새를 풍긴다.  몇 천 년을 증명·기억된 인류공통의 개념이다.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자는 공산주의사상은 아름답지만, 달인 급 숙련공과 미숙련 왕초보에게 분배가 똑같다면 그 자체가 역차별·불평등이요, 발전을 막고 파이를 줄이는 장애물임은 공산주의 실험이 증명한 바 있다.
 제정러시아 말 절대다수인 농노들은, 토지매수대금과 높은 이자로, 해방 반세기가 지나도 지주에게 더욱 깊게 예속된 비참한 존재였다.  다시 세계대전의 짐까지 덮치자, 세균이나 독버섯처럼 ‘음습한 지옥’을 기다려온 공산당은, 무상분배·평등사상을 선동하여 혁명을 성공시킨다.  붉은 러시아는 곧 혁명수출에 들어가나(코민테른의 목표: 무력 등 모든 수단으로 세계소비에트공화국 창설; 1919), 백여 년 전 프랑스의 혁명수출에서 면역을 얻어, 이미 저만치 앞서간 유럽제국은 속지 않는다.
 전쟁배상금과 살인적 인플레(1조 마르크를 1렌텐마르크로 화폐개혁, 1923)에 불구하고, 독일의 높은 교육수준은 소비에트 혁명공략을 물리치지만, 의도와는 달리 “공산주의자의 파업과 폭동을 박멸하겠다.”고 공약한 히틀러 집권에 기여하였다.

 

   독일의 영원한 숙적인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에 공산주의자가 많았는데, 드골은 1943년 말에야 비로소 망명정권에 공산당 간부를 영입한다(全國民代表라는 상징성).
 탈영과 사형언도로 모스크바에 망명했던 총서기 토레즈가 사면으로 돌아와, 과도내각에 참여, 드골에 협력한다.  덕분에 부통령까지 역임했지만, 현재는 그저 군소정당중 하나다.  백범은 통합임정 국무총리였던 이동휘가 공산혁명동참을 제안하자, 코민테른 지휘명령에 반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고, 이를 계기로 헤어졌다고 한다.
 ‘빨갱이’는 함부로 쓰면 안 될 막말은 맞지만, 해방 전후에야 일반화된 어휘다.
 무능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은 대한‘제국’이 국권마저 빼앗기자, 독립과 건국의 뚜렷한 ‘지향점’을 상실한 일부 우국지사들이 길을 잘못 들어, 무정부주의자나 공산주의자로 일탈하였다.  이런 사실을 빌미로 독립운동가와 공산주의자를 한데 묶는 시각은, 지극히 좁은 단견이거나 불순한 의도로 왜곡된 거짓 역사관이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