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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전문의시험 업무 치병협에 줄 수도 있다"

복지부, 치협 '절대 반대'에도 업무위탁 대상 확대

 

치과의사전문의 시험 업무 위탁 대상이 치과의사회에서 '의료 관련 법인'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확정, 공포했다. 따라서 이 개정령이 시행되는 11월 이후부터 보건복지부는 치협이 맡고 있는 치과의사전문의 시험 업무를 치과계내 다른 의료 관련 법인인 치과병원협회나 치의학회에 이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치과병원협회는 치과의사 전공의 임용시험을, 치의학회는 치과의사전문의 통합치의학과 오프라인 교육을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 규정에도 불구하고 당장 전문의 업무를 치협에서 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치과병원협회가 전문의 시험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국가시험을 관장하기엔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이고, 치의학회 역시 치협에서 예산 및 인력 지원을 받아 운영될 정도로 자립도가 낮은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치협의 '절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령이 그대로 확정됐다는 데에 있다.


치협은 개정령안 입법예고 당시 복지부에 수차례 부당성을 지적하는 한편 안민호 법제담당 부회장과 이종호 학술 부회장, 조영식 총무이사, 조성욱 법제이사, 이부규 학술이사, 안형준 수련고시이사 등으로 TF팀까지 꾸려 대책을 논의하는 법석을 떨었었다. '기수련자 및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 등 전문의제도와 관련한 주요 절차들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도에 불필요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국무회의에 의결을 주문하면서 치협의 반대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이라고 적어 두었다. 마치 가야할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당당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의료계의 경우를 제도의 롤 모델로 삼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현재 전공의 선발과 교육에 관한 사항은 병원협회가, 전문의 자격시험 업무는 대한의학회가 맡고 있다.  따라서 시차는 있지만, 치과계도 한의계도 전문의 배출에 관한 한 결국 같은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복심처럼 보인다.
복지부가 치협에서 전문의 시험 업무를 빼내 가려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협회비를 전문의 응시자격과 연계시켜온 치협의 관행이 잦은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응시자격에 협회비 완납 연계'가 발단

 

이 문제는 지난해 치협이 경과조치 대상 기수련자의 응시자격에 협회비 완납증명서를 첨부토록 요구하면서 촉발됐는데, 일부 장기 미납자들이 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해 치협은 행정명령은 물론 공정위 압수수색까지 받았었다. 그럼에도 치협이 '회원간 형평성'을 들어 오히려 민원인들을 설득하고 나서자 복지부는 곧바로 관련 규정 정비에 착수했고, 그 결과가 이번 개정령으로 나타난 것. 결국 치협은 '회비 형평성의 원칙'을 포기하든지, 전문의 시험 업무를 내놓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내몰린 셈이 됐다.

과연 치협은 어느 쪽 주먹을 펼 수 있을까? '둘 다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첫째, 회비는 사단법인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공정 회비의 원칙이 무너지면 협회는 설 자리를 잃는다. 김철수 협회장이 지난 대의원총회에서 회비 20% 인하 공약이 무모한 포퓰리즘이었음을 인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비가 20% 적게 들어오면 치협의 힘도 20% 줄어든다. 하물며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에게 보수교육 점수도, 전문의 응시자격도 똑같이 허용한다면, 그러면 당장 '회비는 누가 내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둘째, 전문의 자격시험도 포기하기 어렵다. 이 역시 예산의 문제인데, 경과규정에 따라 응시자 수가 늘어나면서 전형료 자체가 하나의 수입원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기수련자를 포함해 2500여명이 시험을 봤고, 올해는 700여명이 응시했다. 여기에 치과의사전문의 통합치의학과 오프라인 교육 수강자 수만해도 3,747명에 이른다. 오는 7월 21일부터 실시될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들이 납부해야 할 전형료가 4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 크기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 전형료 수입을 치협은 전문의 시험 별도회계로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일반회계에 차입해 사용한다.


이 졍도면 치과병원협회가 욕심을 낼 만한 사업이다. 보건복지부 또한 회비 문제가 성가신 치협 보다 치병협에 시험 업무를 맡기고 싶을지 모른다. 둘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건 시간문제. 치협 입장에선 '절대 반대'만 되뇌이다 이번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그러므로 개정령이 시행되는 11월 8일 이전에 김철수 집행부는 어떤 식으로든 복지부와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 전면에 치협이 그토록 설치를 염원했던 구강정책과가 버티고 있어 유감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아래는 이번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의 주요 내용.

 

 

'치과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 주요내용

출산 여성전공의의 수련기간 단축(제5조)
치과의사 전공의가 수련기간 중에 출산한 경우 수련기간을 수련기간에서 3개월을 제외한 기간으로 하고, 수련병원 변경으로 인한 수련 중단 시 수련이 중단되는 기간은 2개월의 범위에서 수련기간에 포함하여 계산하며, 휴가 등으로 인해 수련을 하지 못하는 경우 수련하지 못한 기간만큼 추가수련을 하는 방식으로 수련연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

전공의의 겸직 금지(제14조)
치과의사 전공의의 겸직금지 범위를 의료기관이나 다른 보건관계 기관에 근무하는 사항으로 명시하고, 수련기관 변경으로 인해 다른 의료기관에 임용된 경우는 겸직이 아닌 것으로 간주

지자체에 수련치과 병원 수련상황 확인 지시(제15조)
보건복지부장관이 수련상황 감독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지자체장에게 수련상황 확인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함

외국 수련경력 인정 대상 규정(제18조 제1항)
치과의사로서 외국 의료기관에서 소정의 치과의사 전공의 수련과정 또는 이에 준하는 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치과의사전문의 자격 인정 대상으로 하되 예방치과의 경우 수련기관에서의 수련도 인정함
 전문의 시험 업무 위탁 대상 확대(제18조 제2항)
치과의사회 이외 의료관련 법인에게도 전문의 시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