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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또?.. 잘 나가던 50대 교수의 '성추문'

여자치의회, 'K교수 제자 성추행' 강력 규탄

대한여자치과의사회(회장 박인임)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대치과대학 K교수가 전공의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 전공의가 여자치과의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더구나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조선대에서 고위 보직을 맡고 있고, 자신의 활동을 치과계 신문에 홍보하는' 치과계에선 누구나 알만한 그 K교수여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 사건은 벌써 지난달 26일부터 지역 신문과 연합뉴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학술대회 참석차 서울을 찾은 K교수는 행사가 끝난 뒤 함께 온 전공의 3명과 술을 마셨고, 밤 9시쯤 이 술자리에서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것.

피해 여성 전공의는 이 일에 대해 광주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선대 양성평등센터에도 진정서를 냈지만, 대학측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고, 가해자인 K교수도 "다른 대학원생까지 4명이 좋은 분위기에서 술을 마셨고, 어깨동무를 하는 과정 중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 사건으로 인한 고통은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피해 당사자인 여자 전공의는 짧은 기간 몸무게가 6kg이나 빠질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 일이 공론화 되면서 마침내 지난달 29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가 피해자와 마주 앉았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여자치의회는 곧바로 가해자인 K 교수가 조선대 고위 보직에 있는 점이 진상조사 및 피해자 보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조선대 총장직무대행에게 전달하는 한편, 양성평등센터장에게도 초기 대응이 늦었던 점을 따지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또 치의학전문대학원장에게는 가해 교수가 피해 여성치과의사의 전공 지도교수인 점을 감안해 향후 대책을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1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오는 3일에는 조선대를 항의방문키로 했다. 성명서에서 여자치의회는 "피해자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인 K모 교수는 '만취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친근감의 표시일 뿐인데,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사주한 것 같다'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며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고, "피해자는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를 다니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기간에 K 교수는 자신의 활동을 치과계 신문에 홍보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등 뻔뻔스러운 행보를 이어갔다"고 호소하면서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당장 분리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여자치의회는 여성변호사회 등 여성단체들과 연대해 향후 2차, 3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피해 여성치과의사를 보호하는 한편 부당한 압력없이 진실을 밝혀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아래는 지난 1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

 

 

성명서 "조선대 K모교수의 제자 성추행을 규탄한다"

 

 미투를 통해 권력형 성폭력의 구조적 악이 드러난 가운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성추행이 조선대학교에서 일어났다. 이 대학의 고위보직을 맡고 있는 K모 교수가 대학원 제자이자 같은 과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여성 치과의사를 강제 추행한 것이다. 지난 3월 초, 교육의 연장선상인 학술대회 참석 후 일어난 일이라 더욱 어이가 없다.
 우리가 소중한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교육을 해달라고 위임하는 것은 높은 학식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도록 성장하기를 바래서이다. 특히나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을 교육하는 교육자는 전문적 지식과 함께 고도의 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존중을 갖추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K모 교수는 이렇게 위임된 교육자로서의 권한을 성추행을 하는 권력으로 악용하였다. 천인공노할 일이며 그 어떠한 변명도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피해자인 여성 수련의는 이후 정신적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짧은 기간에 체중이 6Kg이 빠지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인 K모 교수는 만취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친근감의 표시라거나,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동석했던 동료들을 불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사주한 것 같다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며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
 피해자는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를 다니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기간에 K모 교수는 자신의 활동을 치과계 신문에 홍보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등 뻔뻔스러운 행보를 이어갔다. 자기 성찰이 없는 권력은 괴물이 된다고 했던가? 대학의 고위 보직을 맡고 자신이 만든 재단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홍보하는 이면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결여된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고도의 지성과 도덕을 갖추어야 할 교육자가 제자를 성추행하였고, 사건발생 후 3주가 지났는데도 학교에서 아무 조치가 없어 병원의 분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대학 내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해도 긴급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여자치과의사회는 회원인 여성치과의사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를 다하고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당장 분리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진행하라.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미루며 2차 3차 가해를 하며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교육기관에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조선대의 여교수들이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학교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는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여성단체와 연대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것이며, 그 어떤 부당한 압력 없이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도울 것임을 천명한다.

 

                                                                                  대한여자치과의사회 회장 박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