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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얼라들은 가라 1 : 맛 집 이야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82>


   석가모니 열반 후 56억7천만 년이 지나면 아미타불의 세계는 끝나고, 미륵불이 사바시계에 출현하여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니, 미륵은 미래의 부처요 불교는 희망의 신앙이다.  논산군 은진면 관촉사의 미륵불이 보물지정 55년 만에 국보323호로 승격했다는 보도를 듣고 반세기만에 다시 찾았다.  삼등신의 과분수(過分數)에 투박하고 기괴한 고려불상은, 못생겨서 죄송한 게 아니라 보면 볼수록 정이 든다.  이왕 온 김에 10킬로쯤 떨어진 황산옥 본가에 점심 예약을 했다.  5월 초라서 아슬아슬하게 별미 우어 회를 건졌다.  식감이 가자미 세꼬시를 살짝 닮은 회무침은, 소주가 너무 술술 넘어간다는 게 유일한 단점(?)인데, 5월 중순을 넘기면 가시가 억세서 못쓴다. 

 카운터에서 우어 젓을 사서 한 달을 즐겼다.  상치에 더운 밥 한술 그 위에 우어 젓 한 젓가락을 얹으면, 꼭꼭 씹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대여섯 번을 못 버티고 꼴깍 넘어간다.  짭짜롬 하기는 어리굴젓 조개젓의 중간이요, 식감은 멸치젓 아가미 젓 사이쯤이다.  중독성이 강하니까 계절의 풍미로 일 년에 딱 한 병만 즐기시라.


   신문이나 TV나 사방이 먹 방이다.  뉴스는 넌덜머리가 나고 드라마는 막장이며 연예가 스캔들이나 격투기 재방송뿐이라서, 온 국민이 단세포적 구강기(期)로 퇴화한 탓이다.  국어학자들이 치를 떨던 단어 ‘먹거리’가 국어사전에 시민권을 얻고,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도 생겼다. 

 필자도 고 민관식 장관 부인인 김영호여사의 한식요리 책 ‘앞치마에 담긴 보람’을 갖고 있다.  민장관의 관운(官運)에는 박정희 대통령 만찬회 준비를 도맡았던 김여사의 내조가 컸다고 한다.  이대 후문 옆 ‘마리’에서 딱 한 번 여사의 손맛을 본적이 있고, 한식의 권위자 김상보 교수의 저서도 몇 권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에게는 딱딱한 학문서적보다 대중적인 칼럼이 더 좋다.  오키나와 출신 요나구니 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은 열독중이고, 요리쌤 홍지윤의 ‘오늘은 뭐 먹지’나 ‘국수주의자’ 박찬일 요리사의 ‘면(麵)’ 이야기 등 셰프들은 글 솜씨도 좋다.  요리사보다 사업가인 백종원씨는 쉽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맛있는 정보와 즐거운 시각을 제공한다. 

 아마추어 미식가(Gourmet)의 글이 더 흥미로운 경우도 많다.  우리 동네 석창인후배의 ‘밥집 이야기’나 조재오원장의 ‘음식탐구’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두 분은 ‘우어 회’ 맛 소개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 좋은 먹 방 중에도 필자가 기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국민MC 신동엽이 나와도 얄짝 없다.  입맛은 저 각각이요 개 중에 몹쓸 개가 선입견·편견이라고 하지만, 이 방송 출연진은 어깨에 힘주고 목소리 깔면서, 멋진 멘트 날리기 시합을 한다.  특히 황교익씨는 받아 적을 내용도 별로 없으면서, 교수 강평처럼 폼 잡는 말투가 거슬려, 나도 모르게 채널이 돌아간다.


   맛은 가장 원초적 본능, 육감(肉感)의 영역이다.  학문의 깊이나 조리의 경력과 또 다르다.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포만감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인터넷 파워 블로거들은 영원한 ‘을’인 요식업자들이 떠받드니까, 스스로의 ‘갑 질’에 취하여 세상을 쉽게 보는 ‘착시 증(症)’환자가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외수씨가 영역이탈을 하다가 된서리를 자초한 적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 황씨가 밥집 백 선생을 폄하한 것도 우습지만, 그건 동네 안의 일이라고 쳐도, JP의 서거에 왈가왈부는 삼복에 멍멍이가 달보고 짖는 격이다. 

 현역 정치인 중에 경륜과 감성과 국가기여도에서, JP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갈 인물이 있을까?  어른의 뜻을 모르는 얼라들은 망인의 가시는 길에 입을 다물라.  그보다도 “TV 맛 집에 나오지 않은 집”이라고 써 붙인 깊은 뜻을 되새겨, 먼저 스스로 분수를 찾자.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