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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곤지암의 추억 2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76>


   2000년 봄 곤지암 CC에서 전국치과의사골프대회가 열렸다.  사이렌(본래는 총소리)에 맞춰, 40팀 150여명이 18개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Shotgun) 스타트는, 서부영화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관이다.  회장단 팀의 점 5천 원짜리 지하경제에 말려든 만년핸디 18의 필자는, 당연히 엄청난(?) 부채를 졌는데, 설상가상으로 난이도 높은 마지막 홀(레이크 9번 파 5)에서 티샷을 잠수(潛水)시켰다.  동반자 셋이 모두 희색을 감추느라 어쩔 줄 모른다.  제4타에도 한참 멀었는데, 자포자기로 그저 폼생폼사 친 공이 그린에도 못 미치더니, 통 통 빙그르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간다.

 파!  입이 딱 벌어진 세 사람은 보기와 더블을 하고, 계산은 당연히 따-따블이니, 한방에 진 빚을 다 갚고도 남는 장사였다.  진짜 경사는 마운튼 코스 1번 파5에서 경기지부 모 회원이 친 세컨드 샷이 그대로 들어간 것.  소문으로만 듣던 전설의 알바트로스다.  샷건이 늘 그렇듯 라커룸도 식당도 도떼기시장인데, 시상(施賞)까지 지각이다.  알고 보니 일요일이라서 일찍 퇴근한 사장님이 알바트로스 패를 주려고 다시 정장을 하고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단다.  골프장 개장 8년 만에 첫 경사라니  패도 으리으리하지만, 부상(副賞)이 무려 곤지암 1년 무료회원권이었다.


   ‘쑥스럽거나 비호감이거나’  잘해야 본전인 골프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LG 그룹의 마음 씀씀이를 말하고자 함이다.  첫째 수도권의 명문 골프장에 회원은 불과 300명?  상당수는 사회기여도 높은 단체장을 심사하여, 년 3백만 원에 회원권을 발급한단다.  당시 이기택 협회장도 그런 케이스.  둘째 날고기는 회원들의 불평을 무릅쓰고, 황금 같은 봄철 일요일을 치과의사협회에 할당해준 센스.  셋째 그룹 계열사 CEO가, 단체모임의 시상을 위해 일요일 오후에 정장을 하고 출근하는 성의, 등등이다.  더불어 FDI 총회를 개최하고 개막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여 축사를 하며, 복지부에 구강보건과를 창설하고 협회장이 전 의료단체를 대표하는 직책들을 역임한 것은 물론, 명문 골프장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한 당시 우리 협회의 위상도 기억하고 음미해야 할 역사다.  여건은 어려워졌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모으자.


   금강산 관광으로 돌아가 본다.  우리가 타고 간 풍악호의 접안(接岸)시설, 금강산에 이르는 포장도로와 주민접근을 막는 철조망, 좁은 길에서 교행(交行)이 가능하도록 특수 제작한 셔틀버스.  모두가 현대그룹의 무상 제공이었다.  배에서 숙박하는 이틀간, 북한은 두 번의 입국 료($50 x 2)를 또박또박 챙겼다.  360mm 망원렌즈는 금지라는 정보에 180mm 두 개를 가져갔던 M 이사장은 당연히(?) 압수를 당했다.  

 돌아갈 때 반환해준다고 했다.  우연히 우리 부부와 짤막한 대화를 나눈 북측 가이드는, 달러는 받지 않아도 초콜릿은 맛있게 먹었다.  분명히 선발과정을 거쳤을 20대 후반의 순박한 미남 청년은, 170cm 키에 검고 깡마른 체격이었다.  에너지 수급에 적자가 나면 동물은 제 몸을 땔감으로 쓴다.  처음에는 얼굴이 누렇게 뜨다가 반복이 되면 검게 탄다.  가난과 재채기는 숨길수가 없다고 하지만, 왠지 슬퍼졌다.

 조합 간부라고 하니까 그들의 셈법으로는 VIP다.  돌아올 때 지역 책임비서가 단정을 타고 풍악 호까지 배웅을 나왔다.  30분쯤 담화를 나누면서 압수당한 망원렌즈 얘기를 꺼내니까, 자기로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단다.  일당독재의 전체주의국가에서 이런 물건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다.  풍계 리 핵실험시설 폭파현장에서 우리 기자들은 철저하게 뺑뺑이를 당했고, 외국기자들도 방사능 계측장치 등을 압수당했다. 

 자유국가라면 문방구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그네들한테는 국가기밀 희귀 장비다. 서방기자들이 돌아올 때 몇 푼 안 되는 그 장비를 돌려받았는지가 궁금하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