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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협회 돈 2억3천만원이 김 전 회장에게 넘어갔다'

공탁금 · 변호사비 명목.. 적법성 논란

김세영 전 회장이 또 다시 금전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주체가 아니라 일방 당사자의 입장이란 점이 조금 다르다면 다르다.

문제는 치협이 김 전 회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2억33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치협은 지난 7월 정기이사회에서 1억4천만 원 지급 건을 다루면서 '김 전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공탁금 형식으로 치협에 맡긴 돈이므로 이 건이 무혐의 처리된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8월 이사회에서도 임원들은 김 전 회장의  변호사 수임료 9300만 원의 지급을 별다른 논란없이 통과시켰다. 덕분에 김 전 회장은 두 달 새 2억3300만 원이란 거금을 치협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 돈을 청구했고, 또 치협이 어떤 검증과정을 거쳐 지급을 승인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돌려줘야 할 돈이라면 하루 빨리 돌려주는 게 맞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예산집행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우선 이 2억3300만 원의 성격부터가 명확치 않다는 것. '법원도 아닌 치협에 공탁금을 맡겼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며, 설사 그런 사실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1억4천만 원이란 큰 돈이 특정 개인에게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회계상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300만 원에 대해서도 관심있는 이들은 '이 건은 김 전 회장이 업무상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피소되자 개인적으로 선임한 변호사의 수임료이므로 치협이 전임 회장의 개인비리 소송에까지 법무비용을 대야 할 이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회원들도 '어디에 쓴지도 모를 거액의 미불금 때문에 피의자가 된 사람에게 치협이 그 사건의 변호사비까지 대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입을 모았다.  


전 집행부 법률자문으론 '업무상 배임'에 해당

 

당시의 정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직전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1억4천만원은 공탁금이 아니라 김 전 회장이 구속수사를 피하기 위해 검찰이 횡령으로 지목한 금액을 치협에 변제한 것'이라며, '당시 치협은 담당 검사에게 입금확인서를 제출했고, 이후 김 전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 '입금 당시 조건부 반환에 관한 얘기는 들은 적이 없으며, 따라서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선 자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혀 횡령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입증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계좌추적을 통해 찾아낸 이 돈은 26대 안성모 집행부가 모금한 의료법개악저지 성금 중 일부로, 27대를 거쳐 28대 집행부에 인계된 이후 마지막으로 1억2천만 원이 한꺼번에 인출된 뒤 통장 자체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9300만 원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당시 치협은 이 돈을 지급해도 되는지 법률자문까지 받았었다'면서, 이에 대해 '법무법인 로터스, 태인, 바른 등은 횡령 등 법령위반 혐의가 고소고발의 직접원인이므로 변호사비용, 벌금 등을 협회가 지급할 경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추면 김 전 회장은 미불금 지출결의서와 마찬가지로 의료법개악저지 성금도 돈을 빼 쓴 다음 통장 자체를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그 돈이 언제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알길이 없어진다.


  
하지만 치협은 '김 전 회장이 협회에 맡겨놓은 1억4천만 원을 반환하는 것이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자문 결과에 따라 적법한 절차와 논의를 거쳐 이 돈을 반환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윤 홍보이사는 공동취재단의 질문에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자료를 보여달라'는 취재단의 요구는 거절했다. 대신 그는 '감사 의견도 받았다'고 덧붙혔는데, 이에 대해 A 감사는 '지난달 14일 수시감사에서 이 돈이 지급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사전에 어떤 논의도 한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 자리에서 '이 돈을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은 치협으로부터 2억3300만 원을 지급 받은 김세영 전 회장에게도 전화와 문자 등으로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떤 명분으로도 회계자료 폐기 용납 안된다'


이번 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치협의 회계자료 관리가 너무나 부실하다는 점이다. 김 전 회장은 불법네트워크 척결 성금 관련 자료는 물론 임기마감을 앞둔 두달간 집행한 미불금 지출결의서를 폐기했을 뿐만 아니라 전 집행부로부터 넘겨받은 의료법개악 저지 성금 통장까지 돈을 모두 빼내 쓴 뒤 임의로 폐기했다. 그러므로 이 돈들이 언제 어디에 사용됐는지 본인 이외에는 아무도 알 수가 없게 됐다. 이 같은 행위가 회계감사에서도 대의원총회에서도 걸러지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것이 없어진다.

둘째, 예산집행의 기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하다못해 사무처의 비품 하나를 구입하는데도 품의 → 검토 → 지출결의 → 집행의 절차를 거치는데, 하물며 특정 개인에게 2억3300만 원을 내주는 일이라면 이 보다 훨씬 엄정하고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쳐야 할 것은 당연하다. 우선 예산집행의 원인이 있었느냐는 건데, 김 전 회장이 이 돈을 치협에 정식으로 청구했거나, 무혐의 처분이 나면 1억4천만 원을 반환하기로 한 계약서가 있든지 해야 원인은 성립한다. 9300만 원도 마찬가지이다. 지급의 적정성은 고사하고 치협이 금액을 적시한 변호사 수임 계약서나 확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행여 이걸 그냥 달라는 사람의 요구대로 지급키로 결정했다면 이거야말로 배임의 징후가 농후해진다.


치협은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업무상 횡령, 공갈, 증거인멸 교사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는 김 전 회장이 더 이상 돈 문제로 회원들의 의심을 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2억3300만 원 지급건의 전말과 관련 자료를 낱낱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덴탈투데이, 덴틴, 치학신문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