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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지식 인플레이션 현상

[최상묵의 NON TROPPO]-<57>


우리는 지금 과학, 의학, 기술 분야의 눈부시게 진보된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사회의 혜택을 누리면서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해서 긍정적인 예견을 하면서 낙관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식의 무한증가나 과도한 지식업적의 결과는 그 나름대로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지식의 업적들 중에는 매우 쓸모 있는 것도 많지만 상당한 것들은 극히 짧은 기간 동안 융통성을 발휘하다가 이내 잊혀지고 사라져 버리는 것들도 많다. 학문적 가치의 깊이가 없고 쓸모없는 이론들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지식의 태화현상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학문적 인식에 대한 불신감 마저 생겨나기도 한다. 지식생산의 인플레이션 파도 속에서도 반짝이는 중요하고 긴묘한 지식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하므로 우리는 학문적 연구를 게을리 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식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우리 인간에게 위협적인 공격의 화살을 겨누기도하고,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을 파멸로 이끌수도 있다.


특히 자연과학적인 지식의 진보는 인간적, 윤리적 기본소양이 빠져 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미래의 불안과 위협을 예견하기도 한다. 과학적 지식의 진보는 단순히 지식이 얼마나 많이 생산되고 축적되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고 그 지식 속에 이성과 지혜, 도덕과 책임이 더불어 스며있을 때 더욱 그 가치를 발휘한다.

오늘날의 많은 지식과 연구들은 순수한 의도로 시작된 의미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엉뚱한 길로 빠져들기도 한다. 우리들 앞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 공포는 지구상의 모든 문화를 일거에 파괴할 수도 있는 무서운 위력을 갖고 있으며 최첨단 기술로 농업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수반되는 환경파괴는 불가피한 응보로 남게 되었다. 또한 고도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의학분야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개선할 수는 있었지만 수많은 약품들로 인해 인간의 육체를 화학쓰레기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세상의 모든 일을 과학적 접근방식으로만 풀려고 하는 과학만능주의자들은 모든 현상을 인과관계로만 파악하려 들며 인간의 감성적인 판단데 대해서는 객관성이 없다고 회의적으로 생각함으로써 항상 인문학전 분야와 서로 충돌을 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이 신뢰성이 있다고 믿는 것은 가장 많이 검증되고 실험된 정확한 지식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학의 방법은 자연의 법칙을 규명하고 확인 하는데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지만 인간의 정신세계만은 과학적 법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과학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과학적 지식과 방법이 동원되어야 마땅하지만 아직 과학에 닿지 않는 곳에서는 과학지식이 나설 때가 아님을 스스로가 깨닫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과학의 진보가 필연적으로 인류의 진보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학지식의 급격한 증대로 인하여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무리하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함으로 해서 우리는 옛것을 무시하고, 버리며 새것만은 무조건 선호해 받아들이려는 관성에 젖게 된다.


문명사회에서 과학적 성과들에 대한 지식이 특수한 전문가나 몇몇 사람만의 전유물로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소유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 되어야만 공익성 있는 과학지식이 된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확신을 가진 지식은 아직은 없다. 미래에 대한 예측의 최상의 전략은 우리자신을 현재 조건에 가장 잘 적용될 패턴에만 고정시키지 말고 앞으로 출현할지 모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때문에 지식의 증가는 미래에 대한 밝고 명랑한 전망보다는 보다 어둡고 우울한 벽이 우리를 가로 막고 있는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적 업적들이 우리 눈앞에 현실화 되고 있다. 줄기세포의 연구, 복제인간, 유전자 서열 분석, 인공지능(AI), 우주생물학, 양자 컴퓨터 같은 문제들이 최근 관심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점점 더 급격히 변화하는 강력한 새로운 과학적 도구를 사용하면서 살고 있다. 도구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경험론과 인식론이 충돌하여 모든 것이 달라지려 하는 출발점에 서 있는 외로운 인간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최첨단 과학지식과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문화가 없었다.

우리자신의 본성과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하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문화에 대해 체념할게 아니라 새로운 지식 문화의 출발점에 서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과학이 아무리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발전을 거듭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우리자신에 대한 개념(self conception)은 변화되지 않고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과학과는 아무관계 없이 인간의 존재방식은 앞으로도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