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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록도병원 오동찬 부장, 이번엔 '청룡봉사상'

치협 윤광열치과의료봉사상 · 중외제약 성천상에 이어 세번째

국립소록도병원 오동찬 의료부장이 이번엔 청룡봉사상 인(仁)상을 수상했다. 치협 윤광열치과의료봉사상과 중외제약의 성천상에 이은 세번째 수상이다.

1994년 조선치대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95년부터 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해온 오 부장은 한센병 투병 후유증으로 입술이 뒤집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아랫입술 재건술'을 개발, 지금까지 500여 명에게 먹는 즐거움을 돌려주었다. 이번 선정도 그의 이같은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높이 산 것.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한해동안 밝은 사회건설을 위해 헌신해온 숨은 봉사자들을 발굴하여 충(忠), 신(信), 용(勇), 인(仁), 의(義) 5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발, 격려하는 사회공로상으로 올해로 51회를 맞았다.

다음은 조선일보에 실린 인상 수상자 오동찬 부장의 소개 기사.



한센인 500명 입술까지 고쳐준 '소록도 천사'

공중보건의로 와 23년째 근무, 아내도 소록도 간호사 출신
 
"장어탕 한 그릇 먹으러 가지. 오 부장 덕분에 이제 장어든 오징어든 다 잘 씹어 먹을 수 있응게."
전남 고흥군 소록도 주민 고모(82)씨가 오동찬(49)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고씨는 한센병 환자였다. 병은 다 나았지만 오랜 투병 후유증으로 입술이 뒤집혀 식사 때마다 밥알이 줄줄 새곤 했다. 소록도 주민 대다수가 같은 증세로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오 부장은 고씨와 주민을 위해 1996년 국내 최초로 '아랫입술 재건술'을 개발했다. 그는 볼 지방을 제거하고 근육을 묶어 올려 입술 모양을 복구하는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500여 명에게 새 입술을 선물했다. 소록도 주민 600여 명 사이에서 '천사'로 통하는 오 부장은 제51회 청룡봉사상 인상(仁賞)의 주인공이 됐다.

오 부장은 1995년 4월 23일 소록도 땅을 처음 밟았다. 앞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치과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해외 봉사를 지원했는데 자리가 나질 않았다고 한다. 그때 소록도 인근 전남 고흥면에서 교편을 잡았던 아버지가 "소록도엔 아프고 외로운 사람이 많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 부장은 곧바로 복지부 소속 공중보건의를 자원해 희망 파견지로 '소록도'를 적어냈다.

이 인연이 올해로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의사 중에서 처음 소록도에 눌러앉은 오 부장에겐 '소록도병원 사상 최장 근무자'라는 별칭도 있다. 그는 가정도 이곳에서 꾸렸다. 아내 이모(48)씨는 오 부장보다 5년 먼저 간호사로 파견 왔던 '소록도 선배'였다. 큰딸(19)과 작은딸(17)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오 부장은 1년에 두 번 가족과 함께 캄보디아·필리핀 등지로 치료 봉사를 간다. 그는 "월급에서 모은 돈으로 봉사를 가기 때문에 일손을 구할 여유가 별로 없는데, 야무진 두 딸이 매번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소록도 주민들에게서 "선생님이 섬에서 제일 가난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검소하게 산다. 휴대폰은 8년째 3G폰, 냉장고는 22년째 쓴다. 집엔 TV도 없다. 그는 "2014년 중외학술복지재단에서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금 1억원을 받았을 땐 가족에게 돈을 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딸이 "우릴 위해 돈을 쓰면 아빠는 나쁜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결국 오 부장은 상금을 모두 기아대책본부에 기부했다.

그는 "청룡봉사상 상금도 7월에 가는 필리핀 해외 의료 봉사에 쓸 계획"이라면서 "소록도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을 이미 한센병 완치 국가로 판정했는데 여전히 소록도는 '병 걸린 섬'으로 인식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한센인'이나 '나병 환자'라는 말 대신 '소록도 주민'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0/20170620001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