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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예언과 혁명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44>


   벼르던 영국 일주여행을 열흘간의 주마간산으로 대신했다.  보는 즐거움보다는 못 몰 꼴 안 보는 것이 더 행복한 가운데, 이낙연 총리 지명 소식은 그나마 한줄기 위안이었다.  지난 20개월 남짓, 생명보다 더 소중한 붓을 꺾었던 고 천경자 화백의 ‘분노조절장애’로 시작하여, 분노와 증오가 불러온 세계적인 반(反)지성 물결의 정확한 한국판인 최순실-박근혜 사태까지, 모두 40여 편의 글을 썼다.  시차관계로 절반밖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분석과 진단에서 무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소용돌이 가운데 광주일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하고, 4선 의원과 전남지사를 거치는 동안, 신중과 온건함의 대명사로서 명 대변인의 별명을 얻은 이낙연 총리의 인품을 높이 산다.  취임사에서 “촛불혁명은 정부의 무능·불통·편향에 대한 절망적 분노에서 출발해, 새로운 정부 가동에 대한 지지로 전개되고 있으며,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과 소명의식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을 통 털어, 가장 올바르고 뛰어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인재임을 웅변한다.  적폐의 청산이라는 날 서고 보복적이며 낡아빠진 증오감을 초월하는, 바로 통합의 아이콘이 아닌가.


   혁명에 대한 예언은 구랍(舊臘)부터 줄을 이었다.  중앙일보는 초토화된 새누리당을 친박에서 출발하여 원박 범박 멀박 등 10여 개로 쪼개진 중구난방으로 표현했고, 한겨레는 “민심 등지고 자멸의 길로 가는 친박의 무리”를 꾸짖었다.  조선의 김대중은 “박근혜 실정으로 야기된 촛불사태가 변질되어 좌파세상을 만들려한다”고 경고하였으며, 동아의 심규선은 “태어나서는 안 될 방송이라고 출연도 하지 말라던 민주당이, 종일 편파방송만 하는 종편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코미디”를 비꼬았다.  이어서 촛불로 헌법재판소를 겁박하지 말라는 때늦은 의견을 피력하고, 조선의 강천석은, “대통령의 일정(日程)만 투명해져도 나라는 바뀐다.”는 마지막 경고음을 울렸다.  그러나 박대통령과 친박은 마이동풍(馬耳東風), 문자 그대로 자멸의 길을 걸었으니, 혁명은 결국 “제 손으로 제 무덤파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혁명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프랑스대혁명은(1789) 공포와 피의 숙청 후 제3공화정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까지 거의 한 세기를 끌었다(1879).  4·19혁명도 계속되는 시위와 정치 불안으로 한 해를 흔들리다가 군사정권 4반세기의 단초가 된 5·16 쿠데타를 자초하였다.  대한민국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아래, 선의와 대화합의 정신으로,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파행을 일삼았던 역대 정권의 정치사를 되짚어, 문제점들을 바로잡는 개헌으로 혁명을 완성하자.  개헌에 전제할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인간사회에 ‘완벽한’ 법이란, 어차피 지키지 않을 독재국가의 공염불에만 존재한다.  둘째 현존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는 첨삭할 흠결(欠缺)사항이 없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일어난 갈등의 결과는, 억지로 헌법전문에 넣지 말고 역사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장차 새로운 분쟁의 씨앗을 만들 뿐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산실인 영국에는 성문법이 없다.  고작 마그나 카르타·권리청원·권리장전이 있을 뿐이다.  그 대신 전통이나 합의된 계약을 어기면 추상같이 추궁한다.  셋째 완벽한 법은 없어도, 대통령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법치’를 존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개헌의 궁극적인 목표다.  성문법이든 불문법이든 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의미를 상실하므로, ‘떼 법’은 곧 무법천지의 막장이라는 인식이 먼저 뿌리 내려야 비로소 대한민국, 제7공화국은 성공할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