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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남녀의 동질화 현상

[최상묵의 NON TROPPO]-<56>


성경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먼저 아담을 만드신 후, 그 갈비뼈를 하나 배서 이브를 만들었다고 되어있다. 남자가 원형이고 여자가 파생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여자가 기본형이고 여기에 Y염색체로 인한 옵션인 남성 호르몬이 추가될 때 남자가 만들어진다고 되어있다. 누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성(性)의 차이를 가지고 원초부터 탄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남성과 여성이란 성의 차이를 보이는 행동이나 기능적 능력은 인류의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전해 내려온 과거의 생활양식의 유산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원시사회의 인류들은 살아남기위하여 남성과 여성은 서로 협동하고, 역할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남자는 도구나 무기를 만들어 사냥을 하기 위해 집에서부터 멀리 나가게 되며 여자는 항상 집 근처에서 먹을 것을 장만하고 음식을 만들어 자식을 돌보았다.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무기와 도구를 사용해 동물을 사냥하기 때문에 남자는 방향감각과 정확한 표적을 맞추는 능력같은 3차원적인 공간능력이 뛰어나고 성취지향적이며, 목표 중심적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며, 여자는 음식을 만들고, 주변에서 먹을 것을 채집하기 위해서 섬세한 운동, 기술을 익히고 침입자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집안 물건의 작은 변동 같은 것에 민감하게 감지하였다. 여자는 관계 지향적이고 어떤 일을 할 때 목표자체 보다는 그 주변의 포괄적인 맥락을 더 중요시하는 관찰 능력이 뛰어나게 개발된 것이다.

사회 생물학에서 대부분의 포유동물에서 암컷은 양육활동에 관심이 많고 수컷은 짝짓기 행동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즉 수컷은 짝짓기와 짝 찾기에 적극적이고 암컷은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신중하고 까다로운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다원의 진화론에 의하면 생존을 위한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가 있고, 번식의 선택을 통한 진화로 나누어진다. 번식의 선택을 통한 진화를 자웅선택(Sexual Selection)이라 한다. 자연 선택은 한 개인과 주변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적용되는 것이며 자웅선택은 같은 종(種)안에서 짝을 선택하여 경쟁에서 비롯된다.
자연 선택은 환경에 의해 생기는 많은 도전으로 결정되는 상황이라면, 짝을 고르는 행위인 자웅선택은 극히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반응이며 의식적인 행위에 속한다.


인간에 있어서 자웅선택의 핵심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형질들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성(性)들이 서로 다른 형직들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편 이성(異性)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형질의 최고 요소를 상대에게 과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즉 암컷을 유혹하는데 목적이 있는 수컷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는 자웅선택의 진화과정의 대표적인 것이다.

물론 외형적인 형질의 과시뿐 아니라 지능이나 지성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질들도 자웅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 조상들은 자신의 지성적, 또는 기능적 행동을 자웅선택의 이점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춤을 잘 추거나, 예술 작품을 만들거나 사냥 먹이감을 어떻게 구하며, 어떻게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제시하고 행동함으로서 자기의 지성을 과시하려했다. 이러한 과시와 제시의 방식으로 자웅선택은 인간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욕망에 눈뜨게 하는 능력을 키워준 것이다. 우리는 인류가 근원에서부터 ‘남녀’가 없었다면 얼마나 황량하고, 지금의 문화와 문명이 존재할 의미가 과연 존재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21세기의 우리들은 남녀의 성적 특성의 동질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원시 수렵 사회도 아니고 농경 사회도 벗어났지만 최근에 오면서 문명이나 생활양식이 많이 바뀌면서 남녀의 기질이나 특성의 모형이 많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들은 애기 낳기를 싫어하고(특히 우리나라에서) 남성들은 점점 여성화 되어가며 서로가 암`수 노릇을 포기하려는 기세마저 보이고 있다.


남녀의 행동의 특질은 생물학적 요인과 서로 분리되어 작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원시 모형에서부터 전수되어온 생물학적 요인만으로 남녀의 절대불변의 고정된 관렴을 조립하는 것도 물론 잘못이다. 따지고 보면 성호르몬을 결정 하는 유전자도 몇 십 만년에 걸쳐 환경의 변화와 요구를 수용하여 나름대로의 변이를 해왔음은 지금 우리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 달라진 문명이나 생활양식이 성 차이에 영향을 주기에는 산업, 정보사회의 역사가 너무 짧은 것이 아닐까? 이런 정보 사회의 달라지는 생활양식이 앞으로도 몇 천 년 더 계속된다면 남녀차이도 획기적으로 양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아닌 것 같다.

남녀가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동일한 경험을 함으로 그들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이며 또한 가장 자연스러운 진리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형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오는 현상이 가장 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여자보다 남자 쪽에 마음을 두는 것은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그들이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여왕-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