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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복수혈전 (復讐血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41>


   심산유곡 오지에 아직도 당나라 세상인 줄 아는 중국인들이 있다고 한다.  처음중국에 가서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로, 그만큼 나라가 크다는 자랑에다가,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백성이 모를 정도라야 태평성대라는 뜻도 되겠다.  물론 단 한 번도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절대독재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의 우중(愚衆)정책에 대한 풍자도 곁들였다. 

반대로 소위 자유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를 ‘너무 밝혀’ 불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포장마차에 서넛이 모이거나 월례 친목회에 가도 정치토론 과잉으로 고성(高聲)이 오가더니, 종편방송 전성시대를 맞아 정치토크쇼가 목숨을 건 ‘밥줄’로 자리 잡았다.  종편들이 앞 다투어 선정성 자극성 과열경쟁으로, 불타는 ‘정치과잉’에 기름을 들어부으니, 냉정한 판단은 실종하고 분노와 분열과 대치(對峙) 국면만 남은 것이다.


   이제는 끊었지만 한때 빠져들었던 TV 조선 ‘강적들’을 보면, 보수패널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적일점(赤一點; 꽁지머리라도 거시기는 달렸을 테니 분명히 紅一點은 아님)* 김갑수는 꽤 매력이 있었다.  돌아가며 들이대는 도발에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하더니, 시청자들의 항의로 끝내 잘렸단다.  막말파동으로 4·13총선 때 당에서 버림받은, 정청래 전 의원 출판기념회(161015)에서, 내란·교전·암살 같은 살벌한 선동성 어휘를 썼다는 것이다.  더 심한 발언은 그 다음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청래가) “국가정보원장이 되셔서 작살 낼 놈 작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작살’은 조폭이나 쓰는 험한 말이지만, 입에 붙은 나쁜 버릇일 뿐이라고 치자.  소위 안기부장이 손볼 놈 잡아다가 족치는 자리라는 생각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던 남영동·동빙고동·남산시절의 트라우마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못 나간, 30년이 넘어 화석화된 사고방식 아닌가?  1980년대에 이미 지적(知的) 성장이 정지된 수구꼴통 본색이 드러났다.  방송 패널로는 적절치 않은 시대착오적인 발언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선후보 1순위 문재인씨 어록이다.  최순실 사태에 박대통령을 향한 요구가, 사퇴·탄핵·탄핵 후 하야·선 개헌 반대 등 일관성 없이 흔들린 것은, 사태를 주도한 주체가 언론이요 야권은 거저 편승했을 뿐임을 감안하더라도, 전혀 책임 있는 율사출신답지 않다.  “보수를 거대한 횃불로 불태워 버리자.”라는 선동과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 밖에 없다.”는 위협은 실언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을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하고, 대공수사권은 (신설) 경찰‘안보수사국’에 맡긴다는 방안은 심각한 문제다.  국내 수사역할을 빼앗는 것은 앞서 나온 김갑수류의 화석(化石)화된 발상으로, 세월 호 당시 해경을 강등시킨 박근혜보다 훨씬 더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제4차 산업혁명 기에 들어선 21세기에, 정보는 곧 재산이요 생명이라는 명제는 3척동자도 다 안다.  국내외의 구분이 사라지고 전 세계가 정보력을 강화하는 마당에, 정보원 힘 빼기는 시대의 역행이다.  국내외가 따로 없고  해킹과 테러가 난무하며 주변 강국이 모두 스트롱맨인 국제정세는 살얼음판이다. 

 촛불에 끼어든 이석기 석방·통진당 재건 주장과 최근 ‘퇴진행동’의 사드배치 반대 및 한·미고위급 대화중단 요구는, 많은 중도보수를 불안하게 한다.  김정은 우선 방문 약속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10년간의 ‘적폐청산(積弊淸算)’과, 정보원을 1/3 이하로 축소한다는 공약은, 무협영화의 ‘복수혈전’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참모급인 좌희정 우광재에 못 미치는 집사(비서실장)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트럼프처럼 “Not My President!”를 자초하지는 말자.

                                           

* 청(靑)일점이 맞는다고 우기는 분이 많겠지만, 좌경(左傾)의 김씨는 赤일점이라는 명칭을 더 좋아할 것이다.  그 분이 되돌아온 사연을 개인적으로는 짐작한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