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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新生하는 大地의 소년이여..

[詩가 있는 풍경 30] 박이도 시인의 '5월의 大地'



냉이국, 쑥국,
달래무침,
입맛이 살아난다

內衣는 벗고
헐렁바지로 달려간다

먼 데 산들이 기지개를 켠다
허옇게 덮씌운 눈들의
沙汰가 났다

가까이는 시냇물 소리, 새 소리,
귓가에 포릉포릉 떠다닌다
정갈한 흐름

드디어 내 소망의 땅
초록의 방장한 시새움이
가슴에 번져 온다

여기서 나는 먼 데를 바라본다
다시 가까이
이 감당할 수 없는 메아리
소망의 꿈이 온몸으로
살아나는 자유와 평화의 땅

여기, 나 여기
新生하는 大地의 소년이여



[신생]

태어나다, 돋아나다, 피어나다, 물오르다, 살아나다.
봄이 요동칩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사방이 신생하는 소리들입니다.
새가 날고, 애벌레가 꿈틀대고, 꽃이 피고
연녹의 새싹이 곱게 얼굴을 내밉니다.
봄입니다. 자연은 우리 몰래 우리 곁에서
그렇게 부지런히 새 생명을 준비합니다.


박이도 시인은 이 시 '5월의 대지'에서 그런 봄의 희망을 맘껏 풀어냅니다.
기지개, 시냇물, 메아리, 소망, 신생, 소년 같은 시어들이
독자들에게 따스하고 뭉클한 감동을 나눠줍니다.
박 시인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와 중고교 교사를 거쳐 경희대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문단에는 1962년 '황제와 나'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돼 등단했고, '四季'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시집 '회상의 숲' '북향' '폭설' 등을 펴냈습니다.
선생은 79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시작 활동이 왕성해 지난해에는 등단 20년 이상인 시인과 시 평론가 중에서 최근 5년간 출판한 시집이나 시 평론집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가리는 상금 2천만 원의 문덕수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 '5월의 대지'는 선생의 다섯번째 시집 '불꽃놀이'에 들어 있습니다.

아래는 같은 시집에 실린 '해 솟는 나라' 전문.


함께 떠나실까요
이젠 잊혀진 숲과 바다
어제의 산과 태양은 없습니다.
오늘 함께 떠나실까요
찌들은 우리 마음
씻어내리는 파도 소리에
허물어지는 낡은 우상들
바람에 날려 보냅시다
힘있게 손잡고 숨겨진 숲으로
뚜벅뚜벅 걸어갑시다
세월은 무지개로 솟아
우리 마음의 허공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우리 함께 떠나실까요
항상 새로이 솟는 섬
아침 바다 뒤에
빛의 천국을 거느리고 오는
저 현실의 나라로 가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