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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다윈의학 진화의 중심 자연선택

[최상묵의 NON TROPPO]-<54>


생명이 이지구상에  출현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흘러왔다. 모든 생물은 자기 앞 시대의 생물로부터 생겨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생명체 나름대로 특징들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사실은 진화론적으로는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진화는 생명을 관통하고 있는 맥이다.


말은 말을 낳고 돼지는 돼지를 낳는 것처럼 모든 종(種)이 각각 자기 고유의 종에 대한 유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특유의 유전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다음 세대에 새로운 유전자 배열을 나타내는 돌연변이나, 자연선택과 같은 요인에 의해서 유전정보 프로그램의 변화를 시도하는 개혁적 의미의 진화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진화적인 의미에서 어떠한 종도 영원할 수는 없으며 그 수명에 한계가 있다. 진화는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반복이다. 찰스 다윈은 진화의 매커니즘은 전지전능하신 창조주의 원리가 아닌 단순한 자연원리 즉, 자연도태, 자연선택의 원리로 설명했다. 그 원리는 진화와 선택이라는 개념으로 어떤 생물은 보존되고, 어떤 생물은 소멸되어버리는 기계적인 법칙의 의한 자연 철학적 조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강조된 주장이다.

자연 속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원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생물들의 생존을 위해서 먹을 것이 제한되어 생존경쟁이 발생하며 그때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잘 적응하는 자 만이 적자생존을 하며 나머지는 모두 도태되어 버린다. 이렇게 많은 세대를 거치는 동안 종의 변이 즉,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이 이루어진다.


유리한 변이의 보존과 유해한 변이의 거부의 원리가 바로 열쇠이며 자연선택이 근본이다. 자연선택의 위력은 우리주변에 너무 흔히 볼 수 있어 그 위대함을 우리가 실감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뭇잎을 먹는 곤충은 초록색이고 나무껍질을 먹는 놈은 회색 반점이 있어 이러한 보호색이 어떤 위험을 모면하는데 도움이 되듯이 생물이 자신이 사는 장소에 적응하는 일이 곧 자연 선택인 셈이다.

자연 선택은 실제로 자연에서 다양한 유형의 생물들을 변화시키고 여러 조건과 장소에 적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생물체의 사회적 행동을 일으키는 근본원리를 자연선택의 관점으로 풀이해야 한다는 이론이 현대 사회생물학자들의 일치되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연 선택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적 요소이다. 모든 생명체와 같이 우리 인간도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우리는 생존과 짝짓기, 번식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특성들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된 것이다.

자연선택은 가장 능률적인 복제자가 열세인 복제자를 누르고 번식에 성공해서 수적우세를 차지하는 극히 평범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별로 없는 적응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선택된 유전자를 다윈의 신봉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이며 자기자신을 최대한 복제하려는 과대 망상유전자라고 했다. 자연선택의 산물 중에는 그야말로 고상하고 품위 있는 것들을 도태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행복을 파괴하는 욕망이나 사회가 인정하지 못하는 욕망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예를 들어 남의 배우자를 탐내고, 수명을 재촉할 것임을 알면서도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대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신체를 혹사하고, 동료들과 지나치게 경쟁하며 때로는 동료를 배신하는 행동들은 모두 진화적인 명백한 증거가 있는 행동이다.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갈망들로 가득 차 있는 고상한 야만인이 바로 인간들이다.

역사적을 보아 경쟁자들은 차례차례 제거하는 장면들을 연출했던 선조들의 직계후손인 우리들은 지금 아무리 평화스런 미덕을 소유한 것처럼 보이고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한순간 화염처럼 타오르는 음울하고 불길한 본질적인 특성이 불쑥불쑥 불거져 나오기 마련이다. 자연선택은 대중의 무지와 어울려 의학기술보다 더 기발하게 이용당하고 있기도 하다. 항생제를 동물사료에 첨가하므로 해서 진화를 더 가속시켜 많은 부류의 생명의 세계가 바로 이 순간에도 진화(돌연변이)를 하고 있는 현상이 우리사회 전반에 만년 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현대의 각종 질병들은 자연선택이 현대적 환경의 특수한 조건들에 대해 인체의 적응력을 키우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대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체를 자연 선택에 의한 적응의 결과를 보는 관점에서 의학(질병)문제를 접근하는 새로운 학문이 출범하기 시작했다. 진화생물학을 의학에 접목함으로서 탄생한 학문이라서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이름을 붙여 ‘다윈의학’이라 부른다. 현대의학은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현상을 연구하며 각종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인데 반해 다윈의학은 자연선택이 왜 인체를 좀더 잘 설계하지 못했으며 왜 인체가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어졌는지를 연구하여 의학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학이다.


 의학의 기본은 생물학이다. 생물학의 과학적 기초는 진화생물학이다. 그렇다면 진화생물학은 의학의 기본으로 인식되어야 함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윈의학이 21세기 새로운 의학의 불씨가 될 조짐이 보이는 것은 확실할 것 같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의 연구에 다윈의 진화론을 적용하려는 연구는 의학 말고도 여러분야에서도 활발하다. 진화적 관점에서 경제 성장을 분석하려는 진화경제학, 진화론을 형이상학에 접목시키는 진화론적 인식론, 인간의 도덕성을 진화의 산물로 간주하는 진화윤리학, 또한 사람의 마음을 진화론에 의해서 규명하고 설명하려는 진화심리학은 최근의 신학문으로 부상되고 있다. 이 모든 진화론적 중심개념은 자연선택이다.

‘거대한 생명의 나무는 자라서 새로운 싹을 틔우고, 가지가 사방으로 갈라져 연약한 나뭇가지를 압도하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죽은 나뭇가지와 부러진 아름다운 가지들로 온 지표를 덮는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