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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국정농단 2 : 역지사지(易地思之)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38>


   비좁은 이마를 밭고랑처럼 기어간 석 삼자(三字)와, 미간에 깊이 파인 내 천자(川字) 주름.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고 노무현대통령이 최종학력 상고 졸업에 독학으로 사시에 합격하기까지, 간구(艱苟)한 성장기의 어려움이 남긴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그러나 뉴스시간마다 하구한 날 험상궂은 얼굴을 접해야하는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보톡스나 필러 시술은 국민에 대한 예의요 서비스였다.  청와대 최초이자 최후로 부부가 함께 쌍까풀 수술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인정한다.

 귀천을 떠나 구(區)의원에 출마해도 점 빼고 사마귀 빼고 필러 넣은 세상 아닌가?
 물론 모기처럼 가냘픈 목소리에 작은 포유류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연(毅然)한 강골을 따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양악수술은 윗 턱뼈를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상방으로 매몰하여 얼굴을 귀여운 V 라인으로 만들어준다.  때로는 아래턱 양 우각 부와 앞 끝을 줄이고(Genioplasty), 광대뼈 축소술도 함께 시행한다.  어려운 수술이지만, 수요가 늘자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술 후 가끔 나오는 환자의 호소 중에 비대칭의 빈도가 높다.  선반(旋盤)에서 백만분의 일 인치 오차로 절삭하는 기계와 달리, 인체는 절단면에서 뼈가 아물면서 좌우 편차가 오거나 술 후 몇 년간 적응하면서(Remodeling) 저작습관에 따른 오차가 발생한다.  엄밀하게 보면 ‘자연산’ 얼굴도 기계처럼 똑같은 대칭은 애초부터 없다.  특히 사각턱은 뼈 뿐 아니라 얼굴에서 가장 큰 근육인 교근(Masseter)의 영향을 받는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유세 하다가 박근혜는 커터 칼로 테러를 당했다(060520).  54세 미혼녀의 오른 뺨에 10cm의 깊은 상처...

 60여 바늘을 꿰맨 흉터는 몇 년이 가도 지워지지 않는다.  정교하게 봉합해도 반흔수축(Cicatrization contraction)이 일어나고, 절단된 교근 섬유는 위축되고 약하며, 간헐적으로 잘린 신경의 심한 통증(Neuralgia) 때문에 자꾸만 손이 간다.  본래 각진 얼굴에 비대칭은 더 두드러지므로, 성형이나 시술은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심신을 고달프게 한다.  더구나 이런 얘기는 누구에게 터놓고 하소연할 수도 없으니, 노 대통령의 수술이나 시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편 시사토크에서 보톡스와 필러를 얘기하며 껄껄 웃던 모모 페널은 이런 생각을 한 번 쯤 해봤을까?


   공포영화의 격을 한 단계 올려놓은 오멘 시리즈(Omen; 1976-81)에서 주인공 쏜(Gregory Peck)은 주영 미국대사다.  가장 중요한 스펙은 엄청난 부자요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것 두 가지다.  물론 미국과 형제지간인 영원한 우방국 영국이기에, 외교관으로서의 자질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청년 반기문이 부임하자 노신영 인도대사가 “이제 우리는 별 할 일이 없겠군.” 했다는 일화처럼, 정권 핵심과 통하는 거물급 대사와 의전에 빈틈없고 똑똑한 실무책임자는 대사관에서 황금 콤비다.  외교업무 외에 통상증진과 정보수집 능력이 더 중요해진 현실에서, 고급 장성이나 거물 정치인을 자동 임명하던 관행은 많이 시정되었다.  다만 모든 조직이 그렇듯 직업외교관에 외부 자원(資源)의 적절한 배합은 필수인 만큼, 외부 추천을 무조건 농단으로 보는 시각은 안 된다.  미얀마 대사의 경우 추천자체가 부도덕한 것은 아니고 최순실이 추천했다는 문제만 문제다.  블랙리스트란, 어느 정권이든 공약과 목표의 달성을 위해 탄압이 아니라 지원금을 제한하려는, ‘선택과 집중’의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최순실을 동정하고 탄핵을 기각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입장을 바꾸어 냉정하게 살피면, 제3자의 시각에 부끄럽지 않은, 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