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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보험 月 1800시대 진입..'하지만 앞으로가 문제'

새로운 동력 없어 폭발적 성장 더 이상 힘들 듯

작년 치과보험 진료실적이 3조5천억 원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치과병의원 요양급여비용 3조4,958억 원에 의료급여실적 1,349억 원을 합치면 전체 치과 보험진료실적은 3조6,307억 원에 이른다. 이는 현역 치과의사 24,150명이 1인당 매달 1,253만 원의 수익을 보험진료를 통해 올렸다는 의미이다.

그럼 3년 전 ‘보험 2,000 시대’를 선언한 최남섭 집행부의 공약은 어느 정도나 지켜졌을까? 치과의원 4분기 요양급여실적 8,835억 원에 의료급여 실적 370억 원을 더해 작년 연말 기준 치과의원 수 17,023으로 나누면 월평 1,802만 원이 나온다. 즉 최남섭 집행부는 임기만료를 4개월 앞두고 목표에서 딱 200만원이 빠지는 ‘보험 1,800 시대’에 올라선 셈이다.


          ■ 2016년도 분기별 치과보험 진료실적 (단위: 일, 천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더구나 공약을 낼 당시의 치과보험 규모가 치과병의원을 합쳐 간신히 2조원을 넘긴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파이를 너무 빨리 키운 감이 없지 않다. 3년간 매년 5천억 원 이상씩을 늘려온 셈인데, 이러다 보니 보험당국의 견제도 만만찮아 졌다. 수가협상에서 치과가 늘 뒤로 밀리게 된 것. ‘비급여 부분이 급여로 편입되면서 생긴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보험당국은 종별 형평성을 내세워 인상률 제고에 난색을 표한다.

치협 보험팀에게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소위 정치(?)를 하는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소재가 없다. 그래서 협회장을 하겠다는 사람들마다 보험을 선점하려 애를 쓴다. 무슨무슨 토론회니 정책콘서트니 하는 행사의 단골 주제가 보험이며, 여기서 나오는 얘기들도 대동소이하다. 치과보험의 영역을 확대하고, 신의료기술 등 새로운 항목을 꾸준히 산입하며, 정당한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상력을 키우고, 청구교육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정도. 물론 이들이 말하는 보험정책의 기본 틀은 ‘보험진료가 치과경영의 근간이 되도록 하자’는 데에 있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보험정책과 직접 맞부딪쳐 그걸 헤쳐 내는 입장은 다르다. 가령 수가협상에서 0.1%를 더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이들은 알지 못한다. 매년 5월말에 당사자들끼리 마주 앉는 종별 수가협상 테이블은 치과 입장에선 사방이 적들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그걸 인정해주질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수가협상엔 준비 못지않게 ‘사람’이 중요한데, 치협은 다행히 오랜 경험의 전담팀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지금까지는 고비마다 좋은 역할을 해냈다. 

또 하나,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의 그 결과는 지난 3년이 시의적으로 치과보험의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는 기간이었음을 의미한다. 스케일링 보험과 틀니 임플란트 보험이 이 기간 중 영역을 크게 확대한 것. 그 위력은 아주 대단해서 ‘외래 다빈도 순위 100대 상병’ 중 단일상병으로 요양급여실적 1조원을 넘긴 상병은 K05와 K08뿐이다. 한해 1,578만명이 병원을 찾아 이 부문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하는 급성 기관지염조차 요양급여실적은 7,924억 원대에 머물고 있음과 비교하면 실로 대단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개별 상병들의 실적을 모아 치과보험은 지난해 건강보험에서만 3조4,958억 원의 진료실적을 기록했다. 공단에서 매달 지급하는 급여비로만 따져서도 전국 223개 치과병원이 기관당 매달 4,766만 원을, 17,023개 치과의원이 매달 1,042만 원씩을 벌어들인 셈이다. 


          ■ 질병 소분류별 외래 다빈도 상병 진료실적 (단위: 명, 일, 천원, 원)


문제는 ‘앞으로’이다. 틀니 임플란트 보험 확대적용 이후 당분간은 눈에 보이는 새로운 보험수요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매년 20%를 상회하는 폭발적인 성장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므로 이제부턴 무모하게 목표를 세우기보다 보험진료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우선 돼야 한다. 보험교육을 체계화하고 전체적으로 분류방식과 상대가치점수를 재점검하며, 새로운 급여대상을 꾸준히 탐색하는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보험도 이제는 감성보다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협 선거와 맞물려 마냥 차분해지기는 어렵겠지만, 보험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후보 각자의 보험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정도야 나쁠 것이 없지만, 이루지도 못할 공약으로 회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질 않는다.


                            ■ 시도별 치과의사수 및 치과병의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