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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환자들의 장난감

[최상묵의 NON TROPPO]-<53>


대학에 재직을 하고 있을 때 임상강의를 마친 후에 개업의들에게서 언제나 받는 질문중에 하나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잇몸치료약이라 선전하고 있는 ‘인사돌’, ‘이가탄’ 같은 약품들의 지나친 과장된 선전들 때문에 환자들이 그런 종류의 약을 복용하기를 선호하고 치과치료 받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나게 되면 치과진료 인구가 줄어들 것이 우려됨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오는 경우를 종종 전하게 되었다.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고 그런 우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의 선전이 좀 지나치다는 느낌도 사실이다. 이런 약제들이 TV 방송의 황금 시간대에 물 푸듯이 선전하고서도 이윤을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있는 현상은 아이러니하게 그만큼 잇몸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 많은 잇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약국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는가를 한번쯤 우리치과의사들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잇몸치료를 외변하고(예방치료) 임프란트나 수복치료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치과에 가면 잇몸치료는 해주지 않고 그냥 뽑고 임프란트를 하자’고 권장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을 필자주위에서 많이 있다는 숨길 수 없는 사실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요즈음 시중에는 잇몸치료약 뿐만 아니라 구강위생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기구나 약품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치약이나 칫솔의 경우에도 수십종류가 나와서 그 선택에 매우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상품들의 선전 방법도 매우 다양하며 정말 우열을 가려내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있다. 때문에 구강위생에 관심이 높은 환자들은 치과의사들이 딱히 추천을 해주길 바라기도 한다.

의사들이 어떤 항생제나 진통제를 환자들에게 처방할 때 그 많은 약의 종류들 중에서 어떤 것을 처방하느냐 하는 것은 그 의사가 나름대로 알고 있는 범위의 약효나 제약 회사 등을 고려해서 자기 마음대로 처방을 내는 것인지 어떤 권위 있는(?) 사람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처방을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치약, 칫솔, 위생도구의 추천도 환자의 구강상태를 고려해서 치과의사 마음에도 추천(처방)해주면 되는 것이다.
단, 치약, 칫솔은 다 마찬가지니까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식의 무관심한, 성의 없는 태도는 아무약이나 환자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뜻과도 같은 말이 된다.


치과분야의 치료방향은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고, 재료부분에서도 눈에 띄게 첨단화되어 있음에도 유독 예방치료 부분만은 아직도 조금 낙후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물론 그 까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방치료의 수단이 별로 없었다는데 그 원인이 있었고, 예방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가 치과의사나 환자들이 같이 희박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요즈음에 와서야 여러회사에서 여러 가지 구강위생 재료들이 생산되고 또 수입되면서 뒤늦게 [구강위생재료 및 구강약품]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 구강위생 재료 및 약품들이 다양하게 생산되면서부터 우리 치과의사들이 몇십년 걸려서도 할 수 없는 구강위생 개념에 대한 대국민홍보를 치약회사나 제약호사에서 해주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 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해 주어야만 한다. 특히 프라그(치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치주병, 충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준 계기를 넓게 홍보해준 것은 우리 치과의사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제약회사나 위생재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상품선전에 의해서 더 많이 홍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치과질환에 대한 간접홍보의 효과를 치과관련 기업으로부터 연계되었음을 고마워해야(?)할 입장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하고 부족한 구강위생에 대한 관심을 우리 치과의사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의학적인 이론을 근거로 환자들에게 구강위생개념을 정확히 인식 시켜주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치약. 칫솔 또는 치과위생기구나 치과관련 약품들을 모두 우리 치과의사들의 치료의 도구이며 수단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과진료에 관련된 약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수록 구강위생과 관련된 기구나 용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그것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국민들의 치과의료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높아지리라는 생각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치과관련 산업이 발달 되어야만 치과학문도 병행해서 발전할 수 있다. 산학 협동의 원리와도 같은 것이다. 구강위생과 관련되는 여러 도구들, 예를 들어 칫솔, 치약, 워터픽, 덴탈프로스, 가글액, 치간 칫솔 등등을 포함한 치과전문약품들(인사돌, 이가탄 등)을 우리 치과 환자들이 늘상 자기주위에 갖고 다니고 주위에 배치하고 있는 치과 환자들의 장난감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

그런 장난감을 많이 이용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치과를 찾는 치과진료 인구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들은 환자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많은 장난감]을 항상 손에 쥐어주고, 추천해 주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되리라 생각 된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