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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탄핵 의결 이후 3 : 새 술은 새 포대에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31>


   국회 탄핵의결과 박대통령 4월 퇴진약속을 얻어낸 7주간의 촛불시위를 미디어는 시민·명예혁명이라고 부르는데, 의결 후에도 “당장 하야하라!”고 외치는 구호는, 그동안 위태롭게 지켜온 국격을 추락시킨다.  하물며 시위대가 헌재의 탄핵심리에 외압을 가한다면, 시민·명예 두 낱말은 떨어져나가고, ‘혁명’ 한 글자만 남는다.  

 국회의 탄핵사유가 일부 불충분해도, 헌재는 성격상 일반 법원보다 탄력적이므로, 인용여부는 간섭 없이 맡기고 수용하자.  외압에 굴복하는 헌법재판소는 존재이유를 잃는다.  남은 동력으로 추진할 일은 병적인 시스템을 바로잡아 미래를 여는 개헌촉구다.  스스로 멈춰 서서 거울을 보라.  구태의연한 정치 못지않은 구태가, 또 하나의 ‘갑 질’인 국민정서 법, 즉 ‘떼 법’이다.  미디어가 앞장서 꼭두각시처럼 군중을  낭비했던 광우병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 반성하자.


   ‘탄핵이후’ 제2편 부제가 ‘청와대 스캔들’인 이유는, 재단설립 목적이 명백하고 과거 부정 정치자금에 비해 액수가 작으며 돈을 흥청망청 다 쓴 것도 아니나, 모금과 사용방법이 창피할 만큼 불법이요 졸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야권을 포함한 일부 인사들의 걸레처럼 저속한 막말이 더 부끄럽다.  어떤 미디어는 불난 집 부채질로 지라시급 신변잡사를 연일 보도하고, TV 토론이랍시고 수임 변호사 ‘신상 털기’까지 하는 고딩 급 치졸함을 보였다.  변호를 맡으면 한 방에 훅 간다고 협박하여, 살인범도 누리는 방어권을 박탈하려드는가?  노 대통령 때는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누가 감히 탄핵하느냐며 촛불을 들었고, 모범을 보여야 할 전직 총리가 묵비권 행사로 수사를 방해하며 뇌물수수 재판을 5년 간 질질 끌어,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난 뒤에야 교도소에 간 한명숙씨는 오히려 격려의 박수를 받지 않았던가? 

 세월 따라 세상도 변했으니 잣대가 들쭉날쭉할 수는 있다 해도, 잣대를 아예 거꾸로 대는 것은 파렴치요, 청문회가 낯 뜨거운 미장원 급 가십을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 세상이 분노로 미쳐 돌아가고 개발연대 이래 처음 겪는 불황·실업에 앞이 캄캄한 현실을 몽땅 ‘근혜-순실’에 투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 위치 파악과 미래 좌표설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쉽게 열광하는 군중을 오도(誤導)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박대통령이 국민 중간수준에도 못 미치는 순실 아줌마에게 국정농단을 허용할 만큼 무능·무식하여, 결과적으로 그 슈퍼 갑 질이 국정을 심히 그르쳤음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사상최초로 과반수를 득표하여(51.6%), ‘중도보수층’의 포괄적인 위임을 받은 불안해소, 즉 안보업적 만은 인정하자.  통진당 해체와 이석기 구속·퇴직자의 자격을 고집한 전교조 불법화·교과서 좌편향 바로잡기·대북 정보기능이 거의 마비된 국정원의 부분 복구 등등이다.  작년 여름 ‘적자생존’이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수첩 공주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은, 김정은을 둘러싼 평양발 간부들 사진과 판박이로서, 대화와 소통의 부재로는 중지(衆智)를 모아 화합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짐작한다더니.

 끝으로 전국이 혼란했던 총체적 난국에서 얻은 교훈과 헤어날 길을 정리해보자.

 첫째 한 방송사의 고발이 촛불시위로 이어져 의회의 탄핵결의까지 얻어낸 것은  국가적인 쾌거다.  둘째 촛불이 헌재의 심리에 압박을 시도하면, 역사는 50년을 후퇴, ‘떼 법 세상’이 된다.  셋째 헌재의 인용·기각과 관계없이 박대통령은 4월 퇴진을 약속하였다.  그 시간에 여야가 힘을 모아 “새 술은 새 포대에”-개헌을 하면, 그동안의 고통이 보람찬 열매를 맺어, 정치도 물 흐르듯 풀려나갈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