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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메밀 부흥시대 - 용인 메밀來 막국수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84>

근래 메밀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구황작물인데다 전쟁 때 원조식량이었던 밀가루 등에 밀려 천대까지 받던 메밀이 왜 다시 뜨고 있을까요?
대다수 강원도 스타일 막국수나 메밀전병은 솔직히 말해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전병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고, 막국수 역시 달거나, 시거나, 맵거나 아니면 깨에 김 가루 듬뿍, 더하여 MSG의 향연입니다.


그러나 같은 메밀로 만드는 평양냉면은 최근 남성들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정도로 마니아가 많아졌습니다. 여성들이나 냉면에 문외한인 친구들에게 전문가인 척 하는 자세로 설명하려는 남자들의 행위를 속칭 '면스플레인'이라고 하던가요? 아마도 신규 영어단어로 등록된 맨스플레인(mansplain)을 차용한 것이겠죠(최근 등재된 단어 중에 제일 웃겼던 것은 쩍벌남을 뜻하는 manspreading인데, 뒤져보니 그에 조응하는 단어가 shebaggiing입디다. 옆자리에 가방을 두어 타인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여자이죠).
여하튼, 냉면이 뜨니 순도가 높은 막국수도 덩달아 떴고, 고급 물 막국수와 냉면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보니, 100프로 순메밀 막국수를 우러러 보는 현상까지 생긴 것이지요.  인천의 ‘부평막국수’라는 식당도 실제는 냉면(해주스타일이긴 하지만)을 내지만 상호는 막국수입니다. 그래서 그 차이에 대하여 제가 예전에 쓴 것이 바로 아래입니다.
 
 1. 냉면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이북지역에서 탄생한 음식이고, 막국수는 강원도에서 탄생한 음식이라는 것. 본질적인 구성은 같더라도 평안도 사람들과 강원도 사람들의 입맛 차이가 반영되었다는 것이죠.
 2. 냉면은 근대 이전에 꽤 널리 알려져서 정형화된 형식을 갖추었지만, 막국수는 8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정형화된 형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지역마다 가게마다 차이가 심하고, 부평막국수처럼 아예 냉면과 유사한 형태인 집도 있습니다.
 3. 냉면이 육수의 질이 좋고 고명도 풍부한 조금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면, 막국수는 약간 거칠고 싼 서민적인 느낌이랄까?
 
대충 이 정도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얘기도 되겠군요.
메밀이 뜨는 이유를 좀 더 찾아보자면, 메밀음식을 사람들은 건강식으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칼로리가 낮은데다,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밀가루의 단점을 보완한 식재료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하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겠지요.
또 하나를 더하자면, 식도락가들이 일본을 자주 여행하면서 소바 문화에 빠져들었던 점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소바를 술안주로도 즐기는 일본 사람들을 보면서, 소바유에 쯔유를 넣어서 해장 삼아 마시기도 하는 등 고급 식도락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요즘 냉면 명가나 메밀면(의령소바 등) 혹은 막국수를 잘하는 집에 가보면 기본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만 원 전후인데,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메뉴인 것이죠.
홍천이 본가인 용인 고기동 장원막국수가 손님들이 몰려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다 못해 이제는 분점을 내겠다고 하고 있고, 강남이나 수원, 분당 인근에 신흥 강자로 등장한 냉면집과 막국수집들이 열심히 언론지상에 소개되는 걸 보면, 뭐라도 버티며 매진하면 언젠가는 뜬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용인 신갈의 메밀래 식당은 이름도 잘 지었지만, 면과 육수 모두 퀄리티가 좋고 맛도 상당히 좋습니다. 대박예감입니다.


 성당 저녁 미사가 끝나고 늦은 시간에 찾았는데 아직 영업 중입니다. 

 

  제면실이 별도로 있군요.

 

뭔가 믿음이 가는 문구입니다. 


밀대를 인테리어로 걸어두었습니다.   

 

식전 서비스로 내주는 보리밥입니다. 애피타이저로 그만이군요.

 

쨍한 살얼음 동동 동치미입니다.

 

명태식해를 넣은 비빔막국수입니다. 일부러 가격 차이가 나는 걸 시켰는데 제면이 덜 되어서인지 색이 거무튀튀하네요. 메밀껍질도 상당히 들어갔을 것이고요.

 

맷돌로 갈아 만든 막국수를 시키면 동치미 따로 면 따로 나옵니다. 확실히 색이 다르지요?

 

동치미를 붓고서 휘저어 드시면 됩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