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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대통령재목(材木) 아끼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20>

 

   공조직 중에서도 국제기구에는 사실상 주인이 없다.  임자 없는 회사에 CEO만 계속 바뀌면, 조직은 점차 비대해지고 눈에 안 보이는 파벌이 생기거나 직원들이 업무보다도 내 일부터 먼저 챙기는 경향이 있다.  조직에 동맥경화증, 관료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제7대 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개혁총장’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나태와 안일에 손을 댔기 때문이며, 결국 UN 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일부 외신의 반기문 총장에 대한 비난은, 직전 총장과 비교되기 때문이지 무능은 아니고, 무난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외교전의 요체는 상호견제이므로, UN 사무총장 후보에 강대국은 자동적으로 배제된다.  역대 총장의 출신 국가는 인구가 천만 이하인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그리고 미얀마 페루 이집트 가나이다. 

 뒤늦게 UN에 가입한(1991) 한국은 10년 만에 제56차 총회의장을 배출하여(한승수 2001) 국가 위상을 빛내었으며, 한승수 의장은 반기문 장관(당시)을 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하여, 사무총장으로 나갈 길을 터 주었다.  물론 아무리 이끌어주어도, 본인이 똑똑하고 하늘의 뜻, 즉 타이밍이 절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더구나 대한민국이 발언권이 큰 대국이라면, 강대국들의 견제로 총장은 꿈도 꿀 수 없었을 터이니, 개인이나 국가나 간에 시운(時運)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1순위 반 총장에 대하여, “그 분 외교관 출신이라서 재목이 못 된다”는 취지로 평하였다.  흔히 외교관들은 “예, 아니오.”가 불분명하여 소신이 없어 보인다는 통념이 있는데, 아마 그런 뜻의 농담이 아닌가 싶다.  사회학과를 나와 총리가 되고 미국에서 가방을 팔던 사람도 당대표를 하며, 최종학력 상고 출신 대통령도 두 분인데, 서울대 외교학과·외무고시·하버드 석사를 거친 분을 왈가왈부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습다. 

 만약 농담이 아니라면 그건 ‘막말’인데, 근래 정치인들 막말이 도를 넘었다.  사드에 반대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자신이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한(2004) 사실을 잊었나보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자는 얼빠진 생각”이라는 문재인씨의 표현은 국민 반수이상이 얼빠졌다는 말이요, 그런 생각이 “임정(臨政)을 부인 한다”는 추미애 대표의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다. 

 1919년에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민주공화국을 선포’하고, 임정 초대대통령으로 뽑은 인물이 이승만이었고, 1948년 국가의 3요소인 주권·영토·국민을 갖추고 선거를 통하여 명실 공히 정부를 수립한 초대대통령도 바로 그 이승만 아니었던가?

 

   칼럼 ‘과공비례’에서(2005. 4.), “외교부 역량이 미치지 못 할 때 대통령께서(노무현) 명쾌한 지침을 주셔서 앞길을 가르쳐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던 당시 반 장관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공경이 지나쳐 군왕을 모시던 신하 냄새가 나고, 이런 점 때문에 대통령후보로서 카리스마 부족을 지적당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 총장의 진짜 음해 세력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생가를 복원하면서 살아있는 분의 동상을 세우고 큰 공원을 조성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평양에 온 것처럼 위화감을 느끼거나, 경쟁자에게 엉뚱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가렴주구 하던 지방장관이 송덕비(頌德碑)부터 세웠던 흑(黑)역사 탓인지, 살아생전에 세우는 동상은 국민 정서상 선뜻 받아들이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선의로 시작한 사업일지라도 결과적으로 역효과가 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최선의 선거운동은 떠들썩한 사업이 아니라, UN 사무총장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조용히 돕는 일이 아닐까?


* 김정일은 1994년 핵실험 준비를 마쳤으나, 저지른 것은 2004년이다.  허언으로 국론을 오도하거나 분열시킨 고위공직자는 시효 없이 엄벌에 처하여 추방해야 한다.  거짓말이 명백하게 드러나도 사과를 모르는 ‘양치기소년’들에게는, 출소 후에도 영구 전자발찌를 선물하자는 것이다.  차마 재갈을 물릴 수는 없으니까.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