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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을지로 뒷골목 B급 미식 투어 – 을지OB베어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83>


 흔히 말하는 B급 영화란 적은 예산을 들인 영화나 A급 영화에 견주어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기술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가끔 저예산 영화들 중에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고, 독립영화처럼 예술성이 높은 경우도 있어 마냥 하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용어를  미식 차원에서도 원용할 수가 있습니다. 비싼 레스토랑이나 고가의 한정식, 한우전문점 혹은 일식집 같은 메뉴를 A급 미식이라 한다면, 평소 집에서 먹는 음식들이거나 비록 저가이지만 대중의 인기가 많은 경우를 B급 미식 혹은 B급 구루메(gourmet)라고 말할 수 있지요.
중구의 을지로 뒷골목은 그런 B급 음식점들이 몰려 있고, 요즘도 직장인들로 성황이어서 약간 한산한 주말의 B급 미식 투어로는 제격인 곳입니다.
특히나 약간 어스름할 때 을지로 뒷골목은 과거 속에 현대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현대 속에 과거가 숨어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묘한 곳입니다. 이곳을 걸을 때마다 저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밀회를 즐기던 홍콩의 그런 골목들과 식당이 떠오르곤 하지요.


각설하고, 제가 대학을 입학하고 첫 미팅을 나간 곳은 종각 대일학원 옆 심원다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한다지만, 첫 미팅 상대도 잊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제 파트너는 어느 여대 의대생이었는데 독특하게도 빨간 자켓을 입고 나왔던 기억입니다. 당시 종로의 잘 나가는 다방들은 DJ들이 상주하면서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그 다방 역시 제법 유명한 곳이라서 인기 DJ인 김기덕 씨가 출연하곤 했습니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추스리고 파트너를 정한 뒤에 각자 뿔뿔이 흩어졌는데, 저는 그 다방 위에 있던 칵테일 바로 갔습니다. 그런데 촌놈이 뭘 알겠습니까? 007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마티니가 생각나서 두 잔을 시키고는 각종 주접을 떨었는데, 처음 마시는 양주라 급기야는 횡성수설에 이르렀고, 결국 애프터를 보기 좋게 퇴짜 맞았던 그런 슬픈 스토리입지요.


그 날 이후로는 미팅 후 2차 장소로 종로서적 뒤에 있던 ‘그랜드비어’였습니다. 그랜드비어는 OB맥주 회사에서 한 건물을 통째로 빌려 생맥주집으로 운영을 하던 곳이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맥주가 맛있기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당시 500cc 한 잔이 380~400원 사이였고, 마른안주나 김 등은 100원 이내였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1000원이면 두 잔에 안주 두 개 정도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종각과 함께 을지로에는 골뱅이 골목이 있었고, 공구상 골목엔 생맥주집들이 막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골뱅이 골목은 주로 병맥주를, 공구상 골목은 주로 생맥주를 취급하였는데 지금까지 그런 전통이 이어져 옵니다. 이번에 찾아간 을지OB베어의 역사에 대해서는 한 언론에서 자세히 다루었기에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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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 10여 곳이 모여 있는 노가리 골목은 저녁이 되면 야외 테이블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일을 마치고 생맥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려는 사람들이다. 손님이 앉으면 따로 주문이 없어도 생맥주와 노가리가 사람 수대로 나온다. 노가리 골목의 원조인 을지OB베어는 1980년 당시 생맥주 체인인 OB베어 호프집으로 출발했다.


이 집을 연 강효근씨는 황해도 출신인데 그곳에서 김장에 넣어먹던 동태의 맛을 잊지 못하다가 맥줏집을 개업하면서 노가리를 안주로 내놓았다. 초창기에는 500㏄ 한 잔에 380원, 거기에 100원짜리 안주를 더하면 5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생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었다. 이 가게는 오전에도 문을 여는데 그 시각에 찾아와 맥주를 넘기는 극성 손님이 있다. 골목의 두 번째 가게는 뮌헨호프다. 을지로에 왔다가 OB베어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넘치는 것을 보고 1989년 맥주의 본고장 뮌헨의 이름을 따 가게를 열었다.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라는 만선호프는 우리나라에서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는 곳이다. 가게 안은 물론 가게 앞 골목도 맥주잔을 앞에 둔 손님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을지로 큰 길 건너편 백병원 쪽으로는 골뱅이 골목이 있다. 골뱅이와 대구포, 파채를 섞어 무친다. 계란말이와 시원한 국물도 함께 내 놓는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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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생겼다면 올 해로 만 36년이 되는군요. 가게엔 예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보이질 않으시고, 씩씩한 딸이 열심히 맥주를 따르고 있습니다. 자기네는 순간적으로 생맥주를 차게 만드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예 큰 냉장고 안에 맥주통을 넣어두기 때문에 맥주 맛의 차원이 다르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딸입디다.


 

평소 같으면 줄을 서는데 파장 무렵이라 자리가 넉넉합니다.


벽에는 이 집을 소개한 언론기사들로 가득합니다.



가끔 원샷도 하는데 아주 시원합니다.



노가리가 천 원!!! 감동이죠?



노가리는 어족 보호를 위해 요즘 잡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사이즈가 작은 북어포 수준입니다.


 화교중화요리의 전설인 오구반점입니다.


설렁탕의 명가 이남장 본점이지요.



돼지갈비의 전설인 곳입니다.

 

조선옥의 쇠갈비는 아시는 분만 아십니다.

 

초계탕과 냉면의 강자인 평래옥


한약조제는 잘 모른다는 커피한약방입니다.


'을지로 삘딍' 간판은 대체 언제 만든 걸까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