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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즐겁지 않은 방학

[함께 푸는 치과경영 17] 사라져 버린 特需

 

방학은 학생들만 즐거운 게 아니다. 극장이 즐겁고 학원들이 즐겁고 음원회사들이 즐겁고 여행사들이 즐겁고 빵가게도 덩달아서 즐겁다. 방학은 어떻게 보면 10대라는 구매층을 한 트럭씩 싣고 와 시장에 쏟아 붓는 일과 같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가지고 싶은 것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이 집단이 부모들을 쥐어짜면 짤수록 역설적이게도 경제는 활력을 얻는다.

TV광고도 신문광고도 십대를 컨셉으로 방학 이벤트를 내보낸다. 옷 가게들이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시기도 이 방학을 즈음해서다. 요즘이야 그런 일들이 없겠지만, 동네 산부인과가 자랑하는 바캉스특수 성탄절특수도 결국은 ‘방학’이 뿌린 씨를 훔치듯 거둬들이는 어부지리가 아닐까?

의료계에도 방학특수라는 것이 있었다. 당장 손을 써야 할 질환은 아니지만 꼭 필요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치료가 주로 방학기간에 몰려들기 때문에 생긴 용어다. 피부질환이나 성형이 주이기도 해서 병원들로선 괘나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은근히 방학을 기다린 것도 사실이다. 텅 빈 대기실에 무료한 눈길을 보내다가도 ‘방학이 되면 나아지겠지’ 라고 혼잣말처럼 내뱉고 나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었다.

 

'방학특수'란 먼~ 옛날 이야기

 

그랬었는데, 언제부턴가 이 방학특수라는 게 사라져 버렸다. 바쁜 치과는 방학이래서 특별히 바빠진 걸 느끼지 못하고, 한산한 치과도 방학이래서 나아졌다는 눈치를 채지 못하게 됐다. 기대만 있었지 실제적인 수요에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이다. 독자 한 분과 통화할 일이 있어서 얘기 끝에 슬쩍 떠봤더니 “아이구∼ 요즘 그런 거 없어. 환자 찾아서 치과들이 밤늦도록 불을 환하게 켜 두는데 누가 방학을 기다려”하고 만다. 택도 없다는 대답이다.

늘 대기실이 빼곡해 ‘이러다가 환자들한테 치여 죽겠다’고 엄살을 떨곤 하던 원장님께 ‘방학된지 한참인데 아직 안 죽고 살아 계시냐?’ 하고 농을 걸었더니 “에이∼ 옛날 말이지 요즘은 놀때 놀고 할때 한다는 분위긴데, 아까운 휴가를 누가 치과에나 들락거리며 보내겠어. 다들 짐 꾸려서 어디로들 떠났는지 신환이 더 줄었어” 한다. 역시 택도 없다는 대답이다.

어떤 종류의 특수 건 그걸 누리는 입장에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채비를 갖춰두지 않으면 안된다. 일일 환자수가 20명인 치과에선 점심메뉴를 된장찌개에서 삼계탕으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30명은 소화해낼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 하물며 알짜배기 환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방학은 어쨌든 원장선생님들에게도 설레임이었는데…, 그게 없어졌단다.

 

장래를 믿지 못하는 치과의사들

 

이유가 무얼까를 따져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인데, 여가가 오히려 가계부담을 가중시켜 자녀들 치과에 보낼 엄두를 빼앗고 마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뒤쳐지는 과목을 보충할 학원비도 내야하고, 가장의 휴가에 맞춰 어디든 다녀와야 하고, 무슨 무슨 수련회니 캠프니 에도 보내야 하고.., 그래서 빠듯한 가계에 이리저리 돈을 헐다보면 당장 급하지 않은 치과는 후 순위로 밀려나기가 십상이다. 

꼭 이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하여간 방학을 함께 즐거워하는 특수 대열에서 치과는 일단 한발을 빼낸 것만은 확실하다. 통화를 나눈 원장님들마다 ‘그런 거 예전에 없어졌다’고 잘라 말하는 걸로 봐선 올 여름도 방학이 언젠지 모르게 지나가고 말 것이 뻔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늦을 새라 몇일 문을 닫아 건 치과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치과간 경쟁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특수가 특수가 아니게 될 만큼 밤낮 없이 문을 열어두면서도 장래를 믿지 못하는 치과가 점점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