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준마이 족발 – 장충동 ‘평안도집’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82>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3 족발집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장충동 '평안도족발집'에서 족발을 테이크아웃 해봤습니다헌데, 3대니 4 혹은 5 같은 표현을 대체 어느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상당히 용감무쌍한 사람임에 분명합니다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이런 서열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판단인데, 이를 기자가 받아쓰고 다시 블로거들이 열심히 나르다 보니, 마치 역사교과서처럼 기정사실로 굳어져 이를 감히 부정하고 개인적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매우 곤란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과거에 경험했던 평안도집 족발 맛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도 않거니와세상의 족발이 족발이지 뭐가 특별날까?”하는 냉소적 마음에 전화로 물어보니  11시까지 식당을 연다고 하여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습니다게다가 족발이 조금 뿐이 남지 않았으니 주문부터 하고 출발하라는 말에 어찌나 급하게 차를 몰았는지 시골 집에서 장충동까지 시간도 걸리질 않았네요. 그러나 식당 안에는 아직 회식이 끝나지 않은 팀들이 두엇 보이고, 제가 주문한 족발만 까만 '비니루 봉다리' 속에서 임자를 기다리고 있네요.


그런데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변 간판을 돌아보니 죄다 원조 간판입니다. 평안도집은 '원조의 원조' 쓰여 있고, 심지어 시조, 비조까지 있네요. 정도면 통영의 충무할매김밥집들끼리 내세우는 원조 간판은 비교도 되질 않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족발을 받아 들고 잠시 일을 보러 청량리 동대문경찰서 가는데 근처에원조장충동족발이라는 간판까지 있으니, '원조'라는 단어는 이제 '원조가 분명히 아닌 '이란 의미가 되었습니다.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하여 식탁 위에 펼쳐보니 일단 양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전에도 맛이었나?" 정도로 다른 족발들과는 맛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향장이나 특별한 한약재 같은 것을 일절 배제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사케로 치면 순미, 준마이(純味) 해당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잡향이 전혀 없는 순수한 족발 맛이니 '준마이 족발' 정확한 표현이 되겠네요! 뼈에 달라붙은 고기들도 어찌나 야들야들하고 고소한지 양손으로 뼈를 붙잡고 몬도가네 스타일로 먹어야 제대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연애하는 사람들끼리는 절대로 보여줘서는 아니 그런 포즈 말입니다.

아래는 족발 글을 때마다 올리는 시입니다. 아마도 족발을 노래한 유일한 시가 아닐까요?


        

         족발

 

                                             황학주

 

각을 발들은 꽃잎처럼 얇다

꿀꿀거리는 소리를 알아들을 없으나

접시 위에 꽃잎들은 귀띔을 해준다

없을

꽃은 있다고

꽃이란 피할 없는 어떤 걸음,

혹는 희생이라는

가장 예쁜 꽃잎은

시궁창 속으로 가장 자주 지나간 부위라는

인간의 사랑 같은 것도

갈라지고 터진 발가락 같은 곳에 가끔씩 산다고

안에서 녹으면 귀가 간지럽다고

꿀꿀대며 말을 하지 말라고

 

 


골목 안에 살짝 숨어있습니다문제는 동네 어느 집이나 주차가 힘들어요.



양념장을 빠뜨렸나 했더니 상추 속에 숨어있더라는...

 


중간 사이즈 족발입니다. 양이 많아요.

 


살코기, 기름기 그리고 젤라틴! 삼위일체입니다.

 


족발 먹을 비장의 자하젓을 꺼내서 찍어 먹어야 제맛 입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