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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휴~ 한숨돌린 치과계..'보톡스 판결' 환영일색

개원가 · 학계 똘똘뭉쳐 일궈낸 쾌거

보톡스 진료영역 논란은 결국 치과계의 승리로 끝이 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가진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 건'에 관한 선고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5년여를 끌어온 안면 보톡스 진료영역 다툼에 종지부를 찍은 순간이다.

이날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의료법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직역이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막상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구분하는지 등에 관해선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의료법의 입법목적 및 취지, 학문적 원리,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와 발전 양상을 반영, 전통적인 치과진료 영역을 넘어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건의 경우 '관련 법령이 구강악안면외과를 치과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고, 치과의사 양성과정에서 안면부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받고 있으며, 많은 치과의사들이 이미 치료에 보톡스를 활용하고 있고, 교육 및 수련 과정을 통해 보톡스 시술의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등을 감안하면 환자의 미간과 눈가에 보톡스를 시술한 치과의사의 행위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최남섭 협회장은 '당연한 결과'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최 협회장은 재판부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앞으로 치과의사들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치과를 찾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정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이번 소송을 위해 기금을 염출하는 등 협조를 아끼지 않은 구강악안면외과학회와 학과 교수들 그리고 일부 지부와 업체에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

치과계 진료영역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열 위원장은 '이번 판결이 의료인이 단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의료계 각 직역이 협진하는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공개변론 때 피고측 참고인으로 활약한 이부규 교수(서울아산병원)도 '치과계가 오래전부터 해온 시술이긴 하지만, 이번에 법을 통해 당당히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대법관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한 뒤 '보톡스는 치과치료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고 유용한 시술인 만큼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치과에서 보톡스 시술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충격에 빠졌다. 의협은 '법무팀과 공조해 대응을 준비중이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 환송할 경우 원심에서 변론기일을 다시 잡을 수는 있으나 결국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맞는 선고를 내리게 될 것이므로 파기 환송된 사건의 판결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사건은 J원장이 2011년 10월경 자신의 치과에서 환자 2명의 눈가와 미간에 주름치료를 시술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원심은 치과의사인 피고가 행한 눈가와 미간의 주름을 펴기 위한 보톡스 시술이 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치과외과적 시술에 해당하지 않고, 눈가와 미간의 주름이 질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 선고유예에 벌금 1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었다. 

 


 

한편 개원가도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강남구회 송대근 원장은 "이번 판결은 보톡스 시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기 보다 치과의사에게 악안면 영역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었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원가에 보톡스 시술을 표방하는 치과가 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송원장은 특히 "미용치과를 표방하는 치과의 경우 이번 판결로 얼굴 주름까지 케어할 수 있게 돼 치아미백, 라미네이트, 교정과 함께 얼굴미용의 토탈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된 만큼 이번 판결이 미용치과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천시 최희수 원장은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안면부 전체에 대한 보톡스 시술이 개원가에 확산되기 위해선 보더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최 원장은 '진료확대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관한 전반적 대응책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할 것'이라며, 이외 턱관절 한방치료나 코골이장치에 대한 이비인후과의 침범에 대해서도 치협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최남섭 협회장은 '이번에 크게 활약한 치과계 진료영역 수호 비상대책위를 진료영역 수호 특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상설화 하기로 했다'면서 '이 위원회를 통해 한의사들의 턱관절 치료와 이비인후과의 코골이장치 제작 등의 문제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협은 오는 27일경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아래는 대법원 판결문의 결론 부분.


판결문(결론)

가. 의료법의 목적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국민
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자는 것이고,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을 처
벌하는 이유도 사람의 생명 ·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
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데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치아, 구강 그리고 턱과 관련되지 아니한 안면부에 대한 의료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치과 의료행위의 대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고, 치과대학이나 치의
학전문대학원에서는 악안면에 대한 진단 및 처치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으
므로 치과의사의 안면에 대한 보톡스 시술이 의사의 동일한 의료행위와 비교하여 사람
의 생명 ·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
다.
관련 의료법 규정을 해석할 때 전체적인 의료 수준을 향상시켜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톡스를 이용한 시
술이 이미 치과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로 인한 공중보건위생
에 대한 위험이 현실적으로 높지 아니하고 전문 직역에 대한 체계적 교육 및 검증과
규율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 의료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의료소
비자의 선택가능성을 널리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규정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결국 환자의 안면부인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를 시술한 피고인의 행위가 치과의사에
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는 없고, 그 시술이 미용 목적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나.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치과 의료가 허용되는 부위인 ‘악안면’이 턱을 둘러
싼 안면 부분으로 제한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의 시술이 치과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
의 의료행위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
단에는 치과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
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