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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 그리고 융~프라우

[이쁜황의 ISDH 참가기 7] 함께 나누는 시간

오는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될 ISDH(International Symposium on Dental Hygiene) 홍보를 위해 80여명의 한국 대표단이 지난 22일 20차 대회가 열리는 스위스 바젤로 떠났습니다. '이쁜황'(한양여대 황윤숙 교수)도 이 대표단의 일원입니다. 그는 출발에 앞서 대회 현장을 독자들과 직접 연결하기로 약속 했습니다. 행사기간 중 생생한 현장 풍경을 사진 위주로 덴틴에 전달 하기로 한 것이죠.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이쁜황'은 한다면 하는 분이니까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화이팅~! <편집자 주>



여행하기

학회가 끝나고 이제 눈을 보러간다. 그것도 여름에.. 며칠 동안 공부를 열심히, 그냥 공부도 아니고 영어로 하느라 고생한 일행들에게 휴식이 주어졌다. 일행은 목가적인 도시인 인터라켄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알프스의 융프라우에 오르기로 했다. 학회동안 각자 역할에 정신없었던지라 한국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지인 몇몇과 친목을 도모하기로 했다. 인터라켄에는 우리의 친교를 환영이라도 하듯 며칠동안 무더웠던 기온을 식히는 세찬 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에게 날씨도 조정하는 천사라 하더니 오전에 학회장에 갈 때는 빗줄기가 잠잠했고, 학회장에서 공부할 때에는 세찬 비가, 버스를 탈 떄에는 다시 잠잠하다 인터라켄으로 출발하자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생각해도 천사 맞다~!!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길가의 스위스 전원 풍경은 한 20년 전 어느 집에나 하나씩 있던 뻐꾸기 시계(집들이나 개업 선물 1호 였던 것 같다)를 산등성이에 뿌려 놓은 듯하다.



인터라켄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산이 가까워지고 저녁이 되니 온도가 내려가고 거기에 비까지. 가방도 무거운데 긴팔 옷을 챙기는 것이 짐만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곳의 날씨에  아주 요긴했다. 우산을 쓰고 식당으로 가는 길, 습하고 옷은 젖었지만 미세먼지 속에 살던 것과는 다르게 숨 쉬기가 행복한 거리에 비에 젖은 마을 모습이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시니 갑자기 센티해 진다.


저녁은 요들송과 스위스 전통 악기 연주를 듣을며 참여하는 극장식 전통요리 전문점이었다. 김숙향 고문님은 와인을 쏘~~~~시고(역시 술은 공짜 술이 최고다), 2016년 홍보 마무리와 2019년 서울 개최 성공을 다짐하는 케잌 커팅(의사 소통이 안된 스위스 악단이 생일 축하곡을 연주해서 따라 불러 주긴 했지만 왜? 우린 착하니까), 그리고 무대에서 전통 악기 연주에 도전하는 일행들로 한껏 즐거움이 고조되었다. 

배부름과 여흥 뒤 호텔로 귀가 하는 길. 관광도시답게 유명 브랜드의 각종 상품이 자신들을 쳐다봐 주길 기다리며 불빛으로 유혹을 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두눈 찔끈 감고 한국의 남푠을 생각하며 호텔로 돌아와 차를 마실려고 하니 물이 보이지 않는다. 속으로 후진 곳... 하며 목욕탕에 들어서니 벽에 작은 안내문이 보인다. 한글로 ‘생수’. 수돗물을 그냥 먹으라는 뜻으로 쓰여 있다. 요즘은 세계 여려 나라에서 한글 안내문이 보이두만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괜히 욕했다.



기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융프라우(3,454m)에 도전하기 위해 안개 낀 역에 도착했다. 사실 나는 스위스의 산이 두 번째다. 2014년 겨울, 남편과 함께 티틀리스산(3.020m)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기차가 아니고 케이블카를 탔고 마지막에는 회전 케이블카를 타며 여러 방향에서 주변을 살펴 본적이 있었다. 3,000m가 넘는 곳에 오르면 숨이 가쁘고 두통이 온다는 것을 경험 했고 난 일행들에게 댁에 남편은 몇 m냐고 농을 한 적이 있었다(왜? 남푠과 함께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가쁘고 답답하니까~ㅎㅎ)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는 톱니를 맞물리며 운행하는 형태였고, 세 번을 갈아타는데 중간 중간 잠시 내려 외부 경관을 감상하도록 되어 있었다. 표 검사는 갈아타는 기차마다 확인했고 그때마다 뚫는 곳이 달랐다. 그게 그냥 아무 곳이나 뚫는 것이 아니고 규칙이 있단다. 그 표로 오늘 중에 두~세번은 더 탈수 있으며, 그때마다 펀치의 위치가 다르다 하니 참..! 하고 감탄이 나온다. 검표원이 마지막에 건넨 쵸콜릿은 아~~~ 이거 맛있다. 사야지 하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잠시 들른 화장실에 낙서~~ 동부유럽의 소금광산, 영국의 성당 벽 그리고 이곳 화장실에도 낙서가 있다. 한국인이 그렇게 낙서를 좋아하고 기록 남기기가 취미인줄 몰랐다. 화장실에서 까지 한국인 빙문을 기록 할 줄이야.




하늘은 푸르고, 발 아래 눈은 사그락 거리고, 얼음 동굴, 이곳까지 열차를 설치한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들. 마냥 즐거웠다. 일행들은 소녀처럼 눈밭에도 누워보고, 어느 한국인이 가져온 태극기를 빌려 사진도 찍고, 또 이곳을 언제 와 볼까?...
 올 기회야 있으련만 그때도 이들과 함께 이곳에 있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함께 마음것 융프라우를 가슴에 담았다. 우리 일행이 천사가 확실해서 인지 어제 저녁 비가 온 것도 잊게 융프라우는 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소녀들 마냥 열심히 웃고 행복해하다보니 돌아갈 시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도착한 곳에 기념품과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냄새가 뭐지?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 컵라면을 판다. 만리장성에서 초코파이를 파는 것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다. 조금 있다 컵라면을 든 젊은 여성들이 눈인사를 한다. 분명 우리 일행은 아닌데 우리 일행에 젊은 친구들은 얼마 안되는데? 머릿속이 마구 복잡해 질 찰라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000학교 소속이에요”라며 내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2013년 체코슬로바키아 여행 중 왕궁의 위병 교대식을 보기위해 서있는데 어디서 한국말로“교수님”하고 불러 돌아보니 20년도 넘은 시간을 뒤로 하고 나를 알아봐주는 제자가 그곳에 서있었다. 제자와 함께 온 시어머님과도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이곳 융프라우에서도, 그리고 니옹에서도 인사를 하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 내가 외국에서 이리 만나는 걸 보니 내가 발이 넓긴 넓은가 보다. 그리고 크긴 큰가 보다. 그리고 그들에 손에 들려 있는 컵라면이 억수로 부러웠다. 스쳐 지나치지 않고 인사해줘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찰칵 ~~~~
 


그래도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단체 사진인지라 하산하는 기차역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우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산에 다녀오니 허기가 진다. 하산길 퐁뒤(fondue)를 먹기로 했다. 그러나 식탁의 메뉴는 치즈와 빵은 없고 샤브샤브다. 퐁뒤는 긴 꼬챙이 끝에 음식을 끼워 녹인 치즈나 소스에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요리인데 우리가 먹은 것은 스톡 퐁뒤, 즉 고기와 야채 등으로 맛과 향을 낸 국물에 육류·해산물·채소 등을 익혀 먹는 것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유래되었단다. 그러니 샤브샤브지ㅋㅋ. 프랑스어로 '녹이다'라는 뜻의 치즈 퐁뒤를 상상한 일행들의 실망이란. 가이드 말에 의하면 우리가 먹은 것이 제일 비싼 것이라 하지만 위로가 되지 못했다. 싼건, 남은 치즈를 다 넣고 녹여 먹던 가난한 시절의 유산이라고 하지만 우리 치~~~즈가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식사에서의 실망감은 스위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치유 받았다. 독자들에게 알프스 나무 한그루를 선물 한다 왜? 난 통큰 뇨자니까 ......

일행은 알프스가 만들어낸 여러 호수중 하나인 ‘튠’ 호수로 향했다



 


                                                                          글: 황윤숙 (한양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