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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치과위생사입니다’

[이쁜황의 ISDH 참가기 3] 한복의 맵시를 뽐내다

오는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될 ISDH(International Symposium on Dental Hygiene) 홍보를 위해 80여명의 한국 대표단이 지난 22일 20차 대회가 열리는 스위스 바젤로 떠났습니다. '이쁜황'(한양여대 황윤숙 교수)도 이 대표단의 일원입니다. 그는 출발에 앞서 대회 현장을 독자들과 직접 연결하기로 약속 했습니다. 행사기간 중 생생한 현장 풍경을 사진 위주로 덴틴에 전달 하기로 한 것이죠.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이쁜황'은 한다면 하는 분이니까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화이팅~! <편집자 주>



시작

이른 아침. 유럽풍의 건물 사이로 흐르는 운하를 본 덕분인지 일행들의 표정이 밝다.

개회식 시간에 임박해 행사장에 도착했고, 접수처는 영어 알파벳으로 나눠져 참가자들을 기다린다. 알파벳 H에는 홍, 하, 황씨가 줄을 섰다. H열 담당자는 잘 생긴 유럽남자~~ 난 내 성을 또박또박 말했다. 그런데 알아듣기 힘든 모양이다. 난 아이처럼 다른 사람 핑계를 댄다. 이게다 엄마 때문이야 ㅠㅠ


어릴 적 교양 있고 지적인 부모님이 참 자랑스러웠다.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추억은 지금 내 삶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부모님이 축음기에 LP판을 걸어 놓고 왈츠를 추시던 기억 때문인지 난 요한스트라우스의 ‘푸른 도나우 강의 물결’을 좋아한다. 또 아버님이 연주해 주시던 아코디언의 추억으로 풍금, 아코디언 류의 소리를 들으면 맘이 편해진다.
 중학교를 입학해서는  어머님께 영어를 배웠다. 일본식 영어를 배웠기에 터널은 돈네루~ 알콜은 아르꼬르~ ㅎㅎ. 일본식 발음에 경상도식 억양, 그게 내 영어의 시작이다. 내가 호주와 영국을 갔을 때 그 발음이 편했던건 일본 여행 때 영어가 통했던 건 어머님 덕분이리라.

 

 

행사장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 억양이 섞인 스위스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어 결국 펜과 종이를 건넨다. 그런데 그 종이에는 앞서 접수 했던 여러 외국 이름들이 적혀 있고 얼핏 옆을 보니 여권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음 우리만 유독 힘든 것은 아닌가 보다. 그런데... 등록자에 이름이 없다.
안내자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Y에 가서 윤숙 황을 찾아온다. 쎈수쟁이 ~~~

콩그레스 행사장은 넓고 미로다. 왜 이리 저리 복잡한지 돌고돌아 드디어 ‘SAN FRANCISCO’룸에 도착했고 각 나라 대표들이 깃발을 들고 입장을 준비 하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대표들은 좌우 양쪽 길로 입장하는데 우리 대표단이 입장하는 무대 좌측에 한국 팀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도 함께.

 



이윽고 South KOREA가 호명됐다. 한복(각 나라 민속의상)을 입은 문경숙 회장이 앞서고 강부월 부회장이 태극기를 들고 무대를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간다. 우린 모두 일어나 환호했다.
규모로 치면 한국에서 하는 우리 학술대회가 몇 배는 크지만 세계에서 모인 이들의 열정으로 치면 이곳이 더 뜨겁다.

행사에는 우리나라 행사 같이 정치인이나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관료들 없이 개최국 치과의사회의 축사 그리고 회장의 환영사, 고생한 사람들에게 주는 공로패(회장은 고생한 사람들에게 진정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의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와 울지 않을 것이라 다짐 한다)를 전달했다.

격식에 메이지 않고 다들 웃고 즐기고 표현하는 자유로운 개회식이었다.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은 좀 색다른 분위기라 좋아하며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며 즐겼다.

개회식 이후 모두 단상에 모여 촬영을 했다. 우리들이 모여 사진을 찍자 너무 많은 카메라들이 우리를 촬영한다. 아까 행사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내릴 때도 우릴 촬영하더니만... 한복인기는 후훗.


개회식 후 부스 참관에 도전~
와~~ 67개의 부스 업체를 보니 한국 치과위생사와 외국 치과위생사 업무가 확연하게 보이는 것 같다. 미백제 부스도 있고 익숙한 브랜드들도 있고, 그리고 자일리톨도!

부스 규모나 디자인도 단순한 칸막이 진열이 아니고 다양한 체험과 상품의 특색을 잘 나타낸다. 특히 오랄비의 앱을 활용한 이 닦기는 인기다. 핸드폰에 앱을 다운받고 실제로 해보면 상품을 준다니 다른 부스들도 서비스가 푸짐하다. 확연히 우리와 다른 ‘큰손’ 행사다. 이 부분이 부러우신 분들은 3년 뒤 한국대회에 꼭 참가해보시길...


 


 

 

이중에 3년 뒤 개최국인 한국을 알리는 홍보관도 있다.  부스 번호 27번에. 한국 홍보와 한복입어 보기 체험관은 많은 이들이 찾아 체험하며 행복해 했다. 작은 뱃지를 나눠주며 한복입기를 도와주기에 동참한 전국 시도회 임원들. 고생했고 참 고맙다.
나머지 부스 둘러보기는 내일로 기약하고(엄청 많아서) 학회에서 제공하는 점심에 도전했다.
병에 담긴 샐러드와 디저트, 소고기, 우유에 볶는 리조또(문제는 우리 입에 맞지 않게 쌀이 덜 익어 설었다는 것) 등 서서 먹는 것이 생리에 맞지 않지만 요긴 한국이 아니니까~~


활동

포스터전시장에 들렀다. 각국에서 참가한 81개 포스터가 발표되어 있었다. 이중 한국 치과위생사의 연구 발표는 27개. 와~~ 예전엔 이렇게 많지 읺았는데 주제도 다양하고.

핀란드 참가자는 미백제 사용 결과를 발표를 하며 미백제를 나눠 줬다. 물건만 받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열심히 경청하고, 영어를 듣기 보다는 보는 영어를 배웠던 지라 눈앞에 포스터가 있으니 이건 재미있다.

어느덧 오후. 세미나 일정이 있지만 행사장 밖 스위스가 날 유혹한다. 5시에 신청한 세미나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다. 그래서 난 탈출하기로 했다(이대목에서 교수로 고민을 한다. 이걸 써야 하나 하는ㅠㅠ. 하지만 글은 정직이 담보되어야 하기에 솔직하기로 한다).

 


난 스위스 국경을 넘어 프랑스 알사스 지방 꼴마르로 향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사실은 누구입장에서 본 마지막 수업이었는지는 좀 생각해야 하지만ㅎㅎ)의 배경지가 된 지역이고, 쁘띠 베니스라 불리는 작은 운하가 있는 곳이다.

동행한 제자가 "교수님 우리 지구 마을 지나가요." 어찌 그리 표현이 절묘한지. 난 지구마을에 놀러 나온 관광객이었고, 아이스크림 먹고~, 귀경 하고 ~, 학회는 잊었고~ 그러다 신데렐라 마냥 6시에 신청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부랴부랴 복귀했다. 운터린덴 미술관의 '이젠하임제단화’를 목전에 두고 아쉬움이 남았지만 ‘움직이는 하울의 성’의 배경이 된 건물은 봤다는거ㅎㅎ


 

잠시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TePe 세미나에 참석했다. 스웨덴의 치주전공의가 제안하는 방법은 probing 등으로 우리와의 업무의 범위가 달라 현실감이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환자 교육을 위해 접근하는 방식과 철학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주는 선물! 그 세트에 잇솔질 교육에 최적화된 dentiform ‘아싸~’. 이 강의는 일행 중 딱 둘이 들었고 강연 후 다들 부러워했다는 거~

그리고 화이트 와인이 곁들여진 미트볼과 간단한 석식. 아~~~하루를 너무 알차게 보냈다 하지만 볼 것, 느낄 것 거기에 지식까지 다 채우긴 난 좀 늙은듯하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 중 치과위생사라면 3년 뒤 개최국의 이득을 최대한 누리시길 ....빌어 봤다.(계속)

 

                                                                       글: 황윤숙 (한양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