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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든 넘치는 게 문제..'너무 일찍 도착했어 공항에~'

[이쁜황의 ISDH 참가기 1] 공항가는 길

오는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될 ISDH(International Symposium on Dental Hygiene) 홍보를 위해 80여명의 한국 대표단이 지난 22일 20차 대회가 열리는 스위스 바젤로 떠났습니다. '이쁜황'(한양여대 황윤숙 교수)도 이 대표단의 일원입니다. 그는 출발에 앞서 대회 현장을 독자들과 직접 연결하기로 약속 했습니다. 행사기간 중 생생한 현장 풍경을 사진 위주로 덴틴에 전달 하기로 한 것이죠.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이쁜황'은 한다면 하는 분이니까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화이팅~! <편집자 주>

 

출발

'그러면 그렇지 내가 여유 있게 준비하고 떠나긴 어렵지..' 새벽 5시 기상.

귀국 후 참여해야 하는 보수교육 초록을 작성해 보내고 어제, 아니 새벽까지 꾸리다가 팽개쳐 둔 뚜껑열린 여행가방과 다시 씨름을 하다하다 지쳐 '그래 결심 했어, 여권과 통장 두 가지로' 했지만, 가방을 체중계에 올려 보니 무게가 '에그머니나'다.

여유 있게 출발하려고 서둘렀는데 시간은 자꾸 가고, 이젠 됐지 싶어 가방을 닫고 돌아서면 아직 양말보따리는 가방 속에 입장도 못한 채다. 나름 인터넷에서 여행가방 싸기도 찾아보고 했건만 나아진 게 없다.

리무진 타는 곳까지 택시로 이동하기 위해 카카오 택시를 호출~. 그런데 출근시간이라 응답하지 않는다. 폰화면에 '블랙으로 전환하겠냐'는 창이 뜬다. 바쁜데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 없이 클릭!

곧 연락이 왔다. 9분 거리인데 괜찮겠느냐고, 목소리도 멋지고 정중하고 ㅎㅎㅎ 그래서 ‘9분쯤이야 기다리마’ 하고 주차장으로 나섰는데, 헉!! 벤츠가 왔다! 노란 번호판을 달고.

문을 열어주며 타란다. 가방은 트렁크에 실어 준다고, 아싸!.

그런데 휴대폰을 든 아지매가 실수로 카카오 택시 취소를 눌렀나 보다. 기사님은 다시 호출해 달란다. '호출 없이는 운행이 안 된다'며. 다시 호출을 하려다 아날로그 아지매는 당황했다. 호출하고 5분을 넘겨 취소하면 8000원을 내야 한단다. 흠.. 하지만 이쯤이야! 벤츠를 타니 내가 부자라도 된듯 하여 8000원이 껌값 같다.(사실 집에서 리무진 까진 5600원이면 되는데..)

다시 검색도 안되고 8000원 결제 하는데 시간은 흐르고, 출근 길 아파트 내 주차장에 서 있는 우리는 민폐이고. 그때 드디어 접속성공! 예의바르고 목소리가 좋은 기사님과의 벤츠동행이 시작됐다.

난 평소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참 잘한다. 오늘도 기사님과 아주 소득이 많은 대화를 이어갔다. 블랙톡택시 시장 현황, 활용비용, 기사님 전화번호 등을 말이다. 기사님은 내게 공항까지 가잔다. 역시 이놈의 인기는... 이내 곧 리무진 정거장에 도착 했다. 벤츠 택시를 타니 내가 벤츠 사모님이 된 듯 4배(벌금빼고)의 택시비를 시골 아줌마 마냥 봉투에서 부스럭 거리며 꺼내 건냈다. 마지막에 잔돈을 거슬러 받아 우아함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공항버스를 타고 복잡한 출근 시간에 올림픽 도로를 달린다는 상상을 하니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정류장에 짐을 실어 주는 분께 화장실을 묻자 호텔로 가란다. 캐리어를 끌로 가려는데 짐을 봐 줄테니 두고 가란다. 아싸! 짐을 맡기고 중년 아지매는 흰머리 흩날리며 노란 배낭을 귀엽게 양팔로 흔들며 호텔로~~~

 

공항

차가 도착했고, 캐리어에 붙은 번호표를 받아 잊지 않으려 손에 꼭 쥔 채로 출발 준비를 했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시외버스 할줌마다. 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두리번거리며 공항에 도착! 시간은 9시 30분이다. 아 ~~ 일행과 약속시간은 11시 30분인데 그때까지 뭐하지?

난 항상 뭐든 넘치는 게 문제다 일찍 온다고는 했지만 너~~~무 일찍이다. 이제부터 혼자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나름 공항패선 입었으니 여기저기 다녀 볼까? 공항패션에 신경을? 사실 얼마 전 통 넓은 바지를 샀다. 제자 왈 "교수님 그거 와이드 패션 맞지요? 그런데 왜 교수님이 입으시니 와이드로 안보이지요?"

헉. 사실 그 제자랑 난 오늘 일찍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제자가 말한 ‘공항패션’. 맞다 그런게 있었다. 유명하다는 것은 내가 아는 사람보다 날 아는 사람이 많다는건데 ‘그럼 난 유명하니까 패션에 신경 써야지...’ 라고 마음을 먹었다.




도착지 스위스까지는 10시간 이상의 비행이다. 이 긴 시간을 화장으로 피부를 지치게 할 수는 없으므로 민낯에도 어울려야 하고,  그리고 반지 하나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면 깔맞춤은 어쩌지? 이래저래 고민하다 결심했다. "블루~~~"
10시간의 비행 시간동안 나는 깔 맞춤한 블루 패션으로 동료 80여명의 치과위생사들과 함께 한다~

너무 일찍 도착한 난 공항 구석에서 아침부터 겪은 많은 일들로 지쳐 병든 닭 마냥 앉아 있다. 햄버거라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해야지... 아니다. 손에 커피라도 들고 다녀볼까?


나에겐 떠나는 일이 언제 부터인가 설레임보단 걱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직장일, 집안일 등 걱정을 접고 떠나는 이유는 3년 뒤 우리나라에서 열릴 ‘세계치과위생사연맹 학술대회’ 개최의 의미가 깊어서다. 무엇보다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 치과위생사의 주제 발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맙기도 하고 기대도 크다.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 여러분들에게 이쁜황 통신원이 스위스에서 진행되는 이모저모를 덴틴을 통해 발 빠르게 전하고자 한다. 기대해 주시길~    <계속>

                                                                             

                                                                                            글: 황윤숙<한양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