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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인공지능과 신의 한 수 3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07>

 

   알파고의 승리가 던져준 실업문제 다음으로 두려운 것은 인류의 노예화와 인류멸망의 시나리오다.  노예화 문제는, 인공지능이 아직은 인간의 조종 하에 있되 그 인간이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집단으로, 나쁜 편의 손아귀에 인류가 인질이 되는 설정이므로, 결국 인간끼리의 싸움일 뿐이다.  인간의 안녕·복지를 보장하던 전통적인 정치·사회제도를 압도하는, 우수한 무기인 인공지능을 독점한 악당과 선량한 시민이 대결하는 테마는, 이미 많은 공상과학 소설·영화에서 다루었으니 제쳐두자. 

 문제는 그보다 한 단계 위, 신이 된 인공지능의 출현·군림이다.

 

   종교는 토론하기 껄끄러운 주제다.  인간이 영성(Spirituality)을* 이해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  테레사 수녀도 어느 교황도 믿음의 동요에서 오는 괴로움을 고백한 적이 있고, 독실한 크리스천인 부시 대통령과 세계적인 부흥회 목사 그레이엄이, 영성을 되찾고자 한국의 C 목사를 찾아와 안수기도를 받았다는 풍문도 있다.  이제는 고령의 C 목사 자신도 옛날 같지 않아 보인다.  비종교인으로서 피상적이나마 종교에 대한 소견을 펼쳐본다. 

  목수는 자신을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배려하는 서민 집안에서 태어난 예수는 평생을 서민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속죄와 구원’을 설파하여, 으뜸가는 기독 신앙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범인(凡人)의 눈에는, 요절(夭折)로 인하여 인간에게 ‘정확한 퍼팅라인(Putting Line)’을 보여주지 못했다.  붓다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온갖 영화를 누렸으나, 측은지심을 누르지 못하여 출가하였다.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 자비를 실천하는 윤회사상의 불교세계를 가르치며 천수를 다함으로서, 일관되고 본받을 몸가짐과 함께 흔들림 없는 교리를 남겼다. 

 마호메드는 돈 많은 연상의 스폰서를 만나, 안정된 생활 속에 기독교 교리를 기반으로 한 교리를 탐구하며, 예언자로서 일생을 마쳤다.  노자는 무위자연, 자연에 순응하는 삶으로 신선이 되려하였고, 공자는 어질 인(仁)을 중심으로 이상향(주나라)의 선례를 따르는 엄격한 생활규범을 국가대본으로 삼으려했다.

 노자는 속세를 떠나고 공자는 군왕의 부름을 받지 못하여, 종교로서 널리 펼치지 못하였으나, 13억 중국인의 사상 속에는 신선사상이 자리를 잡았고, 공자는 동북아 3국과 동남아의 가부장적인 생활방식에 남아있다.  그밖에 아프리카와 아마존 오지에도 저마다 신앙이 있다.  신의 한 수 또는 신의 세계를 논할 때 그들 중에 어떤 신을 말하는가?  이 같은 신의 다양성은 혹시 신이 인간의 뇌 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천재 과학자 중에 무신론자가 많은 것인가?

 

   인간은 나약하고 인명은 유한(Memento mori)하니까 진화·향상한다.  직립보행과 민첩한 손놀림, 농경과 여가, 3대가 함께 사는 가족 등 인간의 뇌 발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된 이유는 많지만, 대부분 뒤풀이·결과론에 불과할 만큼 인간의 뇌는 불가사의하다. 

 알파고의 약진이 바로 불가사의한 뇌기능을 모방함으로서 가능했고, 철학과 종교적인 사유는 기본적인 감정이입과 동감(Empathy & Compassion)으로부터 출발한 상위개념임도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영성으로 충만한 신의 경지에 이르려면, 인간의 약점과 유한성(Mortality)에 더하여, 복잡한 감정의 정신세계도 입력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못 이룬 신의 세계로의 도약을 해야 한다.

 고수에게 바둑을 배운 제자가 스승에게 넉 점을 접히는 격이다.  결국 ‘신의 한 수’는 ‘인간의 손’이고 두려움의 극복도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과 신의 경지에 관한 마지막 두려움은 이제 접고,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인간 스스로 지켜야할 도덕 재무장 문제만 남는다.  어쩐지 오늘 밤은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 Deepak Chopra를 읽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