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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네이버가 악·안면 홍보..'치과계 이미 절반은 성공'

참관인들 '공개변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과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처벌대상일까? 유감스럽게도 1, 2심은 이를 위법한 의료행위로 보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치과 치료와 상관없이 미간 주름을 없애려고 보톡스를 시술했다면 이는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취지에서였다.

치과계는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1, 2심과 달리 이를 진료영역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치과계 전체가 소송전에 뛰어 든 것. 따라서 이번 최종심엔 국내 최대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변호를 맡았고, 19일 열린 대법원의 공개변론엔 서울아산병원 이부규 교수가 참고인으로 변론에 나섰다.

이날 변론은 오후 2시 20분경부터 시작됐다. 상고 기각을 주문한 검찰 측의 논리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의료법이 규정한 치과의사의 임무는 ‘치과 의료와 구강보건지도’에 국한한다. 둘째, 치과의사가 미용을 목적으로 보톡스를 시술하는 것은 사회통념에도 맞지 않다. 셋째, 전신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치과의사가 보톡스를 시술할 경우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검찰측 참고인 변론을 맡은 강훈 교수(성바오로병원 피부과)는 진료과목간의 중첩조차 인정치 않으면서 법이 정한대로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보건지도만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한마디로 치과의사는 절대 입 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

이에 피고인 측은 ▶구강악안면외과는 악안면(악 + 안면) 환자들을 치료하는 진료과목이고 ▶현행 의료법령상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 진료과목이므로 ▶치과의사는 안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삼단논법으로 맞섰다.
이부규 교수는 ‘안면 보톡스 시술은 미용성형을 위한 외과행위로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안면부 치과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턱관절이나 이갈이, 사각턱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보톡스 시슬은 이미 치과의사들에게 매우 익숙한 시술’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심평원 자료를 인용, 매년 많은 비골 골절, 광대뼈 골절 같은 안면 환자들이 치과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밝히고, 외과적 시술이 필요없는 미용 수술의 경우 치과의사에게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치과가 치아만 치료하는 곳은 아니다

 

검찰과 피고인측의 공방이 이처럼 가열되자 대법관들도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먼저 치과에서 생각하는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었다.

이에 대해 이부규 교수는 ‘치과영역에 안면이 포함된다고 해서 안면부위의 모든 진료를 할 수 있다는 건 물론 아니다’면서 그러나 ‘시각, 청각, 후각 등을 제외한 안면의 외상, 재건, 기형, 미용성형은 구강악안면외과의 영역’이라고 분명히 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번엔 검찰 측 참고인인 강훈 교수에게 ‘치과를 치아만 치료하는 곳으로는 아무도 생각치 않는다’며, ‘안면부가 치과영역이 아니라면 치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고 물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구강악안면외과와 이번 사건은 무관하다’고 전제한 뒤 ‘법이 치과의료와 구강보건지도로 치과의 임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확대 개념은 필요없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김소영 대법관은 검찰 측에 기소 이유가 ‘보톡스 시술 때문인지, 악안면의 범위를 벗어난 진료 때문인지’를 물었다. 검찰은 ‘둘 다’ 라면서 ‘이번 건은 구강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이자, 단순 미용목적의 보톡스 시술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김 대법관은 이부규 교수에게도 구강악안면외과 과목들을 다른 치과의사들도 배우는지를 물었는데, 이 교수는 ‘당연히 치대생 모두가 배운다’면서 ‘1, 2학년 때 전신을 배우고 이후 악안면영역을 공부하며, 수련과정에 들어가서는 실제 진료에 필요한 내용을 실습 위주로 다시 배운다’고 소개했다.

권순일 대법관은 ‘진료영역의 문제에 사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를 검찰에 따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감이 가는 부분이긴 하지만, 영영다툼이 너무 많아져 관련단체간 합의가 수월치 않은 실정’이라면서 ‘합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울 바에야 이번 기회에 대법원이 확고하게 영역을 나눠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가 언청이, 광대뻐 수술은 의사와 치과의사가 모두 시술 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소개한 후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참고인 강훈 교수는 그제서야 ‘언청이 광대뼈가 구조적으로 치아와 관계된다면 당연히 치과에서 시술하는 것이 맞다’며 한 발을 물러섰다.

 

 

대법원 ‘선고기일 곧 결정해서 통보할 것’

 

이날 공개변론에는 의료계 뿐만 아니라 일반의 관심도 높게 나타났다. 네이버의 실시간 중계 페이지에는 변론에 따라 찬 반으로 나뉜 댓글들이 열띤 대리전을 치렀다. 그 중엔 ‘의사와 치과의사의 영역이 다른데 미간이나 이마 주름 보톡스 치료는 상식선에서 누가 봐도 치과영역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처음엔 당연히 안되지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다. 오늘 공개변론 끝까지 봐야지’라는 소감도 있었다.

한 치과의사는 ‘의사는 치과를 거의 모르며 능멸 모욕하고 치과는 의학을 아주 조금 알면서 의사들을 존중한다’며, ‘이번 공개변론으로 결과와 무관하게 치과는 홍보 측면에서 건진 것이 많다’고 평가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시간여의 공개변론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심리된 내용과 자료들을 참작해서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며, 선고기일은 따로 결정해서 통지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날 공개변론엔 치협에선 최남섭 협회장과 김철환 학술이사, 강정훈 치무이사, 이강운 법제이사, 박영채 홍보이사, 박상현 정책이사와 각 분과학회장들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