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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종교인들의 구강상태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78>

치과에 혼자 씩씩하게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나 처음 방문 때는 치과 공포심을 이기고자 반드시 누구와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님과 그리고 연로한 노인들은 딸이나 며느리 혹은 드물긴 하지만 효성이 지극한 아들과 같이 옵니다.


겁이 많은 젊은 사람이라면 먼저 치료를 받았던 친구를 동반하지요. 팔순이 넘으신 어르신들은 부부가 손잡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괜히 가슴 한쪽이 시려올 때가 많습니다. 제 3의 젠더인 '아줌마'들은 한 사람이 치료받는데 단체로 와서 대기실을 점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스턴트 무료 커피 역시 같은 숫자로 나갑니다. 그런데 아줌마들 심리가 참 묘합니다. 환자가 거의 없을 땐 원래 치료 받기로 예약이 된 분만 받고 가는데, 환자가 미어터지는 날은 꼭 자기도 보고 가겠다는 이상한 심리가 작동합니다. 가뜩이나 바쁜데 아줌마들 하소연 들어주는 일도 보통이 아닙니다.


특수한 경우지만, 종교인들은 어떨까요?

대처승이 아닌 대개의 스님들은 혼자 살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특히나 구강건강)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부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님들은 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인 사모로부터 간섭 겸 관리를 받아서 대체로 양호한 편입니다만, 수도사 신부나 학승이 아니신 혼자 사시는 종교인들은 술과 담배가 일상인 분들이 많습니다.

천주교 공원묘지에 가서 신부님들 묘비를 자세히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장수하신 분들이 별로 많질 않더군요. 혼자 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말도 되고, 또 그런 생활 자체가 자기 관리에 소홀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미사주 알콜 농도를 일반 와인보다 낮게 만들었을까요?


비구와 비구니 차이도 큽니다. 제 치과 인근엔 승가대학이 있는 제법 큰 비구니 사찰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비구니 학승들이 와서 공부를 하는 곳인데, 가끔 저희 치과에 환자로 오십니다. 화성시에 있는 비구니 암자의 노스님들도 단골 환자들이십니다. 그런데 구강 상태를 보면 평균적인 여성들보다 훨씬 좋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이를 닦아 마모가 심한 경우까지 있습니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서로 격려와 검열을 해서일까요? 하기야 교도소를 들락거린 제 건달친구의 구강상태를 보니 의외로 일반 사람들보다 건강한 상태라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교도소에서 이 닦는 일 말고는 할 게 없다는 요상한 답을 하더군요 ^^.


신부님들은 원래 현역이시든 은퇴를 하셨든 간에 가톨릭대학 계열 병원에 가면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는 신자의 치과나 형제자매들이 소개해준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대학병원 급에서는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여러모로 불편해서 그렇겠지요. 그래서 처음에 오실 때는 대개 자매님들과 동반해서 오십니다. 저는 진료비 대신에 혹 미사주 남은 게 있으시다면 퉁 치자고 농담 삼아 말씀 드리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정식 조계종 사찰이 아니라 소수 종파 혹은 개인 사찰이나 암자의 스님들의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대처라서 사모가 잘 챙겨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이나 애매한 독신(?)인 분들은 구강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크긴 하지요.)

대개 이런 분들은 보살님과 같이 치과에 오십니다. 물론 그 보살님은 저의 오랜 단골환자시니까 믿고 모시고 오는데 스님의 구강상태는 대략 난감입니다. 니코틴에 찌든 스님도 꽤 계시죠.


그런데 정작 제가 궁금한 것은 진정한 채식을 하는 스님들의 구강 내 상주세균 분포가 어떨까 하는 점입니다. 육식을 하지 않으시니 당연히 세균 군락도 일반인들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정통 비건(채식주의자)들을 연구해 봐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일반 비건들은 가공한 소프트 푸드도 많이 먹기 때문에 채식 스님들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제따라 보살님이 스님을 모시고 온 경우가 오전과 오후에 두 번이나 있어서 한번 중얼거려 봤습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