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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째보선창에서- 군산 '똘이네집'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77>

째보는 언청이를 말합니다. 그것도 우리가 전공 분야인 입술 언청이, 그러니까 한자어로는 구순열(어떤 지휘자 부인과 이름이 같군요.^^)입니다.
군산과 목포엔 째보선창이라는 부두가 있습니다. 과거엔 흥청거리는 부두였지만, 지금은 매립되거나 폐항구처럼 되었습니다. ?째보선창은 마치 입술이 찢어진 모양새로 안으로 움푹 들어온 선창이라는 말이겠지요. 군산의 째보는 이곳 선창을 쥐락펴락했던 객주가 언청이라서 그렇게 불렀다는 이설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째보선창에 관한 문학적 기록은 꽤 됩니다. 멀리는 채만식의 '탁류'가 대표적이지요. 소설에서 작가는 째보선창가의 미두장에서 현물투기를 하는 인간 군상들과 일제수탈을  고발합니다.
가까이는 박범신 선생의 소설 '소금'에도 나옵니다. 원문을 옮겨보면, 탁류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땅콩밭을 처분하고 고향인 세도를 떠나 군산 째보선창으로 이사한 것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가산을 모두 탕진한 ‘정주사’가 “두루마기 둘러쓰고 풍덩 물로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해볼까” 하고 늘 탄식하던 곳이 바로 째보선창이었다.

 한때는 고군산열도 일대에서 들어온 고깃배들과 김제평야의 질 좋은 미곡들이 모두 모여들어 그야말로 성시를 이루었던 곳이기도 했으나, 내가 이사했을 무렵만 해도 세월에 밀려나기 시작한 째보선창은 꽃봉오리 시절을 다 흘려보낸 늙은 작부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째보선창이란 단어를 들으면 위의 표현처럼 늙은 작부의 처량한 젓가락 타령이 떠오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똘이네집‘ 식당 주변에 차를 주차하는데 주변의 낡은 건물이 쿵쿵거립니다. 슥 살펴보니 쇠잔한 노인네들을 위한 이층 콜라텍에서 나오는 음악입니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자 '때 빼고 광낸 늙은 아베크들'이 속속 입장을 합니다. 아직 버얼건 대낮인데 말입니다.
군산 출신 어느 시인은 째보선창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째보선창                         

                      이병훈


태어나는 날씨마다 흐리다.
태어나는 바람이 짜다.
흐리고 짠 우리들의 물결 안에
소주보다 독한 피를 나눌 때는 올 것인가


평일 진료를 팽개치고 여기까지 와서 졸복탕에 ’쏘주‘를 들이키지 않는 것은 째보선창에 대한 예의가 분명 아닐 겁니다. 아무리 낮술이라 하여도 말입니다.          




 낮술 한 잔을 권하다                                               

                                      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싸아'하니 온몸으로 흩어져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 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똘이네집 졸복탕은 된장베이스입니다. 그 옛날 수원남문 골목 ’할머니복집‘ 이후에 처음입니다. 탕에는 콩나물과 미나리도 보이지만 메인은 아욱입니다.
사실 졸복의 정의는 따로 있지만, 요즘은 작은 복을 전부 졸복으로 부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작다고 얕보진 마세요. 맹독을 가졌어요.
문제는 생복이 아니라 반 쯤 건조한 꾸덕꾸덕한 코다리 스타일 복이라는 겁니다. 이론에 따르면 아미노산이 더 생성되어 맛있어야 하는데 씹을 때 걸리는 게 많습니다.

여하튼 저는 생복이 좋습니다. 똘이네 반건조 졸복은 마산의 건아구 느낌이었어요.



째보선창은 뭔가 쓸쓸한 분위기입니다.


졸복탕으로 유명한 똘이네 식당입니다.


반찬은 요즘 유행하는 시골밥상 스타일이고요.


 

반지회무침입니다. 반지란 밴딩이를 말하지요.


 

졸복튀김입니다. 요게 꽤 별미입니다.


아욱이 메인으로 보이지요?


작은 붕어처럼 보입니다. 건아구처럼 씹을 때 걸리적거리는게 꽤 많네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