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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칼럼

새내기들에게 격려를...

[황윤숙의 깨알 줍기] - <6>

 

이때 쯤 산의 나무를 가까이서 보면 분명 잎사귀도 없는 마른 갈색나무인데, 멀리서 보면 뭔가 옅은 연두 빛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학교 복도에도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2학기와 비교 할 때 학생 수도 같고, 시간표도 비슷하게 운영되지만 웬일인지 복도에도 학생들로 가득차고 게시판 앞의 분위기도 호기심과 생기가 넘친다.

또 복도를 지나다 보면 반가움에서 가던 걸음을 불러 세우는 아이들이 부르는 호칭이 다양해진다. 방학 중 현장임상 실습 현장에서 익숙한 호칭들이 입에 배여 있어 호칭만 듣고도 이 아이가 몇 학년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종합병원에 실습 다녀온 3학년들은 ‘과장님’이라 부른다. 또는 ‘원장님’이라고 하는 학생들은 개인의원 실습을 경험한 2학년들이다. 그리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마치 신혼부부에게 ‘여보’라는 호칭이 어색하듯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한 새내기 들이다. 이런 분위기들이 봄 학기를 활기차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지도 학생을 만나게 된다. 올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학교생활과 학칙, 교과목 소개 등의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지도교수와의 상견례 시간을 갖기 위해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은 희망과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과 셀레임 등등의 묘한 감정들이 뒤섞인 분위기의 학생들이 책상의 오와 열을 맞추고 앉아 있다. 그리고 칠판에 적어 주는 지도교수 전화 번호, 연구실 위치, 그리고 메일 주소 등등을 의자를 바짝 끌어 당겨 앉아 수첩 혹은 핸드폰에 기록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삼년을 함께 할 새로운 시간들을 상상해 본다.

1학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들 얼굴 위로 엊그제 까지 지도교수가 한마디 던지면 깔깔대며 두 마디 농으로 응대하며 여유를 가졌던 13학번 졸업생들의 얼굴이 하나씩 겹쳐진다. 석 달 전만 해도 이곳에서 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시험 준비와 취업을 위한 모의 면접,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등을 함께 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졸업생을 취업 지도를 하면서 자기소개서에 담긴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고민들을 볼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둔 아이들은 깨끗하고 매끄러운 도자기 같진 않지만 질그릇 같은 소박함을 가지고 있었고, 훌륭한 목수를 만나 솜씨 좋은 대패질에 의해 좋은 재목이 될 재질 좋은 원목 같은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치과의료 현장 어디에선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의 토대를 기초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와 방식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 중일 것이다.


한때는 나도 누군가의 제자였고, 1년차 새내기 치과위생사였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선생으로 살아가며 어디선가 열심히 살아갈 제자들을 걱정한다. 좋은 인연을 만나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기를... 혹여 인연을 만나지 못해 한두 번 방황하더라도 그 경험이 아픔이 아니기를...  그리고 성급하지 않게 한발 한발 성실하게 경험을 쌓고 그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잘 활용되길 희망해 본다. 

좋은 인재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지도와 관심 믿음이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5,000여명의 치과위생사 새내기들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우리들의 칭찬과 격려가 함께 하는 시간이길 바래본다.  


『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연쇄(連鎖)속에서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 신영복의《처음처럼》중에서 -  



 


 

 : 황윤숙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충치예방연구회 운영 위원

국민구강건강을 위한 치과위생사 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