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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다수개방'이라고 모두 전문의가 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로서의 역량 갖춰야 자격취득 가능

대의원들은 결국 다수개방안을 선택했다. 지난달 30일 치협회관 5층 강당에서 열린 치과전문의제도 개선 임시대의원총회는 상정 3개안을 두고 결선 투표까지 가는 경합 끝에 참석대의원 175명 중 93명이 찬성한 협회안(다수개방안)을 개선안으로 채택했다. 이로써 치협은 77조 3항 위헌 판결 이후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다수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가꿔 갈 또 한번의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임시총회가 끝나자 전문의 문제도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소수정예니, 다수개방이니가 끝나지 않을 쟁점처럼 치과계를 달구더니 일단 결정이 되고 나자 거짓말처럼 그런 말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신 '3안'이란 이름으로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은 다수개방안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 될 것인지에 개원가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많아진 것만 봐도 이런 분위기는 확연하다.

 

 

'피해 계층 최소화'가 다수개방의 기본 취지

 

이젠 정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전문의란 무엇인가'의 문제인데, FDI(세계치과의사연맹)가 제정한 '치과의사 국제 윤리원칙'을 보면 직업전문인인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자신의 역량 수준을 넘어서는 조언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다른 전문가에게 의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 '다른 전문가'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전문의'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전문의라면 의당 다른 치과의사들의 의뢰를 받아 환자들에게 필요한 조언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해당 전공분야에서 그만한 역량을 갖춘 치과의사가 전문의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답은 아주 간단해진다. 다수개방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너도 나도 전문의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전문의는 여전히 필요한 임상경험과 역량을 갖춘 치과의사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다수개방'이란 다만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집단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를 담은 표현일 뿐이다.

반대 의견 즉, 소수정예안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이미 수련 과정을 마친 많은 사람들에게 거듭 양보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의원총회 결의대로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를 반복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전체주의로 개인의 권리를 속박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데에 있다. 77조3항이나 해외 수련 치과의사들의 경우에서 보듯 법은 점점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보호하고 추구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따라서 다수개방이 아닌 어떤 전문의제도도 법리적 취약성을 띌 수밖에 없다. 지난 임총에서 어떤 대의원은 현행 제도로 그냥 가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금방 다른 대의원에 의해 '호도성 발언'으로 지적당했다. '당장 외국 수련자 문제만 봐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치과전문의 문제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줄곧 법과 현실의 경계를 타 왔다. 그래서 당장 시급한 아주 최소한의 결정만을 치과계에 재촉했고, 이번 임총에 올린 2안(복지부안)에도 전속지도의와 기 수련자에 관한 사항만 담았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가능한 한 치협과 상의는 하겠지만, 법이 정한 부분에선 복지부로서도 더 이상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젠 전문과목 표방하는 분위기도 가꿔야

 

3안은 그러므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번 개정에서 미 수련자와 학생들을 배제할 경우 이 문제가 장래 또 다른 불씨로 자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구성원 모두를 새 제도에 참여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치협은 보건복지부와 협의, 일단 오는 3월까지 개정법령에 대한 입법예고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전속지도전문의, 외국 수련자, 기 수련자, 전문과목 신설, 인턴제 폐지, 전문의자격갱신제에 관한 사항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근거로 치협은 보건복지부와 경과조치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외국 수련자와 기 수련자 그리고 미수련자에 대해 2018년부터 전문의 응시기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치협의 계획처럼 복수의 전문과목 신설이 가능할지는 해당 학회 및 정부와의 좀 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의 논란은 어쨌든 일단락이 됐다. 그동안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이번 임총에서 만큼은 집행부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이 된 셈이다. 이제 방향을 잡았으니 로드맵대로 밀고 나가는 일만 남았으므로 다음은 집행부가 실행력을 발휘할 차례다.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배출하는 일, 전문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는 일, 전문의들이 자신있게 전문과목을 표방하게 하는 일 등이 모두 집행부의 손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