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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칼럼

에어컨 좀 꺼 주세요

[황윤숙의 깨알 줍기] - <5>


계절도 바뀌고 하여 부석해진 머리를 다듬기 위해 오랜만에 미장원에 갔다. 그곳은 나의 일상 중에 유일하게 여성 잡지를 볼 수 있는 곳이기에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에 혹은 미용 중간 중간에 부지런히 책보기에 집중한다.


마침 모 여성잡지에서 평소 궁금했던 섬유에 커피나 김칫국물이 묻었을 때 세탁하는 법과 가죽제품 손질법 등 생활에 요긴한 정보를 발견하고 엄청 살림꾼 주부인체 하면서 몰입을 했고,  정말 궁금했던 정보가 뒷 페이지에 계속된다기에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아뿔싸... 

 알고 싶은 정보가 적힌 페이지가 찢겨져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실망감은, 여러 사람이 보는 책이다 보니 실수로 누군가 찢거나 아님 많은 사람들이 보다 보니 낡았나 보다 하고 아쉬움이 남지만 어쪄겠어 라며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책읽기를 계속했다.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손쉬운 운동 몇 가지가 보인다. 잠시 빌려 읽는 책인지라 운동 방법을 눈으로 익히면서 머리로 몸 움직임을 상상하다 요즘 기억력을 믿을 수 없는지라 핸드폰을 꺼내 촬영해 두기로 했다. 핸드폰을 준비하고 촬영을 위해 책장을 넘겨보니 운동들을 일목요연하게 그림으로 정리한 요약 페이지인가 본데 아까처럼 또 실종되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실수겠지 했지만 실수라 보기에는 책의 묶인 곳 까지 너무 정교하게 잘려져 있다. 이걸 누가 가져갔을까 상상을 하다 보니 문득 얼마 전 고속버스에서 만난 아주머님이 겹쳐져 생각난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인 어느 날 야외에는 바람이 불어 시원하나 폐쇄된 공간은 에어컨을 켜야 하는 환경에서 지방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차 출발 시간이 임박하여 뛰다보니 몸에서 열이 나서 버스 안 에어컨은 나름 아주 요긴하게 체온 조절을 도와주던 그때, 한 아주머님이 승차 하시면서 큰소리로 “기사양반 에어컨 좀 끕시다.” 목소리에 놀라고 자신의 요구를 그것도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구를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나 싶어 깜짝 놀라고 있는 사이, 다른 승객이 “거기 좌석에 조절기 있거든요. 그걸 닫으시면 될 텐데요.”라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자(아마도 아주머님의 크고 당당한 목소리에 기세가 눌려서 인 듯)

 “내 자리를 꺼도 다른 사람들이 켜 놓은 것 때문에 추워요.” 답했다. 그러자 또 다른 승객이 “얇은 겉옷 하나를 가지고 다니면서 입으셔야지 그냥 끄자하면 어떻게 해요”. 아주머님 이내 답을 “옷을 입어도 추우니 꺼주세요”라고 한다.

 뭐지? 저 당당함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무례한 자기중심적 사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계속 주장을 하니 기사님은 마지못해 “그럼 우선 끄고 가다가 더우면 다시 키겠습니다.” 라는 여운의 말을 남기고 승객들의 동의를 구하고 에어컨을 끄고 차가 출발했다.
 
두 개의 이야기에서 우린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러 사람들이 보는 책의 정보를 혼자만 소유하겠다는 욕심과 자신의 체온을 기준으로 하여 버스 안 온도를 조절하여 여러 사람들을 더위 속에서 있게 하는 자기중심적인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비단 우리 주변에는 두 개의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모두가 시청중이 TV를 아무런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춰 채널을 선택하여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 아침에 출근하여 직장인들이 함께 보는 신문을 아직 다른 사람들이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필요한 기사를 타인이 읽었는지 어쨌는지 상관없이 오려 스크랩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은 방관하는 사람들의 자세이다. 책을 찢는 행동은 보지 못해 뭐라 이야기 못했다면 에어컨을 끄게 하는 아주머님의 행동이나 채널을 마음대로 바꾸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불편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에서 떠들거나, 큰소리로 전화를 하는 등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귀찮으니까 시비에 말려들기 싫어 서 등등으로 외면하고 만다.

이런 행동들이 습관화되어 우리가 살아야 할 이 세상 그리고 자식들에게 물려 줄 이 사회가 바르게 유지 될 수 있도록 소리를 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의 목소리에 눌려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기운차게 목을 가다듬고 옳지 않은 일에 대해 목소리 내는 바른 행동을 선택하길 바란다.



 


 

 : 황윤숙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충치예방연구회 운영 위원

국민구강건강을 위한 치과위생사 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