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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주 일요일엔 교회도 빠져요, 봉사 땜에.."

통일부장관 표창 수상한 권택견 원장

동작구 권택견 원장(권택견 치과)이 통일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정작 본인은 ‘별일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는 듯 오히려 민망해한다. 그는 2006년부터 10년째 하나원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10년이면 월 1회로 쳐서 최소 100회가 넘는다. 매회 4시간, 10명씩으로 계산해도 권 원장은 이미 하나원에서만 400시간의 봉사를 통해 1천여명을 진료한 셈이 된다.

즉 1천명이나 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그동안 그의 손을 거쳐 충치를 치료하고, 빠진 치아도 해넣은 다음 심호흡을 하듯 한국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그의 통일부장관 표창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번 표창은 하나원 16주년을 기념해 상신됐고, 지난 7월 21일에 있은 ‘열린치과봉사회-하나원 간담회’ 자리에서 전달됐다.

열린치과봉사회에서 감사직을 맡고 있는 권택견 원장은 전에는 매월 한차례씩 비전트레이닝센터와 ‘중국동포의 집’에도 나갔지만 ‘이젠 봉사도 좀 편하게 하시라’는 후배들에게 등을 떠밀려 몇 년전부터 하나원에서만 진료를 한다. 다행히 하나원은 권 원장에겐 봉사처로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집에서 딱 15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 고속도로를 달려 출근을 하는 처지가 됐으므로, 마실 가듯 금방 가닿는 진료처가 오히려 신통할 지경이다.

 

 

하나원 봉사는 보통 일요일 아침 9시쯤 시작된다. 서울에서부터 새벽같이 먼 길을 달린 다른 봉사자들이 이 시간쯤 이 곳에 당도하기 때문이다. 하나원 셋째주 진료에는 권 원장을 비롯해 15명 내외의 봉사자들이 참여하며, 보통 한번에 40~50여명의 환자들을 소화한다. 그러므로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선 무엇보다 팀웍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선 권 원장은 셋째주 진료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원 변동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팀웍은 아주 좋은 편이에요. 도착하자마자 눈치 볼 것 없이 자연스럽게 각자 할 일에 매달립니다. 불필요한 혼선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소화해낼 수 있는 이유이죠."

-환자들은 어떤가요. 치료에는 협조적인가요?

“처음하고는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치료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컴프레인도 합니다. 그래서 재료선택도 그렇고, 말이나 행동에 더욱 조심하게 돼요.”

-봉사하는 입장에선 서운할 때도 있겠군요.

“물론 그렇기도 해요. 하지만 모두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분들이잖아요.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해요. 대한민국에선 적어도 내 권리를 제한받고 싶지 않은 거겠죠. 다행히 하나원에서도 치과치료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자주 교육하나 봐요. 수줍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거든요. 그럴 땐 또 보람을 느낍니다. 하하~”

-어떤 치료가 가장 많나요. 역시 보철 위주인가요?

“치석이 많아서 스케일링은 기본이에요. 그리고 아무래도 새로운 삶을 막 시작할 분들이기 때문에 심미치료에 비중을 두게 돼죠. 전에는 브릿지도 일인당 한 피스씩만 해줬는데, 이제는 제한없이 하고 있어요. 좀 미안한 건 임플란트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거에요. 왜냐하면 정해진 기간 내에 임플란트 치료를 마치긴 어렵거든요.”

-열치하고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하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취지는 좋은데 진료를 맡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겠구나’ 싶어 일손이나 덜어줄 양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하다보니 또 중도에 그만두기도 뭣하고.. 그러다 보니 운영위원이 되고, 부회장이 되고, 감사가 되고.. 세상 일이 다 그런거죠 뭐.^^”  

-가끔씩 후회도 하세요? 괜히 시작했다고.

“에이~ 그런 적은 없어요. 정말 가끔이긴 하지만, 꾀가 날 때는 있죠. 그럴 때마다 열심히 하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또 힘을 얻습니다. 저는 성가대원이지만, 이젠 교회에서도 셋째주 일요일 예배에 빠지는 걸 인정해 주거든요. 참!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은데.., 치과의사 보다 봉사자들이 정말 대단해요. 이 분들이 봉사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많이 배우게 돼요.”

-언제까지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신가요?

“저는 다행히 봉사를 위한 좋은 툴을 만난 셈이에요. 열치처럼 꾸준히 재미있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봉사단체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시력이 허락하는 한 제가 해온 봉사만큼은 계속 하고 싶어요.”

 

권택견 원장은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도 봉사를 먼저 권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가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 상대방이 먼저 봉사 얘기를 꺼낸다. 이때에도 그는 그냥 봉사를 해온 느낌만을 살짝 얘기해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당사자에게 그 느낌이 전달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왜냐하면 어차피 봉사란 마음에서 우러나야 할 수 있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