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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 공청회' 이야기

'전문의제도는 이제 명분이 아니라 현실'

지난달 17일 치협회관에서 열린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법령개정을 위한 공청회’는 예상대로 치과계 구성원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이 났다. 이 자리에선 전문의 논의에 처음 참여한 학생 대표나 전공의 대표까지 각자 ‘원하는 전문의’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합일할 수 없는 치과전문의의 속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만 셈이다.

따라서 이런 공청회를 앞으로 더 가져야 하는지에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기조발표를 통해 소개된 로드맵이 치과전문의제도 개선에 관한 치협의 기본구상인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각 치과계 주체들이 경쟁하듯 각자의 주장을 쏟아낸들 결국은 선택만 어렵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날의 공청회에서 느낀 점을 한마디로 정리하란다면 ‘논의의 틀부터 다시 갖춰야 하지 않을까?’ 정도가 되지 싶다.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선 첫째 ‘왜 이 시점에 제도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명확히 정립돼 있어야 한다. 둘째 주최 측의 기조발표가 논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기준이 된 방향에 맞춰 토론의 범위까지 미리 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공청회에선 이런 기본요건들이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패널들마다 강도가 달랐고, 주최측은 ‘기조발표 내용이 집행부의 구상인지 김철환 학술이사 개인의 생각인지’를 묻는 질문에 조차 답을 주지 못했다. 한 마디로 논의의 기준점이 흔들려 버린 것이다. 자연 이날의 공청회는 결론이고 뭐고도 없이 ‘그냥 들어나 보는 자리’로 끝이나고 말았다.

 

 

'그냥 들어나 보자'는 공청회는 시간낭비

 

정책결정을 위한 공청회는 일반적으로 각자의 주장을 쏟아내기 보다 서로 다른 주장들을 하나씩 정리해 큰 방향으로 물길을 잡아 가는 자리로 활용된다.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고, 토론을 통해 조금씩 공감의 폭을 넓힘으로써 최종 결정에 부담을 줄이자는데 행사의 일차적인 목표를 두기 때문이다.

의료법 77조 3항의 위헌 판결로 빗어진 지금의 치과전문의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이런 논의방식을 따라 가는 것이 맞다. 전문의제도에 관해서라면 치과계는 이미 수십년을 다퉈왔고, 전문의를 배출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났으므로,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그냥 들어 나 보는 자리’를 가질 이유는 없다. 바뀐 환경에선 그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뛰어 넘을 것인지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그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공청회가 포인트를 놓친, 하나마나한 행사가 되고만 가장 큰 이유는 집행부의 준비부족 탓이다. 관련 임원들은 공청회를 앞두고도 준비회의 한번 하질 않았다. 하다못해 내부 간담회를 준비하더라도 담당자간 협의라는 것이 필요할진데, 어떻게 외부 패널들과 방청객을 불러 진행하는 정책공청회를 앞두고 서로 말 한번을 맞추지 않았을까?

그러니 누구든 조금만 파고들면 금방 설명에 두서가 없어진다. 공청회 말미에 ‘다수개방 대 소수정예’ 라는 해묵은 반목을 재현하게 된 연유도 따지고 보면 주최 측이 적절하게 토론을 이끌지 못한 탓이 크다. 기준점 없이 집행부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으려다 보니 이런저런 주장들을 모두 들어줘야 했고, 급기야 현실성 없는 판박이 주장들을 반박할 근거조차 모호해진 것이다. 

현실인식에선 오히려 방청객들이 패널을 압도했다. 한 방청객은 여전히 소수정예를 주장하는 건치 측 패널에게 ‘과거 77조3항의 위헌가능성을 간과한 잘못에 대해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지적했고, 다른 방청객은 ‘발표된 전문의 로드맵은 너무 느리다’며, ‘하루빨리 여러분 모두와 함께 전문의가 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 이후의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 주최 측은 ‘필요하면 지부를 돌면서라도 이런 모임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다음엔 소수정예안으로 공청회를 갖자’는 제의까지 뒤를 이었다. 이렇게 되면 전문의제도 개선은 물건너 가고 만다. ‘소수정예냐, 다수개방이냐?’의 고답적 전문의 프레임 속에 또 다시 갇히게 될 뿐.. 

 

 

이 문제에서 만큼은 집행부가 깃발 세워야

 

문제는 ‘전문과목 표방 치과가 점차 늘어나는 걸 개원가가 감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전문의 자격증을 우월적 임상능력의 증표처럼 과장해서 홍보하고, 이에 자극받은 임의수련자들마저 결국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따내면 개원가는 급격히 전문치과와 일반치과로 양분되고 말텐데.., 그래도 괜찮다면 제도 개선은 필요가 없다. 그냥 이대로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방만 유리하게 하는 전문의가 싫다면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공청회는 그래서 열린 것이다, 상생의 전문의제를 위하여..

이미 2천명이 넘는 치과전문의가 배출된 지금, 전문의제는 명분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래서 ‘집행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의 방향을 잡고, 필요한 방향으로 치과계의 여론을 끌고가는 역할을 집행부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 지금처럼 ‘이런 의견도 저런 의견도 다 듣겠다’는 태도는 10년전에나 어울릴 법한 회무방식이다.

이제부터라도 전문의 문제에서 만큼은 깃발을 높이 세우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집행부에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