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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비전트레이닝센터의 ‘투스패어리’

‘매월 셋째주 화요일이면 그들은 거기에 있다’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비전트레이닝센터는 노숙자나 알콜중독자를 위한 복지 시설이다. 문래동 ‘자유의 집’이 개발 바람에 철거되면서 이쪽으로 옮겨왔다. 열린치과봉사회(회장 안성훈)는 지난 2001년 자유의 집에 치과진료소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노숙인들을 위한 진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햇수로 쳐서 벌써 15년째.

수용 인원이 줄어들면서 주 2회 진료에서 지금은 매주 화요일 저녁에만 치과 문을 연다. 지난 21일의 진료담당은 서울시치과의사회 강현구 부회장과 여의도 목고박치과 목성규 원장이었다. 고교 동기동창인 이들은 박연란, 송명진 선생(치과위생사)과 벌써 몇 년째 매월 셋째주 화요일마다 이곳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영등포와 여의도에서 진료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와도 7시반은 넘어야 첫 환자를 체어에 앉일 수 있다. 이날은 거의 8시가 다 돼서야 진료실이 분주해졌다. 접수를 맡은 공익요원이 몇 번이나 초조하게 문밖을 살핀 후 였다.


강현구 부회장은 말 그대로 ‘부회장’이므로 언제 회의나 모임이 잡힐지 모른다. 그래서 가급적 정기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개인 활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열치 봉사만은 어떤 경우에도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시간을 의미롭게 가꾸는, 일종의 자기약속인 셈이다,

목성규 원장도 비전트레이닝센터에서만 벌써 5년째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의 딱한 사정도 잘 안다. 그는 함께 일하는 고, 박 두 원장과 상의해 이곳 사람들의 보철치료를 위해 벌써 500만원이나 지정기부금으로 내놨다. 듬성듬성 앞니가 빠진 이들의 아이같은 하얀 웃음에 그만 정이 들고 만 것이다.

박연란 선생은 목고박치과에 근무 중이다. 어떻게 보면 원장님의 진료봉사에 따라나선 꼴이지만, 실은 박 선생은 열치 이외의 봉사 이력도 짧지 않다. 오히려 목고박에서 동지를 만난 격이랄까? 그는 충치예방연구회 맴버로도 활동중인데, 송학선 회장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적어 넣은 쥘부채를 증표처럼 펴 보였다.

역시 여의도에서 근무 중인 송명진 선생은 진료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열치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성 봉사자이다. 줄곧 비전트레이닝센터에서 봉사를 이어왔고, 그래서 이곳 사정엔 누구보다 밝다. 가령, 각 주마다 진료팀이 다르다 보니 필요한 기구나 재료들을 찾는 일에 다들 허둥되곤 하는데, 송 선생이 나서면 신통하게도 금방 해결이 된다.

 

이날 예약된 환자는 모두 9명이었지만 6명만 나타났다. 여기 사람들은 당장 아프지만 않으면 곧잘 치료약속을 펑크내기도 한다. 덕분에 일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목 원장이 엔도에 발치에, 한 환자에 매달려 통합치료를 하는 사이 강현구 부회장이 후딱 다섯사람을 봐 버렸다.

일행은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정리를 마치고 치과진료실을 나섰다. 오던 길처럼 센터의 승합차가 장안평역까지 봉사자들을 실어 날랐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들은 한결 편해진 어투로 치과 얘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