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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칼럼

와우~~~ 레시피

[황윤숙의 깨알 줍기] - <4>

요즘 시청자들은 단순히 주어진 것을 보는 것보다 본인들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방송을 선호한다. 한 화면을 경계를 두고 그 너머에서 살던 스타들이 우리와 같이 당황도 하고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공감하길 희망한다. 어떤 스타들은 이런 삶의 모습을 통해 더욱 시청자들에게 인간적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시작하여, 정선 어느 산골 생활 중 화장실을 찾아 읍내까지 가는 평범한 도시남자의 모습, 바닷가 차주부, 외국 여행지에서 할아버지 스타들의 실수들 그리고 최근에는 고급지쥬~~~~”슈가보이의 유행어를 만들며 요리사 스타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경향은 캠핑문화를 만들고 아빠라는 존재가 단지 경제적 수입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놀아 주며 육아의 일부를 분담하게 하였다. 또한 요리가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성 요리사들에 의해 전해지고, 계량컵이나 저울에 의한 멋진 주방에서가 아니라 종이컵 계량에 의한 간단한 자취생 요리라 명명되는 쉬운 요리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방송 후 레시피와 맛 경험 후기까지 공유되어 실시간 맛 평가를 받으며, 쉐프와 함께 하는 클램핑 여름 휴가 경품 현수막이 주유소에 걸릴 정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변화가 우리 집 부엌에도 영향을 끼쳤다. 평소 몇 가지 단품요리를 하던 남편이 어느 날 인터넷에서 차주부 제육볶음 레시피를 우리집 냉장고에 붙였다. 남편은 차주부 레시피에 따라 본인이 먼저 감탄하는 요리를 만들었고 첫 경험은 맛있었다.



언젠가 어떤 토크콘서트에 간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남자들은 와우~~~”라는 단어의 마법에 걸린다고 했다. 무엇을 해 주었을 때 와우~~~ 너무 잘한다하면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한다고 ... 난 그 말을 믿고 와우~~~ 여보 너무 맛있어요.”를 했고 정말 와우~~~’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어 우리 식구들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제육볶음을 먹어야 했다.

와우~~의 마법은 강력하여 처음에는 요리를 할 때마다 활용하던 것이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해 줄때마다 와~~우를 각종 다양한 억양으로 외쳤다. 그리고 최근 요리에 관심이 많아진 남편은 어깨를 으쓱해 하면서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 어묵 졸임 등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고 난 그 신기함에 적극적 와우~~~ 남발하였다.

하지만 어떤 일이던지 과하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와우 덕에 굵은 감자볶음도 먹어야 했고, 국인지 찌개인지도 불분명한 된장찌개도 먹어야 했다. 더 이상의 사태를 관망할 수 없었던 딸과 전략회의를 했고 결론을 얻었다. 이제 와우~~~를 좀 신중하게 사용하자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남용의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뒤 우리 집 여자들은 아빠표 요리에 별을 달아 채점을 하고 미역국과 김치찌개는 적극적 와우~~~, 된장찌개는 무반응, 어묵볶음에는 와우 한번만...

 


이후 딸아이는 차주부 레시피보다 백주부 레시피가 더 담백하다며 제육복음에 도전을 했고, 우리 집에는 세개(하나는 시어머님표)의 레시피가 경쟁하는 제육볶음 삼국시대가 도래 하였다. 투표할 사람은 네 사람인데 레시피가 세 개인지라 결국 고기를 제일 좋아하는 아들아이의 선택으로 이 국면을 평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먹어온 시어님에게서 엄마로 이어온 익숙함을 선택했고 나는 삼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제육볶음의 지존이 되었다.

 

와우~~ 라는 감탄사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자신이 한일에 대해 누군가 긍정적 평가를 해준다면 힘이 된다. 그것도 와우~~~제육볶음이 아주 맛나요”, “와우~~~ 전기불이 환하게 켜졌어요”, “와우~~~ 덕분에 액자가 반듯해 졌어요등등 구체적으로 한다면 말이다.

이 과정에 한 가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와우~~의 칭찬이 단순히 입발림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고자 했던 사람의 시도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 과정의 노고와 수고에 대한 구체적 칭찬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고마움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오늘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와우~~~ 레시피를 권해 본다. 구체적 내용과 마음을 담아서 실천해 보라고...

 

와우~~~ 오늘 어머님은 이를 정말 잘 닦고 오셨어요

와우~~~ 김 선생님이 준비실을 정리해주셔서 일하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아마도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서로 행복하지 않을까?

 

 

 

 

 

 : 황윤숙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충치예방연구회 운영 위원

국민구강건강을 위한 치과위생사 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