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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국립대 치과병원은 정말 부실덩어리일까?

'부채비율 2,460%' 기사가 불러온 오해

서울대치과병원의 부채비율이 2,460%에 달한다는 최근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서울대치과병원 뿐만이 아니었다. 강릉원주대치과병원, 부산대치과병원 등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치과병원들이 하나같이 심각한 재정불안상태에 있는 것처럼 알려졌다. 어떤 신문은 아예 '재무개념 없는 서울대치과병원'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올리기도 했다.

실제 사정이 그렇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자기자본비율에서 서울대치과병원(3.9%)과 부산대치과병원(15.6%)은 조사대상 14개 국립병원 중 나란히 하위 1,2등을 차지했고, 강릉대치과병원도 25.1%로 꼴찌에서 다섯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부채비율에선 서울대치과병원(2,460.3%)과 부산대치과병원(541.1%)가 나란히 상위 1,2위를, 그리고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은 298.1%로 5위를 차지했다. 서울대치과병원의 경우 자기자본은 33억에 불과한데 부채가 826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의료수익만 453억원에 달하는 서울대치과병원의 자기자본이 고작 33억원 뿐이라는 건 아무래도 믿기 어렵다. 더구나 부채비율이 2천%대에 이르러서는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이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들 기업 중 사정이 가장 심각한 한국철도공사의 부채비율조차 410% 수준이다. 그런데 치과병원의 부채비율이 2,460%라니..

 

아니나 다를까 서울대치과병원은 다음 날 곧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병원의 재무제표를 국립 의료기관회계기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기업 경영분석방식에 단순 대입함으로써 생긴 왜곡현상'이란 설명이었다.

즉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 등의 '준비금'은 자본의 성격이지만, 회계처리상 부채항목에 계상돼 이 금액이 클수록 부채비율이 높아 보이게 한다는 것. 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국립대 병원의 경우 수익사업소득의 100%까지를 계상할 수 있는데, 향후 5년동안 순차적으로 사용할 금액을 미리 부채로 잡아두고 소득을 이 계정에 털어 버리는 방식이다.

때문에 국립대 병원들은 절세의 목적으로 이 준비금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병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계정도 만들지 못하므로 실제론 경영상태가 좋은 병원일수록 부채규모도 커져 보이게 되어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이번 반박자료에 '준비금'을 없앤 일반회계방식으로 수정한 부채비율을 발표했다. 이렇게 계산했더니 2,460%의 부채비율이 107.4%로 줄어들었고, 반면 자기자본비율은 3.9%에서 48.2%로 높아졌다. 전체 14개 국립대병원 중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심지어 부산대치과병원은 541%의 부채비율을 17.7%로 줄여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표참조>

조정 후 서울대치과병원의 자본과 부채는 각각 415억원과 445억원이었으며, 부산대치과병원은 247억원에 44억원 그리고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은 155억원에 462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 준비금 조정 전후 부채 및 자기자본비율 비교

 

                준비금 조정 전후 자산/부채/자본 비교(단위: 백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