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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멘토(Mento)와 멘티(Mentee)

[최상묵의 NON TROPPO]-<37>

      

전통적인 예술교육과 의학교육은 개인 교습 형태가 가장 많았다. 르네상스 시대 이래로 음악과 미술 또는 의학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단체로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스승의 집에 제자로 들어가 숙식을 같이 하면서 일대일로 배우는 방식이었다.

 

의학교육에서 수련을 뜻하는 인터(Intern), 레지던트(Resident)란 말이 모두 거주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대 일의 교육은 대체로 모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제자들이 스승의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스승의 솜씨를 모방한다. 무수한 모방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스승과 똑같이 흉내 내는 복제의 수준을 넘어 자기만의 솜씨를 만들어 내고 기술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절대적인 권위와 지혜를 소유하고 누구나 한번쯤 그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우리는 멘토(mento)라 부른다. 그런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추종하고 따르고 그 밑에서 사사를 받는 사람들을 멘티(mentee)라고 한다.

멘티들이 이르고자 하는 지혜의 인격화 과정을 멘토링(mentoring)이라 한다. 멘토링을 전수하는 방법은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인간관계를 통해서 멘토의 지혜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으며 위대한 멘토들의 전기물, 자서전, 역사적 기록 등의 자료를 통해서도 그들의 지혜를 습득한다.

지금 시대의 멘토링 모델 곳곳에서 19세기식 방법의 모형이 아직 남아 있지만 굳이 전통적인 일대일방법을 고집하지는 않고 있다. 멘토와 멘티간의 평등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서로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음으로서 각자의 독창적인 소양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서로 자율성이 보장되는 관계를 유지하며 누가누군가에게 툭별한 권위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멘토들의 교육목표는 그 방법을 투명하게 함으로서 사고와 작업과정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 멘토와 멘티 간의 어떤 위계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함을 강조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멘토링의 두 가지 큰 흐름은 전통의 보존을 가장 중요시하는 수직적 훈련과 혁신과 개성표현에 중점을 두고 시행하려는 수평적 훈련 방식이 있다. 수직적 훈련의 목적은 지금까지 내려온전통을 변질 없이 전수하는 것이며 멘토가 가지고 있는 신비한 권위를 멘티에게 우상화시켜 근접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시킴으로서 멘티가 멘토에 대해 아주 작은 가르침 하나하나까지 모두 모방, 습득하고자 하는 충동을 일으키게 함으로서 가장 순수하고 변질되지 않은 상태로 전수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의 전수를 할 수 있는 멘토의 자격은 훌륭한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강력한 통솔력과 완벽한 인격을 겸비해야만 하는 조건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직적 멘토링은 개인의 개성과 창의의 발달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단점은 물론 있다. 멘토의 능력이나 지식이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지나치게 신격화 됨으로써 인간인 멘티와는 진정한 사고의 공유가 이루어질 수 없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수평적 멘토링을 하는 경우에는 멘토들이 자신의 힘과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고 겸허해 짐으로서 멘티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얻게 된다. 멘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함으로서 멘티에게 지혜를 심어주고 창의적 탐구와 성장에 책임을 같이 하면서 창조를 위한 작업으로 작품을 도와주는 것이다.

 

수직적, 수평적 형태의 교육은 동일한 논리로 과학이나 의학 분야에도 적용이 된다. 컴퓨터 과학이나 유전자, 생명공학과 같이 새로운 과학분야의 경우에는 선배 과학자들에 의해 확립된 체계와 지식이 그다지 많이 없기 때문에 수평적 관계가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멘토링은 보다 민주적이고 복합적이며 다양한 양상을 띨 것이다. 반면, 고립자 물리학, 나노과학 등의 특졍 실험실에서만 주로 연구되는 학문은 훨씬 수직적일수도 있다. 의학 분야에서도 수직성과 수평성이 혼재해 있는 가능성이 높다.

권위론자에 가까운 스승은 수직적 교육방법을 선호하고 개혁, 개방적 성향이 있는 스승은 수평적 멘토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을 생각하여야 할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까를 가르쳐 주는데 있다. 창조적 표현, 지식에 대한 기쁨을 깨우쳐 주는 것이 스승의 최고의 기술이다. 훈련은 되었지만 교육이 없고, 기술은 있지만 그속에 문화가 없는 기술자는 쓸모가 없을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자치적인 인물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최대의 목표는 지식이 아니고 행동이다. 교육은 능력을 키울 뿐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전문가 투성이의 시대에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문가의 그럴듯한 권위 있는 의견에 매달려 우리 스스로의 의견을 짜내고 또 확신을 쌓아 올리는 능력에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모든 일을 무소불의로 처리하게 한 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다.

 

아아!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그리고 심지어 신학까지도 열성을 다하여 탐구했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렇다고 옛날보다 조금도 더 현명해진 것은 없구나 더구나 석사니 박사니 하면서 그럭저럭 10년이란 세월을 학생들의 코와 귀를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고 있지만 우리들은 도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구나”-J.W쾨테:파우스트에서..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