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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잘하는 치과' 어디 없나요?

[함께 푸는 치과경영 15] 까다로운 환자 내편으로 만들기

이 쪽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치과소개를 부탁하는 전화를 자주 받습니다. 가깝다고 생각해서 하는 부탁인만큼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 분들이 바라는 소개 조건은 한결 같습니다. 경제력에 상관없이 모두들 ‘싸고 잘하는 치과’를 원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저마저도 그런 치과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체 얼마나 싸야 싼거고, 또 얼마나 잘해야 잘하는 건지 기준 자체가 애매하거든요.  

얼마전엔 양심치과 소동이 있었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양심치과’로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몇몇 치과들은 본의 아니게 문전성시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모두 그 치과의 환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환자들은 결국은 자기 치과를 찾아가게 되어 있거든요.

조금 싸다고 치과를 이리저리 옮겨다닐 만큼 경박하지도 않거니와 환자들은 대부분 그럴 용기조차 내질 못합니다. 치아건강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좋은 치과의사를 곁에 둔다는 것이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런 환자들을 돌려 세우는 건 치과의사들이죠.

한번은 제 기사에서 ‘환자에게 치료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했더니 어떤 분은 ‘그렇게 잘 알면 치과의사를 하지’ 라고 빈정대더군요. 물론 저를 두고 한 얘기는 아니고, ‘치료선택권을 가질 정도면 그게 어디 환자냐’는 의미였습니다만.

하지만 이 역시 말뜻을 잘못 이해한 반응입니다. 치료선택권을 주라는 건 진단을 환자에게 맡기라는 게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하라는 뜻이니까요. 치과의사가 원하는 치료를 강요해서는 절대 환자와 신뢰를 쌓을 수가 없고,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그 환자는 결국 다른 믿을만한 관계를 찾아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저에게 치과 소개를 부탁하는 분들 역시 주변에서 아직 마음을 열만한 치과를 찾지 못한 분들이겠죠.

 

 

치료선택권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까요? 치과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치료계획을 설명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이 스스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치료동의를 얻기 위해선 빈 캔버스처럼 마음부터 깨끗이 비워야 한다’고들 얘기합니다.

즉 환자에 대해 일체의 선입견이나 예단을 갖지 말라는 것인데, 이 말은 ‘환자의 관심이 어디에 있고, 무얼 원하는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치료적 해결책이나 결론도 내려선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왕년의 축구 스타 호나우두<사진>가 신환으로 치과를 방문했다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치과의사들은 대뜸 그의 벌어진 앞니와 누렇게 변색된 치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곤 자신있다는 듯 이렇게 얘기하겠죠, ‘당신의 미소를 바꿔드리겠다’고.

호나우두가 뛸 듯이 좋아할까요? 그는 아마 이렇게 대꾸할지도 모릅니다. “내 미소를 바꾸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호나우두의 미소예요.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요.”

결국 중요한 건 환자가 무얼 원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일입니다. ‘말할 때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 질문할 때만 나는 배운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습니까?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치과의사들은 먼저 마음부터 비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 환자가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하나 하나 그림을 그려 나갑니다. 결국 치료선택권을 환자에게 주는 것이 되겠죠.

 

주변 환자들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불평이 바로 ‘내가 준비한 이상의 치료를 자꾸 권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환자에게 관심을 보였다면 듣지 않아도 됐을 불평입니다. 그리고 환자가 선택한 범위 내에서 최선의 치료를 이어가다 보면 그들은 어느 새 내 치과의 든든한 충성고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