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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독후감] '불량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를 읽고..

한사랑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어렸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어머니를 많이 닮았고, 아버지는 닮지 않았다고 했다. 언니의 경우는 아버지를 닮았고 어머니를 닮지 않았다고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언니와 나는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다. 신기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자랄수록 나는 아버지를 닮은 생김새가 드러나고, 언니는 어머니를 닮은 생김새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언니랑 둘이 닮아간다고 한다. 유전자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누군가의 가족들을 볼 때 마다 항상 이 사람은 어머니를 닮았구나 혹은 아버지를 닮았구나 등등 닮은 점을 찾아내는 것이 흥미롭다. 책의 소제목에서와 같이 피보다 진한 유전자라는 것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다. 인류의 유전자 중 95%는 인트론이라는 쓰레기 유전자이다. 5%의 유전자만이 유의미 한데, 어떻게 생물체의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학부에서 미생물을 공부하면서 그 작은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작용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작은 세포 속에 그 많은 작용들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정보들이 담겨 있을까' 하고 늘 생각했다. 저자가 책의 첫 내용에서 저렇게 작은 라디오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소리가 나는지 과학적인 원리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고 한 것과 유사하고도 다른 것이 단순히 소리만 나는 라디오보다 더 작은 곳인 유전자에는 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라는 제목이 흥미를 유발했다. 처음에 책을 읽기 전에는 어떻게 이렇게 두꺼운 한 권을 유전자가 살아남은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전달 방식으로 유전자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유전자가 우리 몸에 끼친 결과에 대해서 불량 유전자라는 말에 빗대어 잘 표현한고 있다. 유전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수정되고, 자라서 몸이 겪는 질병, 노화 등을 때로는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이, 때로는 철학 서적을 읽는 것과 같이, 때로는 과학 시간에 과학적 사실을 배우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책의 제목은 불량유전자가 왜 살아남았을까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정작 왜 살아남았을까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화두로 던져 주고, 의학과 인문학적 사례들을 통해서 어렴풋이 짐작하도록, 독자 스스로 답을 내리도록 하는 것 같다. 사실 과학적인 답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인문의학적인 생각과 관념, 개념을 통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전자 앞에 ‘불량’이라는 단어로 수식한 것이 유전자로 인해 인간의 몸에 나타나는 불량한 결과, 즉 질병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유전자의 결과로 나타나는 내 몸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내 몸의 불량 유전자는 무엇일까. 나는 얼마나 내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 몸이 생물과 심리, 사회적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네트워크기 때문에 몸을 통해 마음의 목소리가 드러나게 된다. 이런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가에 대해서는 플라세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플라세보 효과는 마음의 긍정적인 생각과 서사가 몸을 회복시키지만, 노세보는 마음의 부정적인 생각이 몸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이것을 암환자의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 암환자는 항암 효과가 없는 크레비오젠이라는 약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을 때에는 종양이 줄어들어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뉴스를 통해 크레비오젠이 무용지물이라는 성명을 듣고 난 후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하게 되었다.

  수많은 플라세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 중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효과는 없더라고 소소하고 일상적으로, 두 효과 중 하나의 효과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 당시의 마음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이 때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목소리 까지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나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사는 환자를 이해해야한다. 단편적으로 만나는 환자를 이해하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심리적 상태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로 인해 어떤 목소리로 몸이 반응하는지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반된다면 환자로 하여금 더욱 좋은 치료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한사랑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처음으로 우수 독후감에 뽑혔다.
그래서 내 글이 덴틴에 실린다는 게 얼떨떨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난 어렸을때 부터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치대진학에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일반대학에 진학한 후 열심히 공부해 치전원에 입학했다.
장래엔 봉사하는 치과의사가 되고싶다.
치과치료를 받기 힘든 사람들에게 내가 배운 것들을 베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