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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의사의 지성(知性)이란?

[최상묵의 NON TROPPO]-<35>

   

 

인간이 자기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성(知性)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때 그 행동의 실천을 결정하는 것은 그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일반적인 지성에 근거해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인간의 지성은 물론 어떤 학습을 통해 얻어지며 얻어진 지식은 점차 전문화 성격을 띠면서 끝없이 발전해 가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끊임없이 지식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도덕적 의무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지식을 추구한다 해도 어느 누구도 그가 원하는 만큼 지식을 완전하게 집대성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지식의 진보는 갈수록 전문화되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하는 만큼 점점 어려움과 난해함을 맛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의학적 지식은 실천을 목표로 하는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응집된 지식이라 할 수 있다. 고대에서부터 중세를 거쳐 온 의학의 모든 지식과 지금의 지식을 비교해 본다면 이론과 실천의 개념 모두가 엄청난 변화를 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의학의 지식은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탐구를 모색하는 일 뿐인 것이다. 의학을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지식)은 아직도 모두가 불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 얻은 지식의 가치는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에 정비례할 뿐이다. 옛날에는 사용가치였던 지식이 이제는 교환가치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지식은 높은 안목을 지닌 몇몇 애호가들이 호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요구하는 상품으로서의 지식으로 되었다.

세상에는 많고도 다양한 지식이 있는 반면에 그 지식을 그릇되게 오용, 남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음에 문제가 있다. 지식은 두뇌의 음식물이다. 음식물이 육체를 구원하는 구실을 하는 반면에 지식은 두뇌를 운용하는데 쓰인다. 나쁜 음식물과 마찬가지로 지혜도 여러가지로 혼합되어 악용되면서 두뇌를 병들게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있다. 지식의 맛을 너무 달게 하기 위하여 너무 맛나게 하기 위하여 그 지식의 자약적인 의미를 잃어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다. 가장 좋은 두뇌의 음식물(지식)도 과식하면 병이나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성(知性)은 만인이 소유해야 되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개개인의 생활을 비쳐주는 등촉과도 같은 것이다. 지성은 생산적인 것도 아니며 행동적인 것만도 아니다. 다만 어떤 생산과 행동의 방향을 잡아주는 힘이 될 뿐이다. 일생을 재물 모으기에 바쳐온 수전노처럼 지식을 주워 모으며 쏘다니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어리석은 지식의 부자들은 매일매일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는 잔치를 차려놓고 수선을 피운다. 원래 조금밖에 모르는 인간들이 수다스럽게 떠들어 대는 것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나 소중한 것이라 생각하여 그것을 아무에게나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지식을 타인에게 말하기가 곤란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공허한 지식은 인간이 내면적인 완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성은 인간의 모든 행동 속에서 나타난다. 지적인 행동 속에 인간의 전체가 들어있는 것이다. 의사의 지성은 다른 사람들의 지성이나 능력과는 구별되어져야 할 것 같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다는 행위는 농부가 농사를 짓거나 동물을 기르는 경우처럼 자연의 평형을 유지하거나 회복시켜주는 것과 꼭 같은 행위이다.

이때 의사의 지식이나 능력을 의사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지성의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 경지를 말한다. 때문에 의사의 지식은 숙련공의 지식과는 다르다. 숙련공의 지식이나 노하우는 하는 일의 성공을 통해서 확증되며 또 숙련공이 생산새낸 작품의 특징적인 명료함으로 그 성패가 입증된다. 그러나 의사에게는 생산해 낼 작품이 없다.

건강은 의사가 하는 활동의 목표일 뿐 만드는 것(생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