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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입법 청원 2 : 일광소독(日光消毒)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63>

 

   협회 전·현직 집행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협회가 입법기관 국회에 우리의 실상과 의견을 이해시키는 길은 매우 좁다.  로비가 불법인 현실에서 협회의 노력을, ‘청부입법’이라는 선정적인 이름으로 비하하는 언론도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직업이 단순히 빵을 위한 생업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힘들고 장구한 세월 학업과 수련을 쌓은 전문직은, 자신의 천직에 자부심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이 모인 협회는 영리기업의 회원사(社) 단체처럼 ‘집단이익’에 매몰되기보다, 품위와 윤리의 유지, 그리고 어느 사회에나 나타나는 소수 불량회원을 감시하는‘자정(自淨)작용’의 속성이 강하다. 

오히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강물을 흐려도” 협회에 강력한 징벌 권이 없어 속수무책인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치과 의료를 천직(天職)으로 삼는 치과의사가 ‘당장 눈앞의 달콤한 열매’에 판단력을 잃고, 국민건강에 역행하고 평생직장을 파괴하는 길로 빠져드는 일은, ‘직업윤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통계적으로 ‘다수가 선택하는 양심’ 이론에도 어긋난다.

 

  국회의원은 주기적으로 격한 선거에 전부를 걸어야하는 선출직으로 항상 시간에 쫓기고, 6-7 인의 보좌관은 민원·입법·후원회관리·수행의 기본업무에 급급하여, 극도로 분화된 전문직 분야에 깊은 이해를 갖기 어렵다.  의원에게 분야마다 실상을 설명하고 필요한 입법을 촉구하는 청원은, 전문직으로서 적극적인 국정참여라는 긍정적인 활동이다.  힘도 자금력도 작고 오직 회원과 국민의 믿음이라는 공공성에 의존하는 치과의사협회의 전임집행부가 가택수색과 검찰조사를 받고, 일부 언론이 이를 부채질하는 험한 꼴을 보고 있다.  이는 3만 치과인은 물론이요, 그 위에 몇 배 많은 치과가족에게 칼을 들여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현행법 상 로비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선의의 입법청원과 설명회가 범죄취급을 받는 것이다. 

최소한 합리적인 회원 통제를 위하여 중앙회가입을 의무화하고, 결국 국민건강에 역기능을 할 것이 뻔한 다단계 식 사무장 병원과 네트워크를 가장하여 단기간 고소득을 지향하는 기업 형 병원을 막자는 “일인 일 개소 개원 법”을 추진한 것은, 당연한 협회의 의무였다.  협회가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을 기화로, 생협이나 종교를 내건 자들이 “우리는 돈 되는 치료를 하지 않는다.”며 마치 수많은 선의의 동네치과가 “돈 되는 치료”만 하는 양 나쁜 인상을 덮어씌워 “자기 합리화”를 꾀하는 현실은 실로 서글픈 일이다.  

 

   가뜩이나 국가경제가, 자영업이, 의료계가 어려운 가운데, 이런 악재로 치과계 전체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향후 인구노령화로 인하여 의료계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마당에, 이처럼 치과계의 의지를 꺾고 하향평준화하여 그 기반을 허무는 일은 한시바삐 종식되어야 한다.  국회의 이해를 구하는 로비 합법화든 공공성이 담보된 전문직 협회에 언로(言路)를 열어놓든 간에, 음습한 연줄의 고리에 일광소독(Sunning)을 하자.  제2 제3의 성완종을 막는 길을 먼데에서 찾으려 말고,  한 발 더 도약을 위하여 로비에 대한 시각을 재고하자. 

유통구조를 햇볕으로 끌어낸 부가가치세 도입과 하나회 해체 그리고 금융실명제 같은 제도의 양지(陽地)화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구는데 있어, 개발세대의 동력과 민주화운동 열기 못지않은 제3의 축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상대적인 소득 폭락과 동네의원 황폐화라는 의료인의 희생 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