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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탕수육 명인을 찾아서 - 동탄 상해루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62>

중국의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화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럽은 물론이요 알라스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뒷골목에서도 스시집 혹은 중국집을 하는 화교들을 심심찮게 보아왔으니까요. 그 옛날 철도노동자로 미국과 호주에 진출했던 중국 사람들의 후예들도 여전히 그 나라의 구석구석에 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 해도 국적기가 취항하는 대도시 근처에만 몰려 사는 경향이 강합니다. 게다가 교포들끼리만 왕래나 거래를 하고, 항상 국내 소식에 쫑긋하며 사는 까닭에 발 하나는 항상 한국에 걸치고 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화교들은 이민을 간 그 나라에 완전히 동화를 하면서도 자기네 언어나 음식문화, 풍습 등을 절대 잊지를 않더군요.


그런데 전 세계로 퍼진 화교들 중에 가장 핍박을 받았던 화교는 바로 우리나라로 왔던 사람들입니다. 임오군란 이후 산둥반도 쪽 사람들이 인천에 정착을 했고, 이후 방사상으로 퍼져 전국 방방곡곡으로 진출을 했지만,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그들은 엄청난 제약과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동남아 경제권을 쥐고 흔드는 화교들을 보면 한편으론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긴 듭디다만) 현금을 선호하는 민족답게 장궤(짱깨의 어원입니다.)에 돈을 쌓아두었더니 두 차례에 걸린 화폐개혁으로 대부분의 지폐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고, 부동산 취득과 그 임대마저도 제한을 했으며, 짜장면값을 물가지수에 포함시켜 함부로 올리지도 못하게 묶어두기도 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화교들은 대만으로, 캐나다로, 호주 등지로... 제 2의 디아스포라를 하기도 했고, 일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를 했었지요.

헌데 요즘은 제한이 많이 풀려 부동산 취득도 자유롭게 하는데다 차별이 심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교 3세나 4세들은 이제 아버지가 지켰던 주방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더 이상 가업을 잇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요즘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식당에 가보면 연로하신 분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고, 집사람이나 다른 친인척들이 서빙을 하는 경우를 왕왕 봅니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요즘 방송에서 뜨는 분들이 화교 주방장들입니다. 중화요리 4대문파니 뭐니 하는데 저는 첨에 뭔 소리인가 했습니다. 국내 화교들은 대개 산둥반도 출신들이라 북경요리 중심인데, 웬 뚱딴지같은 중화요리 문파인가 했더랬지요. 알고 보니 예전에 유명했던 중국집들인 서울 장안의 아서원파, 호화대반점파, 홍보석파 그리고 신라호텔 팔선파를 이른다는 말입디다. 어찌되었든 잊혀져가던 요리사들인 이연복, 적사부, 곡금초, 유방녕, 여경래, 여경옥, 왕육성... 같은 분들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고스톱도 밑장을 까봐야 승부를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인생도 끝까지 가봐야 하나봅니다.


수원 인근의 신도시인 동탄에 이들 화교주방장들의 대부격인 곡금초 선생이 식당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는 와중에 누가 그곳으로 초대를 했지 뭡니까?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달려갔지요. 예전에 중화요리 최강 달인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메뉴인 탕수육은 맛보기로 주셨지만 이 집에서 불 수 있는 특이한 요리인 '멘보샤'와 '블랙페퍼 스테이크' 등도 꽤 맛있더군요.

골프를 치고 동탄 인근을 지나는 길이라면 한번 들러볼 만한 요릿집입니다. 예전에 박통이 골프치고 가끔 들렀다는 ‘동탄장’ 두루치기가 없어져서 마음 한구석이 헛헛했는데 상해루가 이를 보상하는군요.

 

설화게살스프입니다. 

 

고수를 아낌없이 내줍니다.

 

든든하고 실한 내용물의 전가복입니다.

 

게살 등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춘권입니다. 겉은 매우 크리스피합니다.

 

식빵 속에 게살 다진 것을 채운 멘보샤입니다.

 

블랙페퍼 스테이크랍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중화요리 최강 달인으로 선정된 곡금초 선생의 탕수육! 

 

식사로 나온 기스면이 아주 시원합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