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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임프란트 우화(寓話)

[최상묵의 NON TROPPO]-<34>

 

어느 농부가 조용하고 아담한 동네에서 밭에 씨앗을 뿌려 채소를 가꾸고 정원에 나무를 심어 과일을 수확하고 양계장을 만들어 닭을 키워 낳은 달걀을 알뜰히 모아서 팔아 수입을 그런대로 짭짤하게 챙기면서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이 동네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깨에는 사냥총을 메고 우람한 체격을 가진 사냥꾼들이었다. 인근 산으로 곰 사냥을 간다는 것이었다. 곰을 잡아 웅담을 팔고 곰 발바닥까지 팔게 되면 일확천금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농부는 그 사냥꾼들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달걀을 수백 개 파는 수입보다 곰 한 마리만 잡아도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그 농부도 사냥총과 산행에 필요한 도구를 챙겨 곰 사냥 길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물론 채소밭과 양계장을 팽개치듯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농부의 곰 사냥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선 산을 마음대로 오르내릴 수 있는 기초체력이 딸려 산을 오르내리는데 가쁜 숨만 내쉴 뿐 산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곰 사냥에 사용하는 총 다루는 기술 또한 매우 어렵고 위험한 것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잡아야 할 곰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잡힐 동물인가?

결국 농부는 곰 사냥 욕심 때문에 산을 오르내리다 온몸이 기진해지고 상처투성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결국 그 농부는 곰 사냥의 허황한 꿈을 접고 자기의 천직은 역시 닭을 키우는 일이나 채소를 가꾸는 일이란 걸 새삼 깨닫고 천직으로 돌아와 다시 하루하루 살아가는 착실한 농부가 되었다.”

 

이 우화는 필자 임의로 만들어 본 것이다. 이 우화가 지금 우리 치과계 현실을 풍자시켜 치과의사들의 노력과 삶의 태도가 결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시각만으로 볼 수 없는 우리 나름대로의 고통과 고민이 있음을 깨닫고 일깨워 주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요즈음 우리 치과계는 이상기류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소위 임프란트란 거대한 폭풍의 소용돌이에 온 치과의사들이 휩쓸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임프란트 시술을 하지 않는 사람은 치과의사도 아닌 것처럼 되어 가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분명히 임프란트란 새로운 치료의 소재임에 틀림없고 앞으로도 계속 각광을 받게 될 치과치료의 큰 주제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프란트란 거대한 곰의 실체가 우리 주위에 나타난 것은 꽤나 오래되었다. 그 곰의 정체를 파악하고 성질을 분석하고 그 놈을 잡을 수 있는 총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곰을 쉽게 사냥하기엔 그리 만만치가 않은 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런 위험스러운 동물사냥을 특수하게 훈련된 사냥꾼들의 몫으로 넘겨주고 닭이나 채소를 키우고 가꾸는 일에 더 열심히 전념할 수 있는 농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가지고 산으로 산으로 곰을 잡으러 동네를 떠난다면 누가 밭을 가꾸고 양계장을 돌볼 것인가?

우리 주위에 있는 땅을 파기만 하면 주렁주렁 덩굴째 쏟아져 나오는 고구마나 감자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환자의 입 속에 지천으로 묻혀있는 치석이나 프라그를 제거하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바쁘기만 할 것이고 환자의 치아 주위나 잇몸 속은 우리들의 영원한 보물창고와 진배없다.

손상되어 있는 치아에 예쁘게 충전물로 복원시켜주거나 근관치료를 해서 치아를 보존하는 치료는 달걀처럼 반짝거리는 우리들의 보석이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게도 세계에서 임프란트 소비의 황금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비례 임프란트 소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임프란트 소비율이 높다고 과연 치과선진국인가?

사람들이 치과 치료의 문턱이 높다는 불만을 갖게 되는 원인도 바로 치과 치료의 대중화보다도 귀족화 되고 있는 경향 때문 일 것이다. 치과 치료가 임프란트나 수복치료 같으 고수가 선호 경향으로 치우친다면 국민들은 치과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며 치과 치료에 대한 불만이나 거부감이 증폭될 것이다. 치과선진국의 치과치료 형태를 보면 절대로 고수가 치료형태가 아니고 예방치료와 보존치료 같은 기본적인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는 평범한 치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한시바삐 치료 형태를 수복이나 고수가 치료편중에서 벗어나 평범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치과치료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어야 한다. 그 길만이 치과 진료의 활로이며 국민들 앞에 치과치료가 한층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